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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된 지 100일, 초임검사 좌충우돌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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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1. 5. 24.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보통 100일 잔치를 합니다. 요즘은 만난 지 100일이 된 연인들이 축하파티를 하기도 하는데요. 이렇든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습니다. 인생의 초보, 연애의 초보, 그리고 입사 초보 신입사원도 있지요.

검찰청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마다 신임검사들이 임관을 하는데요. 검사가 된지 100일! 삶의 애환을 직접 접하면서 느낀 초보검사의 좌충우돌 분투기 한번 들어보시지 않을래요.

 

SCENE #1

 

 

“초임 때는 실적이 따로 없다.

미제건수, 무고인지 이런 것을 챙겨야 한다”고,

 

검사 임용 합격자 발표 전부터 너무 많이 듣다보니, 건수를 찾아, 눈이 벌개져서 기록을 뚫어져라 노려봤었습니다. 그러다가 소발로 쥐잡은 격에 범죄인지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했지만, 초임이 무슨 고소, 고발 사건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까요.

 

드디어 전반기 교육 마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사지휘를 혼자 하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 매의 눈으로 고소사건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웬걸! 사문서위조, 동행사로 지휘건의가 올라온 사건이 “나 무고로 인지해~”라고 반짝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날, 그 1건 지휘하려고 3시간 동안 A4 1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는 “그래... 어서 올라오게.. 올라와서 내 캐비넷에 얼릉 체크인 해.”이렇게 중얼거리면서 그 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열흘 지났을까 그 기록이 올라왔습니다. 아무리 읽어봐도 이건 무고다. 그런 생각에 고소인을 소환했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부동산중개업자인 피고소인이 고소인에게는 2억에 부동산을 팔았다고 말해 놓고는, 2.5억에 팔아서 0.5억을 중간에서 먹어버린 것에서 분쟁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만, 위 금원 부분은 어떻게 법적 평가를 해도 공소시효가 도과한 관계로, 시효가 그나마 남아 있는 부분인 부동산계약서 위조 부분을 고소인이 고소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고소인을 막상 대하고 나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고소인은 전과 하나 없이 정육점을 열심히 해서 모은 돈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 본 아주머니였던 것이지요. 반면에 피고소인은 관련사건 검색으로 간단히 조회해도 사기, 각종 문서죄 등 스무 건이 넘게 뜨는 전형적인 꾼이고요.

 

고소인은 경찰에서 나는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피고소인이 위조한 문서다, 이런 식으로 모르쇠만 나열했었습니다. 그런 고소인을 두 시간 넘게 설득, 추궁한 끝에. “도장은 찍어줬어요. 백지계약서에.”라는 말을 조서에 남길 수는 있었습니다.

 

이것을 무고로 인지하여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에도 제 속을 모르는 아주머니는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조사과정 내내 친절하게 민사절차를 설명해주는 척했던 주임검사를 신뢰하고 있었고요. 나중에는 제가 일러준 대로 수사기록 열람 등사까지 받으러 왔었습니다.

 

결국은 “○ 고소인의 무고 혐의는 인정하기 어려움.”이라고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단지 제 마음이 약하였기 때문에 아주머니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아닌 듯합니다.

 

직무유기는 아니겠지요? 그 날 이후로는 그저 기록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 실력을 길러서 정말 못된 놈들을 범죄인지서에 올리는 그 날이 혹시 올 수 있다면 하는 바람만 간직하고 있습니다.

 

SCENE #2

 

 

어느 날 윈저+아가씨 30만원을 무전취식한 아저씨가 기록 속에서 엉엉 울며 제 책상에 올라왔습니다. 경범스티커, 즉심 전력이 화려한 아저씨였습니다. 게다가 이 아저씨는 저를 제대로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수시로 전화해서, “곧 갚겠습니다. 검사님. 선처 부탁드립니다."식으로 읍소를 하고 있으니, 저는 당연히, “선처는 저한테 바라지 말고요, 술집 주인한테 가서 바라세요. 제가 합의보라 말라 할 수 없습니다.”

 

그 이후 일주일 내내 민원실에서는 아저씨의 지장이 찍히 반성문과 탄원서만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1시간 만에 처리할 사건이 보름 넘게 캐비넷 속에 장기투숙 중인 셈이었지요.

 

이 놈 말 뿐인 사기꾼이구나. 당장 결정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말미고 뭐고 없다. 월말인데 당장 내 캐비넷에서 체크아웃해라. 기재례 찾을 새도 없이, 일필휘지로 결정문 탁 써놓고 나니 실무관은 계속 그 사람 전화를 받고 있더군요. “실무관님, 끊어버리세요. 벌써 며칠 째 말만 하는 놈 아닙니까.” 이에 맘씨 착한 우리 실무관은, “이 사람 정말 불쌍한 것 같아요. 검사님.” 검사의 권한에 월권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그저 사람이 불쌍하다는 느낌이 담긴 실무관의 한마디에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실무관님. 저랑 내기 하실래요. 5. 10.까지 말미 줘보고, 저놈이 술값 안 갚으면 실무관님이 자장면 사시고, 반대면 제가 살게요.” 그렇게 4월말 미제는 38이 아니라, 39가 되어서 5월이 되었습니다.

 

5. 4. 징검다리 휴일, 연가를 내지 못하는 초임은 빨간 날 사이사이 끼인 검은 날마다 수사지휘, 보조당직이라고 써넣고는 달력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습니다.

 

이 때, “검사니임~ 합의서 왔어요~”하는 실무관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장면을 먹게 되었다는 즐거움은 절대 아니었을 것입니다.

 

술집 주인과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통화를 마친 후, 저는 미숙한 선입견 때문에 느낄 수 밖에 없었던 부끄러움 이전에 직업이 가져다주는 무거움을 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로만 서명 날인이 어렵다고 하지 말고, 정말 어렵게 싸인을 해야 된다고. 이렇게 말로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날의 느낌은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글 = 청주지검 성기범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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