인터뷰

미스리 2010. 6. 25. 16:12

이번 주 서평에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썼다. 물론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어느 철학자의 말이고, 이 말의 앞뒤 논지와 상관없이 로맹가리의 신간을 설명하는 데 써먹었다.

 

이 말은 소위 '권위'를 얻는데도 작용한다. 작품이 얼마나 견고한가, 전문가가 얼마나 정확한, 혹은 독창적인 비평을 했느냐보다 누가 어떤 작품에 비평문을 썼느냐가 작품의 권위를 얻는데 더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작가 배명훈을 인터뷰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SF물을 썼던 그는 장르문학계에서 알려진 작가였고 출판사 오멜라스의 성공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본격문학권에 소개됐다. 그리고 몇몇 문예지에 그의 글이 실렸고,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그 권위에 힘입어, 그의 작품은 '문학성'이 평가 되기 시작했다.

그를 인터뷰하면서 내내 그 뒤에 붙은 해설을 조목조목 물어보는 나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느 해설가가 말하느냐에 집중하고 있는 기자에게 작가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 걸까. 

 

그와의 대화는 두 방향으로 이어졌다. 신간과 작가의 아이덴티티.

언론이 그를 주목하는 건 장르와 본격문학의 경계에서 선 그 신선함에 있을테니. 근데, 이 기준은 누가 정한 걸까?

 


 

- 지난 주 시청에서 뵀었죠? 그때 허윤진 평론가, 김태용 작가 등등... 가을에 복간될 <문예중앙> 좌담회 뒷풀이라고 하셨는데, 주제가 뭔가요?

= 매체환경 변화와 소설쓰기라는데, 주제와 좌담은 다르게 갈 것 같아요. 그땐 좌담회는 아니고, 좌담회 전에 참여 작가들 인사만 하는 자리였어요.


- 지난 해 <타워>와 이 책 <안녕 인공존재>가 다르게 읽혀서, 어떤 변별점이 생긴건가요?

= 웹진에서 활동했는데, 거기 가면 단편이 있어요. 한 30개? 그 중에서 뽑기에 따라서 특성이 달라질 수 있어요.

- 그럼 이 책의 선정 기준은?

= 작품 중에서 출판사 편집자가 뽑고 제가 절반 뽑고 해서 만든 책이에요. 출판사에서 뽑으실 때는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다, 근데 뽑고 보니까 사랑이야기더라고요.

- 코드도 연애 코드로 읽히고요. 북하우스에서 뽑은 기준인가요?

= 5편 정도 뽑고 추가로 3개를 제가 뽑는. 아무래도 타워랑 다른 게 SF를 보면 독자를 대상으로 낸 게 아니니까 기준이 다르더라고요. 제가 뽑으면 안 이랬을거에요. 표제작도 출판사에서 뽑았는데 그건 제가 뽑았더라도 그랬을 거에요.

- 이유가 있나요? <안녕, 인공존재> 이 작품으로 문학동네(북하우스는 문학동네 계열사) 젊은 작가상 받으셨는데요.

= 제일,,, 잘 쓴 것 같아요. 다시 쓰라면 잘 안될 것 같은.

- 이 책보면서 2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문장은 가벼운데 내용은 꽤 철학적인 생각이 들어있다는 것, <타워>만큼은 아니지만 과학적인 코드가 들어가 있다 것. 하다못해 애니콜 사용설명서라도 말이죠. 어떤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 대학원에서 전쟁을 공부해서(작가는 서울대 외교학과 학부, 대학원 졸업) 역사책이나 전쟁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고, 과학책은 많이 안 읽은 것 같고, 책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인터넷에서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꽤 많은 걸 얻거든요..


- 철학은? 주로 어떤 책을 읽으세요?

= 따로 읽은 건 아니에요. 교양 수업이라고 해야하나?? 수업까지 듣진 않았고, 글쎄요 혼자 읽은 거 같아요. 최근에 읽은 건 아니고 예전에 읽은 건데 어디 써먹지 했는데, 쓰게 되더라고요.


- 이 작품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단편 매뉴얼.

= 제가 6년 쓰던 핸드폰이 있는데 그 매뉴얼을 보면서, 최근에는 다른 핸드폰으로 바꿨는데, 6년을 쓰다보니 버튼이 안눌러져서 바꿨는데.

그때는 제일 좋은 거여서 이것저것 공부해야 할 게 있잖아요. 그 글은 몇 년 정도 된 건데 발표는 최근에 한 거죠.


- 모티프가 이렇게,, 조숙한 조카잖아요. 이런 조카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 조카는 없었고, 모티프는 매뉴얼부터였는데, 뭔가가 발굴됐는데 거기 적힌 내용이 그 시대에 없는 것. 그것이 저는 핸드폰 매뉴얼이라고 시작해서.

조카가 처음부터 있는 건 아니고, 다르게 읽는 아이잖아요. 옛날에 양피지를 다르게 읽는 예언자들이 있었는데, 그것처럼 텍스트를 정해진 틀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읽는 아이, 그러려면 성인이면 안 되는 거죠. 자기 마음대로. 그런 의미에서 얘가 들어온거죠.


- 뒤에 해설, 맘에 들어요? 신형철 평론가가 썼는데 개인적으로 아시는 건가요?

= 표제작 정해지고 부탁드린거에요. 얼마 안돼서. 받는 데는 한달 반.

- 그럼 굉장히 빨리 받으신거네요. 한 6개월 걸린다고 하는데. 왜 그래서 책 내는 거 미뤄지고 또 포기하는 작가도 여럿됐다고 들었거든요. 아무튼,,, 해설에 보면 작품에 관한 지적이 있는데. 어떤 생각 들어요? 조언이라면 조언일 수 있고, 지적이라면 지적일 수도 있고. 작가로서 일부 수긍하지 못할 부분도 있을 거고.

= 보면서 눈에 띄는 부분이 인물이 전부라는 것(지적). 계속 쓴 소설은 인물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SF강연하는 분은 세계관에 관한 강연이 전체 챕터에서 2,3주는 들어갈,, 꽤 큰 비중이 있는 거예요. 세계가 다는 아니지만, 균형은 맞춰야 하거든요. 글이 나오려면 나와 세계의 관계에서 문제의식이 들어나는 건데, 아마 그런 면에서는 딱히 수긍할 수는 없는, 부분인데 그 안에서 계속 비슷한 지적을 들으니까, 고민하게 되죠.

예를 들면 전쟁장면을 그릴 때, 저는 빅클로즈업을 안 해요. 개개인의 처참한 선택과 장면을 안 그려요. 대신 조감도 같은 시점에서 더 큰 전술 전략을 그리려고 하는데, 다 그런 건 아니라 2,3분 정도 심리학을 전공한 분이라든가,, 캐릭터에 훨씬 중심이 가 있기는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이 전부라는 주장은,,,


SF를 안보는 분께 그런 부분을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저도 모르겠어요. 인물이 중요하다는 건 계속 들어왔고 저도 인물 보강하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스타일이 잡혀있으면. 고민 중인 문제에요. 부딪치는 문제 중 하나죠.

사실 문제가 덜 될 것 같은데, 인물만 강조하라고 하진 않으니까.

제 위치가 문단과 문단 아닌 사이에 있는 것 같은데 가장 부딪치는 지점이에요. 굉장히 많이 강조한다 싶은.


- 저는 뒷부분부터 여쭤본 게, 단편 <매뉴얼>에 관한 평론가의 구체적인 지적. ‘이모와 조카사이를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지적. 방향제시에 대해서 동의하나요?

= 음... 글쎄요. 누가 뭘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도 소화는 잘 안돼요. 안되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 가능성을 계산하고 안 했을 것 같은데.

= 글쎄요 그건 생각을 했으려나??


- 저는 읽으면서 하나 하나 풀이해준 부분은 잘 들어갔는데, 인물이 명쾌하게 떨어진다, 흐릿해진다는 지적, 그걸 보면서 물론 평론가가 저 같은 일반 독자보다 훨씬 섬세하게 읽어내겠지만, 저는 그렇기 보다는 인물이 전형적이다, 이런 생각만 했거든요. 인물이 흐릿해진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고요.

= 몇 분들은 기능적이라고, 필요한 만큼만 갖다놨다는. 합평회를 하면 그런 지적을 반복해서 하는 분이 있어요. 아직은 제가 이해를 못하는 건지, 다시 읽어봤을 때는 이정도 배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려워요. 저는 국제정치학 전공자라서 개인의 변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배우는 게 학부 4년이거든요. 국가, 국가를 벗어난 세계 전체의 움직임을 이야기 하려면 개인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면 안된다는 강박이 박혀 있어서인지 모르겠어요.

아마 관점에서도 있을 거에요. 보완이 되면 분명 좋은 건데,,, 개인이 느끼는 것에서 개인 이상의 상황이 조합이 되는 게 좋은데 선을 잘 모르겠어요. 어느 정도에 초점을 두어야 제 글이 부담되지 않을 수 있을까?

개인 중심으로 쓸 수도 있고 세계중심으로 쓸 수도 있는데,, 저는 세계만 중심으로 쓰진 않아요.


- 전 배명훈 작가의 “인물이 명쾌하게 그려진다”는 지점이 단점이라기 보다는 특징이라고 생각했어요. 읽으면서 기분 좋아지는 부분은 인물이 세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따뜻하게 내리는 결론, 독자로서 따뜻하기 때문에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하지만 본격문학에서 이런 점, 비평계에서는 엄청나게 지적하죠. 소위 말하는 “열린 결말”이 이게 아닌가.하는.

= 근데 잘 모르겠어요. 이 글은 쓰는 내내 거의 전부 다가 비평가들이 읽을 가능성을 전혀 안 하고 쓴 글이고 그 시선을 신경을 안써서 쓴 거에요. 전혀,, 그런 독자반응 말고 공부를 하는 사람의 비평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올해 들어서 듣기 시작했죠.

 

- 이 내용도 그렇지만, 이걸 읽으면서 오히려 박민규나 김중혁도 마찬가지, SF가 아니라 지금 젊은 세대가 읽는 발랄한 감수성, 저는 장르문학의 코드는 잘 모르니까, 감수성과 문학의 질문들,,, 세계관이나 인간에 대한 생각, 잘 배합을 시키는 작가들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타워보다 훨씬 그런 면이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사건이 처해지는 뭐랄까 시점,,, 이런게 두드러져 보이는데 이 책은 안 그랬어요.

= 북하우스에서 그 방식으로 리스트를 뽑은 점은 있어요. <얼굴이 커졌다>나 <매뉴얼>같은 작품은 장르판에서는 안 뽑을 글이거든요. 인물중심인 글이죠.


- 전부다 예전 작품집 <타워>와는 다르게 보입니다.

= 그렇게 뽑아서일 것 같아요. 그런 글만 쓰는 건 아닌데, 제가 쓰는 스펙트럼이 이정도면 이중에서 일부를 뽑은 거고. 타워가 제가 쓴 것에 연장선이라고 할 수가 없고, 그것도 소재와 주제에 맞춰서 쓴 거니까. 그 정도로 장르 농도가 들어간 건데 계속 타워같은 작품을 쓸거라 기대하는 분들께는 기대를 맞추기가 힘들죠. 아마 그런 글이 뽑혀서 책이 나온거니까 제가 실제 창작하는 작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 박민규나 김중혁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말쓴 드린게, 소통이라고 할까요? 전문적으로 문학 공부한 분들이 사석이라도 감상평을 받게 되면 유념하게 되지 않을지.

= 별로 많이는 못 들었고요.(웃음) 이 책은 그 전에 쓴 글이니까.. 평이 생기는데 인물에 관한 지적. 그쪽은 편집자도 그렇고, 작가들도 그렇고..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건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 아까 표제작이 맘에 든다, 이유가?

= 제일 쓰고 싶어했던 이야기. 그런 이야기, 단편을 많이 썼는데 그런 작품은 문단 쪽에서 활동했던게 아니라서 출간이 안됐어요. 근데, 저 같은 경우는 대중독자를 상대로 해야 하잖아요. 자주 보는 고급독자를 향한 게 아니라서 그러다보면 항상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도 그런 걸 소설 안에 집어 넣었어도 그것자체로도 재밌게 읽히게 하고 밑에다 숨겨둔거 같아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못 읽은 분도 재밌다고 하시는데, 정말 그 밑에 숨겨둔 메시지가 있는데 안 들어오는 구나, 아쉬운게 있는데 표제작은 신경 안쓰고 내가 쓰고 싶어하는 걸 그냥 편하게 쓴 거죠.


- 과학자였나? 철학자였나? 베르베르 <나무>에서, 보면 어떤 저명한 지식인이 자기가 죽을 때 사고를 계속 하고 싶어서 뇌를 포르말린에 담아달라는 유언을 하고 죽어요. 그럼 뇌는 계속 철학적인 사고만 하고 그 사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전하죠. 그런데 그 지식인이 죽고 아들이 포르말린을 갈고, 그 아들의 아들이 포르말린을 갈고,, 하는 동안 그 지식인의 뇌는 계속 사고하고, 철학적인 생각은 발전하는데 출력되진 않죠. 몸은 죽고 뇌만 살았으니까. 근데 그 손자 손자 대에 들어서 포르말린을 갈다가 유리병이 깨지면서 뇌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찌그러져요. 그리고 사고하는 것도 끝나죠. 허무하게.

그 생각이 났어요. <안녕, 인공존재>를 읽으면서. 아웃풋이 없는 상태가 효용이 있나? 이런 생각도 들고.

= 근데 아웃풋이 안 되는 존재에 대한 생각은 제 존재에 대한 생각이에요. 내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잖아요.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낼 방법이 없잖아요. 그걸 글로 표현하는 게, 목표 중에 하나에요. 남들한테 전달하는 것, 잘 안돼요. 어려워요.


- 배수아 작가, 예전 작가의 말에서 “한국어를 독일어로 번역하는 과제, 하고 싶은 말과 할 수 있는 말 사이에 투쟁이었다.”라고 했는데 저는 한국어로 기사 쓰면서도 항상 느끼는 겁니다. 젊은 작가들도 이런 생각하지 않을까요? 쓰고 싶은 작품과 쓸 수 있는 작품 사이 간극을 느끼는 것 말이죠.

= “젊은 작가 상” 뒤에 작가의 말에도 썼는데 젤 오래된 기억이에요. 엄마한테 말로 설명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는. 그건 정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은 한계가 느껴지는.. 그래서 작가가 그걸 표현하는 게 목표니까 그 중에 하나겠지만, 저는 젤 중요한 목표에요. 그래서 길게 잡아야 돼요. 몇 년만에 될 것 같진 않아요.


- 맨 앞 작품, <크레인 크레인> 배치한 이유가 있어요?

= 이 작품은 지구에서 내려가는 이미지래요, 맨 뒤의 <마리오 마리오>는 올라가는 이미지라서 그렇게 배치했다고 하더라고요. 출판사에서.


- 신형철 평론가는 <크레인 크레인>에서 크레인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풀던데(참, 잘 끼워 맞추는 구나,,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영매,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한자를 보고 힌트를 얻은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대학원 생활할 때 많은 크레인이 보였어요. 도대체 어떻게 갖다놓은 거지? 말을 했는데, 그거를 그대로 써본거에요. SF를 쓰면서 고민한 부분인데 한국에서는 워낙 과학이 낮은 수준이라서 예를 들어서 나로호 발사 같은 것, 미국에서는 50-60년대. 작가 입장에서는 외국글도 보니까, 되게 작가들이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개념도 설명을 굉장히 잘 해야 잡힐 듯말 듯,, 그럼 뭘부터 써야 하나?? 그것까지 안 간, 중장비에서 좀 더나간 거기서 써야겠다. 그래서 쓴 작품이에요. 예비군로봇이란 네이버에 연재한 작품인데 미래의 중장비 정도되는 기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연장선이에요. 크레인 크레인은.


이런 걸 쓰고 싶었는데,, 크레인에 관한 궁금증이 있었고. 떨어지면 쓸 수 있겠다는 생각.


- 예전에 문영 작가(장르문학- 무협, 판타지 작가)를 전화로 인터뷰 했는데, 90년대 이후 본격문학은 스토리를 잃어버렸고, 장르작가는 문장을 잃어버렸다. 그게 지금 상황이다라고 정의하시더군요. 장르문학계 작가들은 굉장히 다작하던데, 10년에 100권도 쓰는 분도 있고. 그래서 문장이 거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배명훈 작가 소설 문장을 보면서 꼭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했어요. 문장이 참 매끄러웠거든요. 쓰고 싶은 이야기와 쓸 수 있는 이야기의 간극도 좁아보였고.

= 그 분이 말씀하시는 장르작가와 제가 말하는 장르는 달라요.

- 그 분은 판타지, 무협 등등. 장르 안에서도 여러 가지를 하시던데요.

= 제가 있는 곳은 하나하나를 잘 써야 하는 곳이고 그래서 문장도 굉장히 잘 쓰는 분도 많고 문창과, 국문과 출신이 많아요. 그런 흐름이 있으니까 문학으로서 기본을 다 해야 한다는 게 있고, 예전에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 이어지는 흐름은,, 말씀하신대로 빨리써야 작가로서 유지가 되는 형태가 있더라거요. 그런 곳은 빨리 쓰는 게 관건이니까.

하나의 장르 문학이 아니에요. 우리끼리도 잘 몰라요.


- 일반인이 생각했을 때 배명훈 작가는 SF와 본격문학 크로스오버가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둘 다 독자층이 시장이 다른데. 둘다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강박 있을 텐데

= 그래서 실험을 하는 측면이 있는데, 제가 뽑으면 이렇게 안 뽑는다고 했잖아요. 출판사에서 뽑으면 이유가 있는 거거든요. 제가 왜 이렇게 뽑았나요? 더 쉬운 작품 뽑으시지. 물어봤는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나름 쉬운 걸 뽑은 거에요. 각자가 생각하는 대중의 틀이 달라요. 분명 전체는 아니에요. 그걸 한 번 해보고 싶은 거죠. 내 생각은 아니라도 저쪽의 지식이 있고, 저쪽 독자군에 대한 경험이 있으니까 어울리는 책을 내보자. 해보고 싶었어요. 일단 어떤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지, 반응을 들어보고. 다르게 쓴다든지 묘사한다든지.

그걸 장르출판사, 장르 팬덤의 숫자만 세거든요. 이쪽도 비슷할거에요. 그걸 대중이라고 하는 건데.


- 제가 예전에 장르문학 관련 취재를 하다가, 연초에 시공사가 장르문학 문예지<판타스틱>를 사들이면서 복간되고, 강지영 작가가 씨네 북스에서 2권 연달아 소설 출간하고 그때쯤 이제 장르문학도 한국에서 발을 디디나? 그래서 기획안 내고 취재했는데, 근데 취재하는 주에 판타스틱 휴간하는 일이 벌어졌죠. 그때 판타스틱 편집자들이나 장르작가들이 “이게 현실”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때 놀라웠던 사실은 아까 말씀드린 박민규나 김중혁, 윤이형 같은 본격문학 작가들이 장르적 코드를 갖고 장단편에 삽입하는 걸 부정적으로 볼 줄 알았는데, 장르작가들은 진입장벽 낮춰줘서 좋아하더라는 겁니다. 어설프게 따라해서 싫어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해리포터가 판타지 문학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서 시장을 키웠듯, 본격작가들이 장르코드를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도입하면 그만큼 진입장벽을 낮춰서 시장을 키운다는 점에서 환영하더라는 거죠.

= 장르문학, 본격문학은 나름의 편견이 있을 거란 편견이 있어요. 실제로 부딪쳐보니까 아니더라고요. 단지 몰라서 막는 거지, 알고 막는 건 아니고. 문단에서도 저를 알고 막는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요.

<안녕 인공존재>는 장르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SF물이거든요. 평론가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 사실을 모르는 거죠. 한국에서는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이 꽤 있어요. 구체적으로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하거나 애들이 볼 거라는 편견.

미국에서 연간 2000~30000권이 나온데요. 이미 보편적인 주제를 다룰 시장이 있는 거고. 되게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고. 뭐랄까요 서로 진입장볍이 벽이라고 할 정도로 강하진 않다, 장르소설 지망생도 신춘문예 공모전에 계속 응시하고.


- 장르문학의 문법, 예를 들어 무협지는 이 시점에서 다치고, 누가 나오고, 어떤 전투가 벌어지고, 그 결말은 어찌하고...  외국어 문법처럼 있고 그 문법을 지키면 문학작품이 무한반복해서 쓸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 법칙이 일반 독자는 이해 못하거나 재미를 못붙이는 진입장벽을 만들기도 한다고 해요. SF도 그런가요?

= 정의를 구체적으로 내리기 힘든 게 여러 설이 있는데 중요한 건 과학적 원리라든지 어떤현상, 사실이 스토리랑 잘 접목이 돼야 해요. 과학적 사실이 스토리랑 별개로 이어지는 건 SF가 아니거든요. 과학적 이야기를 하는 다른 장르로 보이는데, 과학적 지식이 스토리 전개에 결정적인 것으로 들어야해서, 그 기준에 부합하는 글을 쓰기가 되게 어려워요.


- <안녕, 인공존재>가 딱 그런 작품이네요.

= 정의를 그런 기준으로 보고 있어서 SF는 대량생산이 안돼요.

- 그러네요. 단편 <엄마의 설명력>도 마찬가지고.

= 천동설, 지동설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과학은 패러다임의 전환, 그게 바뀌는 순간이 스토리랑 잘 녹아 있는 게 SF라고 하는데, 그래서 대량생산이 안돼고 작가가 충분히 공부해서 느끼지 못하면 흉내내기 힘든. 기법으로 SF를 쓰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그게 성공하면 그냥 SF물이 되는 거고.

국내에서 생각하느 SF기준이 그래서 시도만 한다고 범위에 들 수 있는게 아니에요.


- 전 투명인간이나 4차원의 신세계같은 것 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웃음)

= 그런 식으로 쓸 때 미학적 경의감, 그걸 느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떤 장르를 정하고 경의감을 느끼려면 얼마나 잘 써야 겠어요? 기준이 높아요.


- <문예중앙>에서 매체에 따른 글쓰기에 대해서 좌담회 하신다고 하셨죠? 본격작가는 많이 바뀐다, 취재하면서 절실하게 느끼거든요. 일간지, 단행본연재, 인터넷 연재와 지금 보면 문장 길이가 굉장히 짧아졌다. 'Ebook- 스탠차'로 출시되면서 훨씬 더 짧아 질거다, 근데 장르문학도 그런가요?

= 장르문학에서 본질적인 변화는 PC통신 시절이고 이후는 변한 것 같지 않거든요. 그때 붐의 연장선이거나 아예 그 이전에 흐름을 따라가거나 2가지.

세분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작가로서 활동할 때는 어때요? 시장의 변화나 독자들이 변했다든지. 소비방식에서.

= 장르적으로도 독자가 나눠져 있어서 독자군에 따라서 읽는 습관이 달라요. SF물은 원서를 읽는 분이 많아서 열심히 읽는 분이 있고 그 독자가 핵심이고 그 독자에 맞춰서 쓸 수는 없어요. 유지가 안돼고. 그 기준에 맞추기도 어렵고. 근데 제가 느끼는 거는 웹진에 계속 발표하다보면 느끼는 건데 인터넷에서 읽히는 글의 종류와 책으로 읽히는 글의 종류, 일단 읽는 속도가 달라요. <타워>를 알라딘에 연재하면서 느꼈는데. 책으로 볼 때는 다른 평을 받게 되더라고요. 그게 잘 통제가 안돼요. 정독하는 분이 있고, 2시간만에 한 권을 다 읽는 분이 있는데. 세계에 대한설명,, ,장르독자들은 그냥 넘기는 부분이죠. 이런 것도 있구나,, 근데 본격문학에서는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꼼꼼하게 읽고 어렵다고 말씀하시죠. 뭐가 쉽고 뭐가 어려운지 달라요. 각자 속한 곳에서 좋은 평을 받은 글이 읽기 좋다고 믿고 있어요 완전히 달라요.



- 해설에 썼지만, 본격문학이든 장르문학이든 평론가 신형철이 본 문학기준은 “진실이다”라는 것. 이건 신 평론가의 기준일테고,,, 작가들 마다 지향하는 게 있지 않을까요?

배명훈 작가는 밝고, 그러면서 진지함이 있는 작품들이던데요.

= 그런 거 같아요. 글을 쓰면서 밝아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밝은 사람 몇 명 없는데. 저는 기분 좋을 때 주로 쓰는 편이고. 우울할 때는 놀아요. 빨리 기분을 업시키려고.

저는 점점 밝아지는 것 같아요. 재밌다는 느낌이 드는 게 작가의 위치가 그런 것 같아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이걸 나중에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 한 발 물러나고 구경하는 관점이 돼요. 오래되면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괴롭지가 않아요.

밝아지게 만드는 장치인 것 같아요.

 

- 예전 인터뷰기사를 봤는데, 배우 송강호가 너무 슬퍼 울고 있는데 이 슬플 때 얼굴근육 모양이 어떨지 기억하려고 얼굴 더듬고 있는 자신을 볼 때 내가 정말 싫다,고 하더라고요.

= 저도 심해지면 진짜 삶을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취직을 하든지. 일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업 작가지만 지금은, 다른 직업이 없다는 의미에서. 안 좋은 것 같아요. 작가로서 자리를 잡더라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진짜 사회 사람들의 감각을 잃어버리니까.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걸 직업으로 하면, 소설에 자꾸 편집자가 등장해요.


- 읽으면서 이 작가 이제 장편쓸 때 됐는데, 안 쓰나? 이런 생각했어요.

= 예전에 쓴 게 있는데 아직 안 냈어요. 일단 수정을 해야하고요. 이 작품집과는 다른 완전SF물. 다른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한 마디로 요약하기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