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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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에 충성/군인이야기

2013. 5. 16.

 

진주 공군훈련소에서 훈련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군인다워지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몸과 정신이 점차 단련되어가고 있던 어느 날, 강당에 모인 훈련병들에게 조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자대에 가서 군 복무 기간 동안 겪게 될 특기를 배정받는 날이니깐 신중히 경청하고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일제히)네 알겠습니다!” 제법 군기가 들었을 법한

훈련병들은 모두 긴장했습니다. 군 생활 2년 3개월 동안의 생활이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날이기도 하니까요.

강당에서 특기를 소개하는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희망하는 특기를 1~3지망을 써서 제출한 뒤 간단한

시험을 치른 후에 나는 ‘전자광학 장비정비’라는 특기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특기

소개 프레젠테이션을 보다가 카메라를 보고 나서 ‘내가 제대 후에도 도움이 되는 특기가 될 거 같기는 한데

이 많은 훈련병 중에 7명만 뽑는데 될 수 있을까? 에라 모르겠다.’라고 생각하고 1지망으로 써서 낸

거였는데 운 좋게도 1지망으로 낸 ‘전자광학 장비 정비’ 특기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진특기라고도 불리며 사진병 혹은 정훈병으로 임무 수행한다고 하더군요. 후에 특기 학교에서 사진특기에

대해 교육을 받으면서부터 나는 사진에 매료되었습니다. 일명 ‘찍새’라고도 불리는 사진특기는 부대의 주요

행사 및 군 홍보용 사진촬영이나 병사들의 정신 교육용 자료 관리, 방송장비관리, 행정업무 등을 수행한다고 배웠습니다. 역사를 기록하고 남겨 놓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는 특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아가 내 전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디자인과 사진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예술적인 감각, 구도, 색감 등 모든 면에서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군 생활은 그렇게 기분 좋게 시작되었습니다.

 

자대 배치를 수원으로 받고 나서 시작된 이등병 생활은 힘들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사진에 있어서 필요한

보정 프로그램을 전공 때문에 많이 사용했었는데 능숙하게 다뤄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부대에서 관련 도서 등을 구매해주어 심도있게 보정하는 기술이나 사진에 대한 전문적인 상식 등을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배워가는 나의 노력에 사진 반장님과 선임은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독려해주었습니다.

사진과 카메라에 푹 빠진 나는 이등병 때부터 모은 월급으로 일병 휴가 때 꿈에 그리던 DSLR 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나만의 카메라가 생겼다는 생각으로 들뜬 마음에 휴가를 나가서도 혼자 카메라를 메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복귀했습니다. 부대 안에서도 사진만 찍다가 부대 밖에 나가서도

사진만 찍다 복귀한 셈이네요. 그리고 그 이후부터 모은 월급으로는 상병 때 렌즈를 샀습니다. 이 정도면

내가 당시에 얼마나 좋았는지 아시겠죠?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이미지를 내가 담아내는 그 모든 것이

재미있고 놀라웠습니다. 하루는 사진반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이 주 상병! 카메라가 그렇게 좋으면

시간 있을 때 사진기능사 공부 한번 해보지그래?” 시간이 흘러 나는 병장이 되었고 보다 여유로워진 여가

시간을 적극 활용하여 사진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하였고 단 한 번의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치른 후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의기양양해진 주 병장은 군 생활에 후회 따윈 없었습니다. 남들보다 많이

배웠고 많은 걸 얻었던 나의 군 생활은 2008년 여름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죠. 제대하자마자 3일 뒤에 베이비

스튜디오에 입사해서 아기들을 촬영하면서 용돈 벌이를 했습니다. 6개월 정도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면서도

폭넓은 기술과 상업적인 사진 등의 사진들에 대해서 많은 걸 배우기도 했습니다. 물론 부대에서 배운 것들을

많이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결혼식, 돌 사진 등의 부탁을 받기 시작한 시기도

이때부터였네요. 복학을 하고 나서도 군대에서 공부한 프로그램들을 지금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광고 디자인이나 패키지 디자인 등의 작업을 할 때는 사진 촬영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구도나 색감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다 넓은 세상을 담고 싶어서 휴학을 하고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에 나가 당당히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학교에서 학업을 진행 중인 나는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나갑니다. 남들은

너무 힘들었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하는 군 생활.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되지만 나에게는 정말 그랬습니다.

 

그때 그 시절 배우고 경험했던 것으로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때만큼 열정이 조금 식긴 했지만, 당시의 열정으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렵니다.

마지막으로 제대하면 군무원으로 자신의 옆에서 일하라고 습관처럼 말씀하시고 항상 아버지처럼

대해주신 사진반장님! 요새도 운동 열심히 하십니까? 정말 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내 청춘에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