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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후 다녀왔던 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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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2010. 11. 7.

혼자 한 여행

 

김00 | 성동구치소

 

 

 

 

지난 2008년 11월, 저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었습니다. 회사 일로, 지인 일로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아야 했고 거의 매일 밤을 걱정으로 지새웠습니다. 어쩌면 교도소에 수감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 일상은 엉망이 되어버리고 말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재판을 며칠 앞두고 저는 제주도 여행을 결심했습니다. 좌절과 우울함에 시달리면서 생각나는 것은 오로지 ‘바다’, 바다가 보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소중한 사람과 자주 갔던 곳이었고, 제 마지막 여행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자살을 생각했습니다.) 제주도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혼자 비행기에 앉아 창밖을 대다보는데 참 두려운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막막하고,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모두 저만 쳐다보는 것 같고 범죄자라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서둘러 차에 올라 제일 먼저 ‘올레길’로 갔습니다. 올레길을 걸으며 저는 더 많은 자책을 했고, 바닷가 절벽을 볼 때마다 ‘뛰어내릴까?’ 하는 나쁜 생각도 했지요.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여기가 올레길이에요?” 뒤돌아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아저씨 한 분과 아들로 보이는 청년 한 명이 서있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서둘러 먼저 걸어갔습니다. 조금 걷다가 살짝 뒤를 돌아봤는데, 두 사람은 저보다 한참이나 뒤쳐져있더군요. 한 걸음 한 걸음 너무나 늦게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아저씨가 끼고 있는 선글라스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날씨도 흐린데 왜 선글라스를 끼고 계실까.’ 저는 두 사람이 제 근처까지 왔을 때 말을 걸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께서 본인은 시각장애인이며 안마사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아들이랑 여행도 처음이고, 비행기도 처음 타본다며 해맑게 웃으셨습니다. 바다도, 산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텐데 계속 ‘좋다’라고 하시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저는 부자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아들은 손을 꼭 잡고 계속 아버지께 풍경 설명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또 다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천천히 가도 되는데 난 왜 그렇게 급하게만 살려고 하고 욕심을 부렸을까?’

지나온 날들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우도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조그만 가게가 달린 민박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연세 많은 할머니가 주인이셨습니다. 할머니는 가게도 하고, 민박도 하고, 직접 물질도 하며 생활하신다고 했습니다. 그 날 저녁 할머니는 갈치조림과 전복 한 그릇을 주셨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가끔도 그때 생각을 하면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저녁을 물리고 저는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가 제 사정을 털어놓게 되었는데요. 할머니께서 저를 아주 호되게 혼내시더군요. 다름 사람 가슴에 멍들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 나는 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당신 막내아들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막내아들이 집을 나갔는데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아들 때문에 다른 곳에 가지도 못 하고 매일 매일 아들만 기다린다고 하셨습니다.

 

“니가 자식 기다리는 부모 마음을 알아?”

 

그 말씀에 저희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해변에 앉아 한숨도 못 자고 많은 생각을 했지요. ‘왜 나는 맞서 싸우지 않고 늘 피해 가려고만 했을까? 왜 그렇게 바보 같이 살았을까?’ 올레길의 부자와 할머니를 생각하니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 후 저는 재판을 받고 지금 구치소에서 형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죽음 밖에 생각나지 않았거든요.) 저는 바보 같이 살았고 비겁하게 살았습니다. 올레길을 천천히 올라가던 시각장애인 아저씨처럼, 저는 이제 급하게 살지 않을 겁니다. 집 나간 아들을 매일 같이 기다리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이제는 나쁘게 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형기를 마치고 이곳을 나가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다시 한 번 제주도에 가고 싶습니다.

 

 

이 글은 교정본부에서 재소자들의 글을 모아 만든 책

‘새길(통권 411호)’에 실린 글입니다.

죄목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재소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죄목을 밝히지 않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잠깐!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 중에 약 1/4은 3년 내에 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복역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수용자 수가 4만 8천여명에 달합니다. 이 중 1만 500여명(22.7%)이 3년 내에 재복역하는 인원입니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치지만, 그래도 아직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재범방지 사업’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 사업’보다 더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수형자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취업 알선·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형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글 = 법무부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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