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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울던 아이, “제발, 엄마 나라로 보내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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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0. 7. 6.

잊을 수 없는 그 때 그 아이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박진하

 

 

며칠 전 제가 일하는 인천공항 출국심사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심사장 쪽에서 어린 아이 울음소리가 심하게 들려왔습니다. ‘또 엄마 말을 안 듣고 떼쓰는 아이가 있나 보다, 뭐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닌데...’ 하면서 무심코 지나치려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 울음소리가 10분 넘게 계속해서 들리고, 소리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이대로 두면 심사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저는 그 아이 부모에게 주의를 줄 요량으로 심사부스로 나가봤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중국인 할머니가 울면서 몸부림치는 여자 아이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계셨습니다. 중국어 통역 심사직원을 통해 중국인 할머니에게 이 아이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외손녀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딸이 한국에 시집와 살고 있는데, 딸네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외손녀를 중국으로 데려가 키우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외할머니가 그 얘기를 하는 동안에도 아이는 거의 까무러칠 정도로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다 아이가 잘못될까 걱정이 되어 사무실로 데려왔습니다. 과자를 주며 달래봤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는 밖으로 나가려고 몸부림 칠뿐이었습니다. 밖으로 도망쳤다가 보안검색 직원한테 다시 안겨 들어오고, 또 밖으로 나갔다가 안겨 들어오고...... 그래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얘야 도대체 왜 그러니? 그만 울고 얘기 좀 해보렴......”

그 전에는 말도 안하고 울기만 하던 아이가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풀렸는지 제 팔을 잡고 말했습니다.

“아저씨, 나 아빠하고 엄마하고 꼭 안아보기만 하고 올 테니까 밖에 좀 보내줘. 아빠, 엄마한테 인사만하고 다시 올게. 엉엉”

“그럼 아저씨 하고 약속하는 거야. 아빠, 엄마하고 한번만 안아 보고 다시 할머니하고 같이 나가는 거야”

“알았어. 아빠, 엄마 한번만 꼭 안아 보고 올 테니까 밖으로 보내줘. 엉엉”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아이를 안고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얼마나 엄마, 아빠랑 떨어지기 싫으면 여섯 살 어린 여자 아이가 이런 말을 할까’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며 서글피 울고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그 아이를 보자 같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정말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여자 아이와 제가 대화하는 것을 보면서 검색 직원과 관리하는 경찰 여직원도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어느새 중국인 외할머니의 눈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군요.

 

 

사실 다문화가정 중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한국에서 키우지 못하고 엄마의 나라 즉 친정으로 보내는 가정들이 간혹 있습니다. 처음엔 잠깐만 떨어져 있을 생각으로 이런 선택을 하지만, 그 이별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의 생활도 그리 순탄치는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부모의 손길이 각별히 필요한 여섯 살! 이대로 아이를 비행기에 태우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일단 여직원에게 부탁해 아이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고, 심사장 밖으로 아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부모를 찾았습니다. 마침 입구 쪽에 아이의 부모가 있어 바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출국심사장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하자, 중국인 어머니도 그리고 한국인 아버지도 모두 눈물을 보이며 우셨습니다.

“일단 오늘은 아이 출국을 보류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아이의 부모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다시 심사장 안으로 들어와 여자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여자 아이는 아빠를 보는 순간 다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빠를 꼭 껴안았습니다.

“너 왜 그러니. 왜 그러는 거야. 왜 이렇게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해. 흑흑”

옆에 서 있던 중국인 어머니는 본인을 자책하듯이 아이 엉덩이를 때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아이가 많이 힘들어 해요. 잘 보듬어 주세요.’

저는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가족들의 재회를 조용히 지켜봤습니다. 아빠를 꼭 껴안고 있는 아이의 표정은 마치 세상을 다 가전 것처럼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 길로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다주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얘야 엄마하고 아빠하고 같이 있을 날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이라도 엄마, 아빠 사랑 더 듬뿍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돌아서는데,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저 자신도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 보호자 역할만 해왔지 정작 진정한 부모로서 역할은 해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한 법인데, 피곤하다며 바쁘다며 그렇게 아이를 외롭게 뒀던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얘기를 들어줬던 시간이 얼마나 됐나 돌이켜 봅니다.

 

오늘도 심사장 어디에선가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그 때 그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더욱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