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아,철아, 푸르른 철아 ~/冊으로 말하다

들풀처럼 2007. 2. 3. 16:00
 "바람의 사생활" - 그 먹먹한 사랑이야기 

 

 

 단지 제목이 멋있어서 손에든 이 시집은  

 내게 쓰디 쓴 이별의 추억만을 되새김질한 것일까? 
 그것 뿐이었을까,시를 읽는 내내 내 가슴에 방망이질 치던 그의  
 고통과 아픔이 한때는 내게도 있었음을 깨닫고는 마흔의 나이에 
 이별의 끝까지 가버린 그를 보며 나를 위로한 것은 아니었을까? 
 스스로를 '이리(李離)'라고 부르는 그의 글에서 
 이 땅의 이별과 관련된 모든 낱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너무 많이 시 제목은 빼고 시구절들만 읊어본다. 
 '당신은 그만 손가락을 잘랐다' 
 '검고 고요한 저 소실점을 향해 가는 일' 
 '누군가 내 집에 다녀갔다' 
 '나는 집이 싫어 오래 한데로 떠돌았다' 
 '혼자이다가 내 전생이다가 저 너머인 당신은' 
 '한 사람에게 스민 전부를 잊을 수 있으면' 
 '잊어주길 바라네' 
 '사랑하였다 / 무의미였다' 
 '아무것도 아니며 그 무엇이 되겠다는 듯' 
 '아니다,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소리치던 밤'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산다' 
 '잘 모른다' 
 '자꾸 먼데를 보는 습관이 낸 길위로 사무치게 사무치게 
  저녁은 옵니다' 
 '마음의 뼈는 금이 가고 천장마저 헐었는데' 
 '한 번 등을 보이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고래처럼 모인 마음들이 파도처럼 잘못 왔다가 되돌아가는' 
 '저 바깥은 황혼이 울어대는 소리' 

 

 대충 건진 시어들이다. 

 한 권의 시집에서 이처럼 많은 이별관련 어휘들을 그러모을 수 있다니. 
 요즘말로 폐인이라 할만하지 않은가.나는 그를 이별폐인이라 부르리라. 

 

 시인은 어떤 이별을 하였기에 그 많은/깊은 상처들을 토해내며 

 '모든 별이 떨어져 죽은 그 벼랑에'서 울부짖는 것일까? 
 하여 '추운 밤 사이 강물도 얼었'을 때 '고래 한 마리'- 물론  
 고래도 '얼어 있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한 천년쯤 아무 일도 없을 
  어두운 밤을 '리려 하는걸까? 
 그의 심장에서는 그리움의 독들이 '좌심방과 우심실 사이,독(毒)  
 만드는 공장'이 되어 '슬픔의 질통이 마를까봐' 
 '잘못했으니 다 내 잘못이었으니,산 늪에 몸을 들여 서러워지고  
 늪이 다 마르고 몸 갈라져도, 구더기 복받쳐나오는' 
 '심장을 벌려 얼굴을 묻은 채로 안 '작정인가? 영원히? 
 쓸쓸하고 또 쓸쓸하다, 외롭기 그지없다. 
 그 아픔과 번민과 고뇌의 한 복판에 처연한 사랑이야기가 피어난다. 
 견인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붇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니었던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더미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그 쪽으로 내 마음을 다 쏟아버리고 
 나도 당신 품을 따뜻해하며 나란히 식어갈 수 있는지 
 그래서 '나란'히 '식어갈 수' 있다면 영원할까……. 
 그 "바람"같은 사랑의 "사생활",  
 덧붙임: 
 그러니 설레는 일 없도록 다 내려놓아야겠는데 
 팔뚝에 불을 질러 연기를 피우는 천막밖의 저 큰 나무 
 큰 나무 아래 몸에서 몸 위로 까무러치는 수천의 달[月] 
    - <거인고래>에서 ,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중 
  어디에도 가 닿지 못하고 헤메다 땅거미와 함께 쓰러져 누울 때  
 이마에 닿는 서늘한 손,모래 언덕과 맞닿은 하늘로 떠오르는 달 
  마른 창호지처럼 거듭 허물어지는 나를 밤새워 등에 업고 천년을  
 가는 데 발 밑에서 서걱이며 흐르는 모래,문신처럼 새겨지는 발자국 
  발 밑으로 흐르는 괴로움의 소리  
 나는 네 목마름 달래지 못하는 혹덩인데  
    - <사막> 전문 , 구광본 
 나는 왜 이 두 시구절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걸까? 
 둘 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랑이야기라서? 

 젠장,어쨌든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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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2. 3.

 가슴속에 이별이야기가 넘쳐나는 낮에

 

 들풀처럼

 

 


왜 또, 가라앉은 선녀의 맘을 울렁거리게 하시는가요?
나으리님께서 건져올린 시어들이 출렁이던 바다처럼 눈에 일렁거리는군요. ㅜ.ㅜ
그래도 더이상 먹먹해지기는 싫어 내 빈집에 다녀갔을 누군가의 흔적을
더듬으렵니다. 내 감각이 아직은 살아있음을 고마워하며...^^

출렁이면 출렁이는 대로
살아갑시다.

좋은 꿈 꾸세요..

그가 뱉은 이별의 언어들이 매우 처절해보이는군요.
그렇게 쏟아내고 난 작가는 좀 시원해졌을까요?

아마 그러하지 않았을까요...
시라는 게 묘해서 한 번 볼 때 다르고
다시 보면 또 다릅니다.
그냥 읽고 덮어두지 않고
허접하나마 느낌들을 정리하고 나니
시인의 사생활이 더 잘 보입디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