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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수용자의 그림에서 본 우울한 심리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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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2013. 12. 12.

 

누군가가 그려놓은 그림 한 장에서 슬픔이 느껴진다면

그래서 그 보이지않는 서글픔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마술(Magic)이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오늘은 사기범죄라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남편에게서도 버림받은 어느 여자 수용자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그림을 그려낸 사연과

그 그림을 이해해주는 강릉교도소 교도관들의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자살시도 전력이 많은 그녀...

2013년 7월 사기죄로 징역 6월의 형을 선고받고 상고중이던 320번 김혜정(가명)은 평소 말수가 적고

다른 수용자들과도 교류가 적은 수용자였습니다.

담당교도관이 알고 있는 것이라곤 그녀가 입소전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였고

2년전 남편과 이혼한 직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2번의 자살시도가 있었으며 사건발생 직후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자살을 시도한 경력이 있는 관심대상수용자(자살우려자)라는 사실뿐이었습니다.

평소 말이 없어 그녀의 마음을 전혀 알 수 없는 담당교도관은 불안하기도 했지만

늘 그늘진 얼굴로 먼 산 만을 바라보는 그녀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저 바라보아야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영화 하모니 중에서>

 

교도관! 미술치료를 배우다...

하루하루 안타까운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던 그 무렵 강릉교도소 소장을 비롯 23명의 직원들은

한국미술치료상담학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퇴근후 직장내에서 미술심리 상담교육 과정을 배우고 있었답니다. 교도관인 그들이 미술치료라는 전혀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학문을 배우게 된 동기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바로 김혜정(가명)과 같이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 뿐만아니라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수용자들을 위해서 였는데요. 

정상적인 지필검사만으로는 수용자들이 그 속내를 쉽사리 보여주지 않고

우리가 쉽게 내뱉는 평범한 단어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고민하던 그들은

미술치료가 지능이나 학력 등 어떠한 지적 수준을 요구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단지 그들이 그려내는 그림 한 장만으로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수용자들이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개개인의 특성과 속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미술치료사 자격을 취득한 교도관들 / 사진출처 : 강릉교도소 총무과 제공>

 

 

그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그림을 그리다...

붉게 물든 단풍이 한창이던 늦가을 무렵 교도관들의 미술치료 심리상담 교육은 그 결실을 이루어

23명 전원이 미술심리 상담사 2급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잊혀질것만 같았던 김혜정씨는 담당교도관의 관심 속에 상담을 받으면서

그림을 한 장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는데요.

평소 말이 없고 침울한 모습으로 수용생활을 하던 그녀였지만 담담하게 그림을 그려나갔고

그녀가 한참을 고심하며 그려낸 그림 속엔 사람과 집 그리고 나무가 예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녀의 그림속에서 상담교도관은 평소에 알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하나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는 지금 모든 희망을 잃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찾아내고는

힘든 인생으로 얼룩진 그녀의 거칠고 차가워진 손을 따듯하게 잡아주며

그녀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채워 주기를 당부했습니다.

그녀의 그림은 희망없는 삶에 대한 슬픔과 이세상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열망을 담아낸

“세상에서 가장 슬픈 그림”이었던 것입니다.

 

 

 

 

< 미술치료의 실제 모습 / 사진출처 : 강릉교도소 분류심사과 제공>

 

미술치료는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 치유가 된다?

미술치료는 1961년 울먼(Ulman)이 시각예술인 미술을 통하여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서

인격의 통합이나 인간성을 기르기 위한 정신 분석적인 정신치료법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했는데요.

미술치료는 기존의 지필검사로는 알아낼 수 없는 인간의 본연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그림을 심리분석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수용자들은 학력이 낮거나 지적 수준이 일반인보다 떨어져 지필검사가 용이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수용생활에서의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심리의 작용으로 인해 본심을 알아내기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치료는 지능이나 지식, 경제력 등 어떠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 상담자와의 친밀감이 자연스레 형성됩니다.

사심없이 그려낸 그림속에 나타난 심적 모습을 파악하여 거칠어지고 황폐해진 본심을 치료하는 것으로

수용생활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 범죄자의 심성을 순화하고 재범으로 빠지지 않게 해야 하는 교도소에서

가장 필요한 치료법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미술치료법으로 알아보는 진실 혹은 거짓~!

그림 한 장으로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다는 미술치료는 과연 사실일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그림으로 사람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지 실제 수용자가 그린 그림으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아래의 그림들은 범죄로 형이 확정되어 현재 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용자가 그려낸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미술치료의 사례중 KHTP 심리진단법을 활용한 것으로 집, 나무, 사람을 그리게 한 뒤 

그림에 나타난 색상과 그림의 형태, 색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소재로 사람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인데요.

집은 울타리를, 나무는 자아를, 사람은 가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강릉교도소 수용자의 그림>

 

첫 번째 그림은 성범죄로 형을 집행중인 수용자의 그림인데요.

성범죄 관련 범죄자의 경우 대부분은 동일한 패턴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검사됩니다.

평소 자신만만하고 성실해 보이던 수용자의 그림은 다리와 하체를 팔보다 탄탄하게 그려낸 것과

주먹을 동그랗게 그리는 것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짙게 표현해냈으며,

나무의 그림에서 잔가지가 많고 나무의 뿌리까지 상세하게 그려

굴곡진 인생과 걱정, 근심이 많음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강릉교도소 수용자의 그림>

 

두 번째의 그림은 살인죄로 형집행중인 수용자가 그린 그림인데요.

사람을 기하학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상실된 자아를 표현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나무에 사과를 그려낸 것은 현재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집 그림에서 굳게 닫아놓은 창문을 그린 것은 폐쇄적이고 개방적이지 않은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슬픈 그림의 주인공 그녀는 지금...

우울증과 함께 찾아온 남편과의 이혼, 자살기도 그리고 사기범죄로 교도소에 수용되어

아무런 희망없이 생활하던 김혜정씨는 요즘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말수가 적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던 그녀, 항상 우울한 얼굴로 창밖 하늘을 무심히 응시하던

무기력한 모습의 김혜정씨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늘졌던 얼굴엔 엷은 미소가 번지는 일이 잦아지고

수용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기찬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그려낸 그림 한 장은 어쩌면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무언의 절규였는지도 모릅니다.

 

 

<사진출처 : 영화 하모니 중에서>

 

굴곡진 삶을 뒤로한 채 죄를 짓고 재판을 받거나 죄에 상응하는 형의 집행으로

교도소에 수용되어 살아가야 하는 수용자들. 정말 누군가의 따듯한 관심이 필요한데 

세상과의 인연의 끈을 놓고 싶을 만큼 절박한데 누군가가 그 거칠고 황폐해진 마음을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채워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흉악한 범죄자들도 다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경제사범이거나 과실범임 감안한다면

현대사회의 교도소는 단지 범죄자를 수용하고 사회와 격리시켜놓기 위해 만들어 놓은 회색빛 건물이라기보다

경제적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을 습득시키고 비뚤어진 심성을 올바르게 잡아주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돌아왔을 때 제몫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사진출처 : 강릉교도소 직원들과 취재를 마치고 >

 

“12월에는 7명의 직원들이 미술심리상담사 1급에 도전합니다.

우리 교도관들의 자기개발과 피나는 노력들이 끊임없이 계속된다면

혜정씨 그림과 같은 수많은 슬픈 그림들이 우리에게 쏟아져나와

어쩌면 한사람의 인생 뿐만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진정한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를 마친 기자들을 환송해주시며 전해주신 강릉교도소장님의 마지막 말씀이

기자들의 가슴엔 훈훈한 감동으로 남아 아주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잊혀질 것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