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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2010. 11. 6.

아들,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글 | 검사 서정화 (창원지검)

 

 

 

이경철(남·가명)은 아버지를 때려 죽여 상해치사죄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출소하자마자 어머니에게 찾아가 행패를 부리며 수회 폭력을 휘둘러 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해 현장에는 어머니 외에 아무도 없었으므로 이경철은 증인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범죄 사실에 대하여 전면 부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동생인 명철이 아버지가 물려주신 논을 가로채기 위해 어머니를 꾀어 거짓말을 하도록 했고, 무고한 자신에게 폭력 사실을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교도소 수감중임에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는 않고 오히려 억울하다는 이경철과 두려움으로 아무 말 못하는 노모, 그리고 그의 제수씨인 영희씨를 보니 상황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경철의 변호인이 찾아와, “이경철에게 어머니가 동생 명철이 시킨 대로 행동했다는 얘길 들었다,” 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어머니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증인신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어머니가 또 다시 증인신청으로 채택되었습니다. 

 

 

 

 

교도소에서 협박하는 아들

 

가만히 노모와 영희씨의 입장을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이경철이 어머니와 제수씨인 영희씨에게 위증을 교사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증인신문 전에 먼저 영희씨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며 사실을 말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영희씨는 처음엔 깜짝 놀라는 듯하더니, 곧 이경철이 증언을 번복하라는 취지로 자신을 설득하고 협박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교도소 접견을 가면 녹음이 되는 것을 이경철이 이미 알고 있어서 자세한 얘기는 말로 하지 않고 항상 편지로 전해온다고도 하였습니다.

 

 

영희씨와 어머니는 혹시 자신들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이경철이 출소 후 찾아와 보복할까봐 걱정이고 특히 어린 아이들이 걱정된다고 하며 증언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는 피해자 지원제도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고 피해자가 출소할 경우 출소통지가 꼭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머니와 제수씨의 용기 그리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며칠 후 어머니와 영희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였습니다. 그리고 큰 맘을 먹은 듯 사실대로 이경철이 수회 상해를 가한 것이 맞다고 증언했고, 80세 가량의 노모는 눈물을 흘리며 이경철과 자신이 죽어야 한다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동생들과 아이들까지 괴롭히다니 이제 정말 자식이라도 보고 싶지 않다며 이경철의 처벌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증인 신문을 하면서 노모의 마음에 동화되어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일순간 숙연해 지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들을 증인신문 한 후 재판부에서도 피고인에 대하여 확실히 유죄의 심증을 갖게 되어 결국 변호인이 신청한 현장검증 등은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노모와 영희씨 부부. 저는 피해자들에 대하여 범죄피해자 카드를 작성하여 범죄피해자지원실에 인계하면서 피해자들의 사정을 말씀드려 꼭 피해자들에게 출소 통지가 갈 수 있도록, 특히 출소된 이후에 통지할 것이 아니라 출소 예정일에 대하여 통지가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도 꼭 이 사건에 대하여 신경을 쓰고 부탁한 사정도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가해자는 변호사가 있는데 피해자는 변호사가 없어요…

 

이 사건에서 영희씨와의 면담이 가장 떠오릅니다.

“피고인은 죄를 지었어도 변호인이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다 아는데, 저희는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변호인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어서 그냥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진술을 번복하려 했어요. 검사님은 저희가 편히 만나고 얘기할 수 있는 분이 아닌 것으로 알았는데, 이렇게 얘기해주시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시고 신경 써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이 사건을 통해 혈육이라고 하지만 다 같은 혈육은 아닌 듯 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변호사가 있는데, 정작 피해자는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변호사나 법률적인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하소연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검사로서 사건을 해결함과 동시에 피해자의 마음까지 보듬고 돌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글 = 서정화 검사 (창원지검)

모든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이 글은 창원지검 검사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熱과 誠을 담아’ 중

‘패륜’라는 제목의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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