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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코치로 이룬 사랑, 사기죄 성립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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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테인먼트

2010. 11. 8.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뜨거운 형제들’의 아바타 소개팅이 한창 인기입니다. 소개팅에 나가는 사람이 이어폰으로 조종자의 원격조종(?)을 받으며 자기 의지와는 다른 말과 행동을 일삼으며 소개팅녀의 환심을 사는 것인데요.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진지한 소개팅 보다는 웃음과 재미를 주려는 노력이 더욱 엿보입니다.

 

이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소재가 영화로 옮겨간 것이 바로 ‘시라노 연애조작단’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바타 소개팅과 다른 점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시키는 대신 타깃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술과 말빨(!)을 가르친다는 것이지요. 연애엔 숙맥이오, 사랑 표현도 초보인 고객을 일일이 코치하여 사랑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는 스토리!! 언뜻 봐서는 참 훈훈하게 느껴집니다.

 

‘사랑을 이뤄드립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라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광고 문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마 고백하지 못하는 연애초보나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오나미 성녀’님처럼 모태솔로인 경우라면 구미가 당길 것도 같은데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과연 이런 에이전시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연애 조작의 과정, 법적으로 문제없을까?

 

영화 속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뢰인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요원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 속에서는 법에 위반되는 행동들이 보이는데요.  

 

▲ 상용(최다니엘 분)을 코치하는 병훈(엄태웅 분) Ⓒ시라노 연애조작단 M/V캡쳐

 

일단 그들은 상황에 맞는 연애 코치를 하기 위해서 최신 장비를 구입합니다. 그 최신 장비를 의뢰인에게 장착하고, 어떤 상황에 도달했을 때 여성에게 환심을 살 만한 말과 행동을 전달하기 위해 일일이 무선 마이크를 통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습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이러한 도청을 수없이 반복하는데요. 아무리 두 사람을 이어주기 위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는 행위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 사실 확인 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제14조(타인의 대화 비밀 침해금지) ①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제16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2.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

  

그 목적이 아무리 선한 것이라고 해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화를 엿듣고, 기록하는 것은 타깃녀에 대한 사생활 침해입니다. 누군가가 연애 상담을 하고 그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간접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적극적인 개입은 분명 범죄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행동대원들은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네이버 영화검색

 

 

 

 

 

연애조작은 사기죄?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보며 문득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의뢰인 남성이 타깃 여성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하는 말과 행동이 모두 ‘누군가 시켜서 한 것’이라면, 그것은 해당 여성을 철저히 속인 것이므로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형법에는 사기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요?

 

형법

제347조(사기) ①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법에서 말하는 사기죄는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을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의뢰인 남성은 자신이 연애 코치를 받음으로써 여성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행위로 인해 여성에게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았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시라노 에이전시를 통해 사랑을 이룬 현곤·현아커플 Ⓒ시라노 연애조작단 홈페이지

 

관심을 가지게 된 남성이 연애코치를 통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여성을 속인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그 남성을 사기죄로 고소하기는 어렵겠네요. 그저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어 놓고 고백할 수 없었던 남자의 소심함에 강펀치!를 한 대 날려주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할 듯합니다.^^;;

 

 

 

 

 

숨겨진 진실을 말하기 위해 조작된 진실을 말하다

어린왕자에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을 얻는 일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만큼 사랑을 얻는 것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활약은 짝사랑에 아파하는 이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설레게 했지만, 현실에 없는 상상속의 일일 뿐이며, 자기 스스로 쟁취하지 않는 사랑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당장 용기와 기술이 부족한 것은 사랑을 시작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나 화려한 언변이 아닌 바로 가슴속에 숨겨 둔 진실이니까요.

 

아마도 시라노 연애조작단 역시 ‘조작된 진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요?

 

글 = 이윤희 기자

영화사진 = 네이버 영화검색, 시라노 연애조작단 홈페이지 및 뮤직비디오 캡쳐

프러포즈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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