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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42.195km 완주, 이봉주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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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0. 5. 18.

지난 5월 2일, 제19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나는 이번에 자원봉사자로 장애인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로 벌써 19회째를 맞는다는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사실 그동안 이런 대회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봉사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휠체어마라톤은 비장애인들이 참가하는 마라톤과 동일한 규정을 사용한다. 비장애인들이 참가하는 마라톤과 같이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하며 완주시간은 더 빠른 1시간 20분 정도이다. (경기 시간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대표 마라톤 선수보다 훨씬 빠른 셈이다.^^;) 대회에 사용되는 휠체어는 일반 휠체어와는 다르게 세 바퀴로 구성되어 있는 경주용 휠체어를 사용한다.

 

 

▲경주용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 경기 중인 선수들 Ⓒ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휠체어 마라톤대회의 시작은 ‘법’이었다!

휠체어 마라톤의 시작은 미국의 보스톤 마라톤대회였다. 1975년까지는 비장애인만 출전할 수 있었던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 ‘밥홀(Bob Hall)’이라는 휠체어 사용자가 참가 자격을 둘러싼 법정소송을 벌였고 결국 참가 자격을 얻어 2시간 58초의 기록으로 완주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밥홀의 용기 있는 도전은 많은 휠체어 사용자들의 의식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휠체어마라톤이 활성화되고 레이스 장비도 발전하게 되었다.

비장애인의 마라톤이 다리를 이용해 뛰는 것이라면, 휠체어마라톤은 팔을 이용해 휠체어를 굴려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선수들 모두 팔 근육이 굉장했다. 그것은 피나는 연습의 결과일 것이다. 외부 코스를 지나 경기장에 들어와 막판에 정말 힘들어 하는 선수에게는 더욱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결국, 최고령자를 포함한 전체 참가자가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일본인 선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1등은 일본 선수가 차지했다. 풀코스 외에도 하프코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걷는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었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코스에는 가족들이 많이 참가한 것 같았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밀어주기도 하고 함께 완주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마라톤으로 생각해 본 장애인 차별

1975년에 채택된 UN 장애인권리선언 9조는 장애인들이 모든 사회적 활동, 창조적 활동,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UN장애인권리선언

제9조 中: 장애인은 그 가족이나 양친과 함께 생활하고 모든 사회적 활동, 창조적 활동,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우리의 ‘장애인복지법’에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며 동시에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조(장애인의 권리) ①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②장애인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밖의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③장애인은 장애인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

 

장애인은 위와 같이 명시된 것처럼 언제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은 그저 알고만 있을 뿐이며 직접 장애인들을 만나면 눈에 보이는 대로 짐작하고 결정지어 버린다.

‘그 몸으로 할 수 있겠어?’

‘좀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약자로 생각하며 ‘배려’한다고 하는 많은 행동들이 어쩌면 장애인들에게 는 진정한 배려가 아닐 수도 있다. 배려한다는 것 그 자체가 차별이 될 수도 있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행동 범위를 비장애인들이 함부로 결정짓는 것일 수도 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다른 이들로부터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단순히 생각만 하지 말고, 능동적인 삶을 살 권리가 있으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UN장애인권리선언과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주었고, 그들을 얼마나 큰 존엄과 가치로 존중해 주었으며, 어떤 걸맞은 대우를 해 주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또한 내 자신이 먼저 부끄러워졌다.

 

 

휠체어는 형태만 다른 다리일 뿐!

Ⓒ아이클릭아트

 

비장애인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여 성공하면 성공 그 자체에 열광하지만, 장애인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을 하면 사람들은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장애를 딛고 그러한 일들을 해내다니, 정말 대단하다!’, ‘존경스럽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극복’ 이전에 그러한 것을 향유할 권리가 원래부터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앞으로는 장애인들이 많은 곳에 참여할 수 있는 대회나 기회가 많이 생겨서 사람들이 장애인의 능동적인 권리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피부색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듯이, 휠체어는 동그란 형태의 다리에 불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