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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법! 체계적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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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20. 9. 23.

 

지난 520, 국회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법)’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동안 과거사법 통과를 외치던 시민들은, 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에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과거사법이 도대체 어떤 법이기에 많은 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준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가 이 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사법이란?

 

과거사법은 1945815일부터 권위주의적 통치시대에 이르기까지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공권력의 행사 등으로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국민의 화해와 통합을 이룩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입니다. 한 마디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근거 법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과거사법은 이미 2005531일에 제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법을 근거로 그해 12'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하였고, 42개월 동안 11172건의 조사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위원회가 2010년 활동기한 종료로 해산되면서 이 기간 동안 해결되지 못한 많은 과제가 남아 이를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습니다. 그래서 국회가 지난 520, 진실화해위의 활동을 재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과거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개정안은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이 법 시행일부터 2년 동안으로 새로 규정했으며, 위원회의 조사 기간은 3(1년의 범위에서 연장 가능)으로 규정했습니다. 위원회 구성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1인과 여야가 각각 1명씩 지명하는 3명의 상임위원과 6명의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사법으로 되짚어볼 수 있는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최승우님과 기자 ( 좌 ) /  최승우님이 국회 앞에서 농성하던 천막 ( 우 )

 

 

한국에도 아우슈비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한국판 아우슈비츠는 바로, 1975년에서 1987년까지 불법감금은 물론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 끔찍한 일들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입니다.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6월을 받는 데 그쳤으며, 아직까지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이 되지 않은 사건입니다.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본 기자는 지난 512,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interview 최승우 님 (형재복지원 피해생존자)

 

Q. ‘형제복지원의 참상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A. 그곳은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 저는 짐승처럼 살았습니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아라는 명목으로 행색이 초라한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갔습니다. 신문팔이, 껌팔이도 부모가 있고, 가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있는 사람들눈에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잡아갔습니다. 국가는 형제복지원에게 돈을 주었습니다. 사람을 많이 집어넣을수록 지원을 많이 해주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국가도 가해자였습니다.

강제 노역, 폭행, 기합은 기본이었고 살인도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사체들은 한 번에 매장하거나 깨끗한 시체들은 돈을 받고 해부용으로 팔았습니다. 제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어린 나이에 어른들에게 밤마다 성폭행을 당했던 것입니다.

 

Q. 현재 국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분들에게 보상 혹은 지원을 하고 있나요? (512일 기준)

A. 아닙니다.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외압으로 형제복지원 수사가 중단되었습니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아를 만들어내고, 그 많은 인원을 정신병원, 소년원 등으로 강제로 이송시킨 뒤 문을 닫았습니다.

 

Q. 사회 곳곳에 계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우리는 국가가 만들어낸 부랑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짐승으로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짐승에서 사람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국가에 떳떳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한국에 있는 수많은 복지 시설에서 여전히 비슷한 일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 19로 많은 사망자가 나온 청도 대남병원처럼 말입니다. 이렇듯 형제복지원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가 움직여야 합니다.

 

국가폭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과거사법 통과로 이제 진상규명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늦게나마 어루만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감학원 사건

 

선감학원 사건 역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비슷합니다.

 

선감학원은 대부도 인근에 있는 선감도라는 외딴섬에 세워진 소년 수용소입니다.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1년에 조선총독부에서 부랑아를 교화하겠다는 명분으로 만들었으며, 19424월에 처음으로 200명의 소년이 수용되었습니다. 해방 후에는 경기도가 이를 인수해서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2년까지 40년 동안 운영한 곳입니다.

 

이 과정에서 8~18세까지의 소년들이 강제노역, 학대, 폭행, 고문, 굶주림 등 인권유린을 당했습니다. 선감학원 자체가 외부와의 접촉이 불가능한 섬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철저히 고립되었고,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서 소년들이 강제 노역에 동원됐습니다.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부랑 생활이 아닌 가족과 함께 살다 갑자기 끌려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 아동은 전국체전을 보러 집에서 나왔다가 경찰에 끌려가 선감학원으로 보내졌고, 어떤 아동은 시장에서 길을 잃어 엄마를 찾다 선감학원으로 보내졌습니다.

 

어린 나이의 선감학원 원생들은 염전이나 굴 양식장, 농장 등에서 단 한 푼의 대가도 받지 못한 채 가혹한 노동착취를 당했고, 그 과정에서 고문, 폭행, 협박 심지어는 성적 학대를 당했습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버금가는 끔찍한 아동학대, 인권유린 사건입니다.

 

 

과거사, 관심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선감학원 사건 모두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끔찍한 인권유린 사건입니다.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는 여전히 사회 곳곳의 복지시설에서 작은 학대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사법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도 똑같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문학인 조지 버나드 쇼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역사가 되풀이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인간은 얼마나 경험에서 배울 줄 모르는 존재인가.” 

 

 

잘못된 과거를 되짚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는, 사회는, 시민들은 관심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 = 12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고나린(대학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