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타페오

꿈꾸는 자의 삶

니콘 F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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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것

2006. 12. 14.

어린 시절, 전자 제품은 전적으로 부모님 특히 아버님의 영역이었다. 요즈음처럼 학생 신분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전자 제품이란 없었다. 아버지가 사진을 좋아하면 그 집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를 만지작거릴 수 있는 행운을 얻었고,아버지가 음악에 관심이 많으면 LP판을 닦으면서 팝송에 일찍 귀가 트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나의 경우는 후자다.

 

 

대학 시절, 침침한 하숙방에서 뒹굴며 이 책 저 책 읽던 시절, '브레송'과 '살가도'의 흑백 사진을 보면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강한 욕망을 느끼곤 했다.그러나 아버지를 여의고 힘겹게 대학 생활을 하던 나에게 카메라는 너무나 벅찬 물건이었다.필름 카메라는 달랑 카메라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졸병들의 수가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구입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정기적인 수입이 생기자, 큰 맘 먹고 내지르게 된다. 이미 내 시선을 끌던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에 요즈음 디카 살 때처럼 고민하지 않고 내질렀다.니콘 Fm2

 

 

 

 

 카메라가 손에 짝 붙었다.게다가 셔터 소리,필름 감을 때의 손맛이 무척 좋았다.셔터를 누를 때 미러가 움직이는 소리 또한 내 마음을 붙들었다. 이 카메라는 노출계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수동식이다. 물론 요즈음 카메라와 비교해 볼 때 무척 불편하지만, 당시로서는 카메라라면 당연히 그런 것이었다.나는 이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배웠고, 내가 보는 세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나의 첫 카메라를 고향에 갔다오던 어느 날, 그만 버스에서 두고 내렸다. 끙끙 앓다가 몇 개월 후 다시 이 카메라를 샀다. 몇 년이 지난 후, 이 두번 째 카메라도 집에 들어온 도둑이 가져갔다. 다시 세번 째 카메라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엔 실버가 아닌 블랙.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모델이다.

 

 

 

 니콘 Fm2를 갖고 주로 흑백 사진을 찍었다.가정을 갖게 되면서 칼라 사진도 찍어야 할 경우가 종종 생기자 다른 카메라가 필요했다.물론 이 카메라로 칼라를 찍는 것이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항상 흑백 필름을 넣고 있었기 때문에 칼라 전용의 카메라가 필요했다.그래서 구입한 것이 F3.

 

 

 

 

당시로서는 기계적으로 아주 대단한 카메라였다.내셔날 지오그래픽 기자들이 목에 걸치고 찍은 사진을 종종 볼 수 있었던 카메라다.물론 손맛도 대단했다.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니콘 기계에 점점 빠져들었고, 니콘 F, 니콘 F100이 추가로 나의 카메라 리스트에 올랐다.이 네 카메라는 모두 지금도 내 곁에 있다.그런데 만일 이 넷 가운데 마지막 하나만 택하라면 주저없이 나는 Fm2를 선택할 것이다. 나의 첫 카메라이기 때문 만은 아니다.처음 만졌을 때부터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을 주었었는데, 지금도 변하지 않는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에 그를 외면할 수가 없다. 요즈음도 이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편안하고 즐겁다.

 

 

요즈음 관점에서 보면 무척 불편한 카메라다.그러나 오히려 이런 것이 장점일 수도 있다.카메라를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기초적인 것들을 공부하지 않고는 찍을 수 없기에, 카메라라는 기계에 익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인기가 있는 것 같다.인터넷 상에서 보면 젊은 사람들 가운데 이 카메라를 찾는 사람들이 꽤나 되는 듯 싶다. 벌써 나온지 20년이 넘은 카메라인데(1982년에 첫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