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생명

조로아스터 2018. 6. 15. 19:24

[서울신문 나우뉴스]

1억 5000만 광년 떨어진 별 빨아먹는 ‘괴물 블랙홀’ 포착


약 1억5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 하나가 항성을 잡아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태양보다 질량이 2000만 배 이상 큰 이 괴물 천체에서 별을 빨아먹는 과정에서 트림하듯 나온 ‘제트’ 현상을 천문학자들이 관측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초질량 블랙홀은 평소 잠을 자듯 가만히 있지만 별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한다. 그런데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붙잡힌 별은 가까운 쪽과 먼 쪽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가 달라 마치 면 가락을 뽑듯 가늘고 길게 늘어난다. 그러면 블랙홀은 이를 마치 국수 먹듯 삼킨다.

이른바 ‘조석파괴사건’(TDE·tidal disruption event)으로 불리는 이 우주 현상은 지금까지 극히 일부에서만 발견됐지만, 우주 초기에는 더 흔한 일이었다고 천문학자들은 추정한다.

천문학자들은 괴물 블랙홀이 별을 잡아먹는 과정에서 일부 물질을 분출하는 ‘제트’ 현상을 촬영했다.


미국국립전파천문대(NRAO)가 주도한 국제천문학연구팀은 세계 각지에 있는 여러 전파망원경과 적외선망원경을 사용해 ‘Arp 299’로 불리는 충돌하는 두 은하 중 한쪽에서 이런 조석파괴사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은하 중 한쪽 중심에 있는 초질량 블랙홀은 태양보다 질량이 두 배 이상 큰 별 하나를 흡수하며 조석파괴사건에서 중요한 세부적인 내용을 보여줬다.

천문학자들은 ‘Arp 299’로 불리는 충돌하는 두 은하 중 한쪽에서 블랙홀의 제트 분출 현상을 목격했다.


천문학자들은 이 불운한 별에서 뜯겨 나온 물질들이 블랙홀 주위에 회전 원반을 형성하고 일부 물질이 블랙홀 자전축 양방향으로 고속으로 분출하는 제트를 형성한다고 말한다.

이번 관측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학연구소의 미겔 페레스-토레스 박사는 “지금까지 조석파괴사건에서 제트의 형성과 진화 과정이 직접 관측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Arp 299’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증거는 2005년 1월 30일에 나왔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카나리아제도에 있는 윌리엄허셜망원경을 사용해 두 은하 중 한쪽 중심에서 방출된 밝은 적외선 폭발을 포착했다.

같은해 7월 17일 미국 전역에 설치된 10개의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인 ‘베리롱베이스라인어레이’(VLBA)에서도 Arp 299의 같은 위에서 방출된 새로운 별개의 전파를 확인했다.

미 전역에 설치된 10개의 전파망원경 네트워크 ‘베리롱베이스라인어레이’(VLBA) 중 1개의 모습.


거의 10년 동안에 걸쳐 시행된 VLBA와 유럽 VLBI 전파망원경 네트워크(EVN), 그리고 또다른 전파망원경들을 사용한 지속적인 관측에서 블랙홀의 제트 분출 현상은 예상대로 한 방향에서 폭발하는 전파 방출임을 보여줬다.

관측된 전파 팽창은 제트 속 물질이 평균적으로 빛의 속도의 약 4분의 1로 이동했음을 보여줬다. 다행히 전파는 은하 속 블랙홀로 흡수되지 않고 지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은하 중심에는 태양의 몇백만 배에서 몇십억 배의 질량을 가진 초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블랙홀 하나에는 질량이 너무 많이 집중돼 있어 중력이 너무 강해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다. 하지만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제트 분출이 일어나 블랙홀의 존재를 보여준다. 이는 전파 은하와 퀘이사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페레스-토레스 박사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초질량 블랙홀은 어떤 것도 파괴할 만큼 활동적이지 않아 조용한 상태”라면서 “조석파괴사건은 우리에게 강력한 블랙홀 부근에서 제트 형성과 진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특별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Arp 299의 초기 적외선 폭발은 충돌하는 두 은하에서 초신성 폭발을 감지하기 위한 프로젝트 진행 도중 발견됐다. Arp 299에서는 수많은 별이 폭발하며 초신성이 된다. 이 때문에 Arp 299는 초신성 공장으로도 불린다.

블랙홀 제트 분출 역시 처음에는 초신성 폭발로 여겨졌다. 처음 관측된지 6년 뒤인 2011년에서야 전파 방출 부분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후 관측에서는 이런 전파 팽창이 증가했고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초신성이 아니라 제트임을 알 수 있었다.

자세한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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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 2018. 5. 19. 12:05

애니멀피플]
'범종설' 논문, 학술지 게재되며 논란.."문어의 조상 유전자, 운석 타고 왔다"

[한겨레]

문어는 신경세포가 몸 전체에 퍼져 있으며, 피부색을 바꾼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도구를 사용하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문어가 외계에서 왔다고?

문어의 조상이 외계의 유기물에서 비롯됐다는 가설이 전 세계 과학자 33명에 의해 제기됐다. 학술지 ‘생물물리학과 분자생물학의 진보’ 최근호에 실린 이 논문은 출판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와이 오코너 빌리지의 에드워드 스틸 박사 등은 이 학술지에서 문어의 조상이 되는 생명체의 알이 냉동된 채 혜성을 타고 지구에 도착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5억4천만년 전, 지구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단순한 유기체만 존재하던 지구에 다양한 동물이 출현한 것이다. 다양한 동물 화석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이 지질학적 사건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원인에 대해서 탐구해왔고, 이번 논문을 쓴 일군의 과학자들은 수수께끼를 풀 열쇠가 지구 밖에 있다고 가리킨 것이다.

이들은 논문에서 “선캄브리아기의 대량멸종이 생명을 태운 혜성의 영향 때문이라고 간주하는 건 많은 상상이 필요하지 않다. 그 뒤 지구에 씨앗(세포를 지닌 유기체나 바이러스 유전자)이 퍼지면서” 캄브리아기 생물 종의 대폭발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들의 주장은 새롭지 않다. 일찍이 디엔에이(DNA) 분자 구조를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도 지구 생명의 기원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판스퍼미아’(panspermia) 혹은 ‘범종설'(汎種說)이라고 한다. 우주에서 떠돌던 미생물을 씨앗으로 삼아 지구의 생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범종설은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등이 혜성이나 운석 등을 타고 우주간 이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행성으로 이동한 생명체는 그곳에서 진화하여 번성할 수 있다.

외계의 미생물이 지구에 도착하면 생물 종의 복잡성이 높아진다고 논문 저자들은 주장했다.

스틸 박사 등은 구체적인 생물을 들어 범종설을 밀어부쳤다. 이들은 얼음 운석을 타고 지구에 날아온 냉동 배아가 문어를 진화시킨 씨앗이 됐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지구 유전자와 외계 유전자가 섞여 문어와 두족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문어는 분명 지구의 다른 생명체에 견줘 ‘이상하게' 생겼다. 큰 머리와 복잡한 신경계, 카메라 같은 눈, 유연한 몸 그리고 색깔과 형태를 바꾸는 위장 능력이 있다. 이들은 문어가 △진화의 역사에서 갑자기 나타났다는 점 △복잡한 특징을 담당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추적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외계에서 온 유전자가 개입했을 거라는 논리를 편다.

이들은 논문에서 “수억년 전 문어나 두족류의 냉동 배아가 얼음 운석을 타고 지구에 도착했을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이것이야말로 약 2억7000만년 전 문어의 갑작스러운 출현을 말해주는 우주적인 설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어 외계 기원설'에 대해 과학계는 냉소적이다. 과학 전문 온라인 매체 ‘사이언스 얼러트'는 16일 “한 미친 논문이 과학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노골적인 제목을 달아, 학술지의 논문 게재 자체를 뉴스로 다뤘다.

유럽항공우주국(ESA)에서 화성 연구에 관여하고 있는 우주생물학자 프란시스 웨스톨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논문을 비판했다. 그는 “한 가설에 기반해 기존 문헌을 찾아 특정 주장을 하는 건 쉽다. 하지만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실험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자연은 이미 놀랍다. 그걸 꼭 외계를 끌어들여 설명할 필요를 느끼진 못한다”고 말했다.

진화생물학자 제리 코인도 블로그에서 “양식 있는 학술지라면 생물학에 대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부정하는 이런 논문은 게재하지 말아야 한다. 문어의 조상이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바로 논할 게 아니라 두족류의 복잡한 유전자와 형태학에 기반을 둔 절제된 설명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기사가 인용한 논문

Steele, E. J., AlMufti, S., Augustyn, K. A., Chandrajith, R., Coghlan, J. P., Coulson, S. G.& Louis, G. (2018). Cause of Cambrian Explosion-Terrestrial or cosmic?. Progress in biophysics and molecular biology. org/10.1016/j.pbiomolbio.2018.03.004" target="_blank" title="Persistent link using digital object identifier">https://doi.org/10.1016/j.pbiomolbio.2018.03.004

 
 
 

우주와 생명

조로아스터 2018. 5. 18. 15:35

"이틀에 별 하나 삼키며 가장 빠른 속도로 팽창"

초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120억 광년 이상 떨어진 곳에서 주변의 별들을 집어삼키며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팽창 중인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호주 천문학자들이 학계에 보고했다.

18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호주국립대학(ANU) 천체물리학 연구대학원 크리스천 울프 박사 연구팀은 호주천문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200억배에 달하고, 주변의 별을 이틀에 하나꼴로 빨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울프 박사는 이 블랙홀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자신이 속한 은하 전체보다 1만 배 가량 밝은 빛을 내 은하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밝혔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킬 때 마찰과 열 에너지에 의해 '퀘이사'로 알려진 거대한 발광체가 형성되는데 팽창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주변의 은하가 보이지 않을 만큼 밝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블랙홀이 우리 은하인 '은하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면 달보다 10배는 더 밝아 밤하늘의 거의 모든 별을 가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 블랙홀이 내뿜는 엄청난 양의 엑스선으로 지구에는 생명체가 살지 못했을 것으로 봤다.

이 블랙홀의 공식 명칭은 'SMSS J215728.21-360215.1.

연구팀은 ANU 시딩 스프링 관측소의 스카이매퍼(SkyMapper)의 남쪽하늘 탐사에서 나타난 수많은 퀘이사 후보를 대상으로 올려놓고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위성 관측 자료를 활용해 블랙홀 후보를 압축했다. 이 블랙홀은 처음에는 남쪽물고기좌(座)의 붉은 점에 불과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초대질량의 블랙홀이라는 점이 드러났으며, 연구팀은 이보다 더 빨리 팽창하는 블랙홀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에서 120억 광년 떨어져 있다는 것은 140억년 전 우주가 시작된 '빅뱅'으로 시작된 뒤 20억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빅뱅 뒤 그처럼 짧은 시간에 거대한 질량을 갖게된 것은 물리학계의 심오한 수수께끼"라고 적었다.

천문학계는 이번 연구가 초대질량 블랙홀 형성에 관한 수수께끼를 하나 더 추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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