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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담원 레그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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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0. 5. 19.

 

“안녕하세요, 상담원 레그미입니다.”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 근무하는 저는 남다른 고충이 있습니다. 바로 첫인사와 상담 말미에 상담원 이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한국 이름이 있으면 편하겠지만 외국인이다 보니, “상담원 레그미입니다.”라고 말하면 고객들은 항상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라며 되묻곤 합니다. 제가 “외국인 상담원 레그미입니다.”라고 다시 말하면 이상하게 느껴지는지 한국인 상담원을 바꿔달라고 하십니다. 그럴 때면 살짝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같은 상담을 받고도 고맙다고 인사하시는 고객을 만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또 만나게 될 많은 고객들을 위해 다시 제 소개를 열심히 연습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상담원 레그미입니다!”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1345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는 쉴 새 없이 전화 벨소리가 울립니다. 갑자기 한 상담원이 “네 고객님 F4입니다~ F4” 하면서 ‘꽃 보다 남자’의 F4를 찾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미국 영주권과 비슷한 개념의 우리나라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증’에 대해 얘기하면서 체류자격이 F4에 해당한다고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 전경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는 2008년 3월에 개소한 국내 유일의 외국인종합안내센터입니다. 이곳에서는 외국인등록·비자신청·국적취득 등 외국인의 출입국 민원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 다문화가정이 겪는 가정상담 등 생활민원까지 상담해주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방방재청· 국세청 등 10개의 공공기관과 연계가 되어 있어, 외국인이 공공기관으로 전화를 걸면 3자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어, 중국어를 비롯하여 베트남어, 몽골어, 네팔어, 캄보디아어 등 18개국 언어로 상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는 개소 2년 만에 450만 건의 민원상담을 해줬다고 합니다. 거기다 서비스 이용만족도도 타기관에서는 상상도 못할 94%라고 하는데요,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상담전화에 만족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 비결을 찾아봤습니다.

 

 

1345외국인종합한내센터를 직접 찾아가다!

 

 

▲ 결혼이민자 상담원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9명의 결혼이민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상담원 수는 56명입니다.) 이들은 출입국사무소의 ‘결혼이민자 네트워크’ 온라인 카페에서 뽑힌 사람들로 일정 기간의 교육기간을 거쳐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결혼이민자 상담원이 있기에, 외국인을 배려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상담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고 객 : 저기......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 맞나요?

상담원 : 네 고객님 그렇습니다. 말씀하세요

고 객 : ......

상담원 : 고객님?

고 객 : 나, 우리나라 말을 너무 하고 싶어요. 여긴 따갈로그어(필리핀) 쓸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흑흑...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는 단순히 모국어로 말하고 싶어서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9명의 결혼이민자 상담원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겠지요. 결혼이민자 상담원은 몽골, 베트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미얀마 등 소수 언어권 출신이 대부분입니다. 소수 언어권의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자신의 나라 언어로 친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단한 만족감을 보인다고 합니다. 같은 나라 사람끼리 한국어로는 전할 수 없는 세밀한 부분과 감정까지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상담했던, 잊을 수 없는 그 사람! 

“몽골인 어츠코씨”

제가 상담했던 몽골인 D씨는 건설현장에서 눈을 다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갈 비행기 값이 없다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더군요. 슬픔에 빠져있는 그 사람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서울출입국사무소에 이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또 직접 병문안을 가기도 했지요. 얼마 후 비행기 값이 모아졌고, D씨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며 무사히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일은 제가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입니다.

“베트남 이진주씨”

C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였습니다.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올 때를 대비해 공항에서 재입국허가 신청서를 작성하다가 고용주의 동의서를 받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자칫하면 비행기 티켓을 포기하거나 휴가 스케줄이 엉망이 될 상황이었지요. C씨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저는 C씨의 사장님에게 그 상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C씨가 제게 전화를 했더군요. 사장님이 공항 팩스로 동의서를 넣어주어 무사히 출국할 수 있게 되었다고요. 그 전화를 받고 제가 다 안심이 됐습니다!

 

  

 

 

결혼이민자 상담원은 모국 출신의 민원인뿐만 아니라 한국 민원인도 상대합니다.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는 하루 평균 5~6천 건의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입니다. 네팔어 상담원인 레그미씨는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 외국어상담원들이 함께 근무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설사 이름이 낯설고 한국어 발음이 어색하다고 하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세요” 라고 했습니다.

 

 

결혼이민자들을 채용하는 등 더욱 가깝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 그러나 이곳에도 스리랑카어 등 아직까지 지원되지 않는 언어가 있어 걸려온 전화를 그냥 돌려보내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는 현재 지원되는 18개 외국어를 20개 이상으로 늘리고, 3자통역으로 연계되어 있는 공공기관도 10개에서 그 이상으로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통화중일 때 전화번호를 남기면 전화를 걸어주는 ‘예약콜 서비스’ 도 확대할 예정이고요. 한국에 체류하는 약 120만의 외국인을 위해 애쓰고 있는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 더 나은 한국의 모습을 위해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