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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미국인에게 곤장을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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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0. 5. 18.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억울하옵니다 사또!”

“에잇,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어? 이놈을 매우 쳐라!”

 

사극에서 많이 보던 곤장 치는 장면! 생각나시죠? 우리나라에서도 곤장은 죄인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어 왔는데요,

1905년 《형법대전(刑法大典)》이 제정되면서 곤장제도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곤장이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나라가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법질서 선진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과연 무슨 이유로 태형제도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요? 또한 곤장이 효과가 있기는 한 걸까요?

싱가포르의 태형 제도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 ''권장치고'

Ⓒ 숭실대 기독교박물관 

 

싱가포르 태형 집행방법은?

태형을 소위 곤장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곤장과 태형은 다른 것이라고 합니다. 위 풍속화에서 보이는 것은 ‘곤장’으로, 넓고 길쭉한 노처럼 생긴 것을 말하고, 태형은 말 그대로 회초리같이 가느다란 나무를 이용하여 때리는 것입니다.

 

현존하는 싱가포르의 태형제도는 넓은 곤장이 아니라 등나무로 만든 길이 1.2m, 두께 약 3cm 정도의 회초리입니다. 형 집행 장소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수용중인 교도소의 옥상이 자주 이용되며 예고 없이 갑자기 불러내 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형 집행을 기다리는 수용자들에게 형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집행 시기를 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형장에 끌려 나가면 일단 옷을 모두 벗긴 뒤 허리에 두터운 벨트를 채우는데, 혹시라도 매질 중에 발생할지 모를 허리부상이나 장파열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싱가포르의 태형 장면 Ⓒ Daum blog ‘구룡초부’

 

싱가포르의 태형은 제자리에서 때리는 것이 아니라 3명이 교대로 서너 발자국 뒤쪽에서 달려 나오면서 체중을 매에 실어 힘껏 내려치는 방식입니다. 또한 짧은 시간 내에 몰아치지도 않고, 1분당 1대씩만 때립니다. 그 사이에 엉덩이가 갈라지고 피가 나면 대기하고 있던 간호사가 소독약을 발라주며, 정해진 시간이 되면 또 매질이 가해집니다. 따라서 싱가포르의 태형은 하루 몇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날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네요.

 

두세대 정도 맞고 나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심지어는 입원 도중에도 침상 위에 누워서 계속 끙끙대고 헛소리를 하는 증세까지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의 태형제도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무서운 제도는 확실한 것 같지요^^.

 

 

때리면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한 사항이 하나 생깁니다. 저토록 잔인하기까지 한 태형이 과연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까 하는 것이죠.

2002년 1월부터 6개월간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각종 범죄에 대한 [싱가포르 경찰본부] 공식통계자료에 의하면, 해당기간 동안 강도는 426건이 발생했으며, 강간은 단 79건, 성희롱은 535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전체 범죄발생건수는 15,819건이며, 그 중 10,793건의 사건에서 구속 수감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의 현재 인구는 약420만 명(체류자 포함)인 것을 감안한다면 여타 국가들에 비해 인구대비 범죄발생건수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낮은 범죄발생률이란 결과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무서운 태형제도도 단단히 한 몫 한다는 게 대다수 싱가포르인들의 평가라고 합니다.

 

 

감히 미국인에게 곤장을 쳐?!

싱가포르의 태형제도는 싱가포르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법이 아닙니다. 일례로, 1993년 미국인 청소년 마이클페이(Michael Fay)가 싱가포르에서 20여대의 민간인 차량에 ‘장난삼아’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려 파손하고, 교통표지판 등 여러 공공기물을 훼손했다가 싱가포르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싱가포르 법원은 페이에게 징역형과 함께 태형 6대를 선고했고,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온갖 압력을 행사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결국 태형을 집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때에도 큰 인심을 쓰는 척 하며 태형 6대를 4대로 감형해 주었다고 하네요.^^;;

 

미국은 싱가포르의 태형을 일컬어 ‘독재국가에서 자행된 비인간적 형벌’이라고 비난했지만, 싱가포르 법무장관은 ‘싱가포르에 관광을 오든, 와서 살든, 싱가포르의 법을 준수 하고, 만약 어겼을 경우엔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 아닌가?’ 라고 얘기하며 태형제도의 당위성을 밝혔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싱가포르는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초강대국과의 대결에서 당당히 자기의 법제도를 지켜낸 것 같습니다.

 

 

악명 높은 싱가포르 태형, 이렇게 시작되었다!

싱가포르에 처음 태형이 생긴 것은 영국식민지 시절, 외래민족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대도시를 건설하면서 부터라고 합니다.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살다보니 질서체계를 제대로 잡아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고, 결국 영국 식민당국은 다른 여러 엄한 형벌과 더불어 태형제도를 싱가포르에 도입하게 되된 것이죠.

 

싱가포르가 독립을 한 후에도 질서유지 측면에서 여러 엄한 형벌들 중 유독 태형제도 만큼은 폐지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준엄하게 시행하였고, 그것이 오늘날에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 이 태형제도가 문화적으로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도 싱가포르 전체인구의 약 20%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이슬람 신자들인데, 엄격한 이슬람 율법 ‘샤리아’엔 태형 같은 직접적인 신체적 고통을 주는 형벌도 포함되어 있어, 싱가포르인들 입장에선 태형이라는 형벌이 문화적 측면에서도 결코 낯설지 않았던 것입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에게 심각한 피해·위협을 주는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

또는 파렴치범, 질 나쁜 일부 불법입국행위,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에 태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죄인을 벌하는 특효약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한,

싱가포르의 태형제도는 그 역사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악명 높은 태형 제도가 도입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 한데요.

그래도 가끔 성추행이나 성폭행범 같은 파렴치범들을 보면 곤장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설마,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내용출처 = 『싱가포르의 태형(笞刑:곤장)제도』, 대구교도소 보안과 도대회 교위, 2008.

기산 김준근 풍속화 ‘권장치고’ = 숭실대 기독교박물관

싱가포르 태형 사진 = Daum blog ‘구룡초부’

모든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