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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에 있는 묘, 함부로 옮기면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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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0. 5. 17.

우리 아버지 묘를 이장하라고요?

 

이땅씨는 얼마 전 어처구니없는 전화를 받았다.

땅 주인인 방빼씨가 대뜸 전화를 해서, 땅을 팔 예정이니 그 땅에 묻힌 이씨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2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당시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방씨 아저씨의 동의를 얻어 방씨 아저씨의 땅에 아버지를 묻었는데 지금 와서 그의 아들 방씨가 묘를 이장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방씨는 20년 동안 이씨에게 묘에 대한 아무런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씨는 자신의 상황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다고 생각했다. 20년 전에 방씨 아저씨께 고마움의 표시로 약간의 사례금까지 드렸는데...

 

이씨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정말 땅 주인인 방씨의 요구에 따라 자신 아버지의 묘를 이장해야 할까?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라는 통보는 정말 날벼락 같을 겁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내 땅이 아니었으니 묘를 이장하라고 하면 순순히 이장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집 주인이 전세를 옮겨달라고 하면 옮겨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경우, 이씨는 정말 묘를 이장해야 할까요?

정답은, ‘No’입니다. 방씨는 이씨에게 묘의 이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묘기지권’ 때문이지요.

 

 

남의 땅에 묻힌 조상, 100% 이장할 필요 없다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의 기지(시설의 근거지: 묘의 토지)에 대하여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그리고 분묘는 사람의 사체나 유골을 매장하여 죽은 사람에 대해 제사를 지내 예를 갖추는 장소로, 일반적으로 사람의 제사·예배의 대상이 됩니다. 분묘에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경과 숭배의 감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발굴하는 행위는 유족(遺族)의 사자에 대한 존경과 숭배의 감정을 해하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집주인이 월세를 빼 달라고 하여 방을 빼 줘야 하는 것처럼 쉽게 묘를 이장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분묘기지권은

①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분묘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함으로써 시효로 인하여 취득한 경우,

③ 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분묘에 관해서는 별도의 특별한 약속이

없이 토지만을 타인에게 처분한 경우

가운데 한 가지 요건만 갖추면 성립합니다.

 

타인 소유의 토지에 그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자가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하는 경우에는 현재 위 임야의 소유자를 상대로 분묘기지권을 행사하여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1969. 1. 28. 선고 68다 1927 판결)

 

 

봉분이 없는 묘는 예외!  

하지만 모든 묘라고 해서 다 옮기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닙니다. 분묘기지권은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 인정되기 때문에 존숭(높이 받들어 숭배함의 대상)이 되어 있지 아니한 고분, 즉, 봉분이 없는 묘는 ‘분묘’ 의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따라서 평장(봉분을 만들지 않고 평평하게 매장한 것) 또는 암장(남몰래 장사를 지냄) 되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외형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주기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는 버려진 묘의 경우도 같습니다.

 

또한, 사전 승낙 없이 남의 땅에 묘를 설치하고 오랜 기간(법적으로 20년) 평온하게 있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승낙을 받지 않았으므로 이런 묘는 반드시 이장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방 씨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씨는 사전에 방씨 아저씨의 사전 승낙을 얻었고, 분묘의 형태도 갖추어져 있으며, 20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으므로 아버지의 묘를 이장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만약, 묘를 이장하지 않아 방씨가 화가 나서 이씨 아버지의 묘를 연고가 없는 무연고 묘로 처리하여 분묘를 강제로 이장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분묘를 이장하기 위해서는 무연고 처리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을 처리 한다면 불법입니다. 연고자가 있을 경우 이런 사실을 반드시 통보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행동할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형법 제160조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형법

제160조(분묘의 발굴) 분묘를 발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분묘기지권은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할 수 없어요

땅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기부등본만을 확인하는데 분묘기지권은 등기부등본에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땅을 사기 전에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경우, 묘를 마음대로 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임야 등을 경매로 매입할 경우에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돌아가신 분을 함부로 옮기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방씨와 같은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땅을 개발하거나 마음대로 쓸 수 없어서 답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과거에 허락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분묘가 있는 땅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걸까요? 그렇다면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만 불리한 건 아닐까요?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전에 분묘와 관련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남의 땅에 분묘를 만들게 될 경우, 분묘의 존속기한을 미리 약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위의 경우에도 방씨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이씨와의 원만한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이미지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