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짜리 봄으로는 허전해서

댓글 65

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2009. 3. 13.

 

어제 작성중 시간이 없어 접어두었다 오늘 계속 작성합니다.

비가 내리네요, 비 끝에 꽃샘 추위가 있다지만, 그래도 봄비라고 해야 겠지요?

 

"형님 꽃 안 키운다면서?"

 

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하는 사이 올케를 병원에 두고 시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봄 아닌 것이 없더군요.

 

자작나무 냄비받침과 토시를 사고, 돈을 지불하고는 처음인 것 같은 고무장갑을 샀습니다.

그저께 베란다 청소를 하는데 몇 년만에 고무장갑을 끼어보니 삭아 툭툭 떨어지더라구요.^^

꽃집앞에서 멈췄습니다.

1회용 같은 작은 화초들이 서로 눈맞춰 달라고 아우성인듯 해서 '향기부추'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봄냄새, 꽃냄새, 부추냄새…. 아련한 정구지지짐냄새.^^

 

"할머니 얼마에요?"

"원래 3천원인데, 2천원만 도고."

 

또 다른 화초를 들었습니다.

"이건요? 이름은요?"

"야생환데 아름을 까묵었다. 그것도 2천원만 도고."

4천원짜리 봄을 까만 봉지에 담아 올케에게 꽃을 샀다고 자랑을 하니, "형님 꽃 안 키운다면서?"합니다.

얼마전에 화분을 정리하면서 화분정리대까지 올케네에게 주었거든요.(그래도 아직 화분이 많음)

"봄이잖니~! 이게 '향기부추'거든, 향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사 줄까?"

 

근처 수퍼에서 박스(화분 담을)를 얻는 사이 올케는 여러개의 화초를 골랐으며, 계산이 9,000원이기에 할머니께 1천원에 한 개를 더 달라고 했습니다.

간호사가 꽃이 이쁘다고 난립니다.

"진드기는 어떤 약을 쳐야 하는데요?"

진드기는 담배꽁초를 물에 우려 희석하여 분무기로 뿌리면 되구요, 화초가 시들할 때는 설탕을 풀어 주거나 맥주를 먹이세요….

올케의 장황한 설명들이 이어졌습니다.^^

 

어제 낮에 베란다의 식물들을 정리했기에 화분이 더러 비어 있기에 구입한 화초들을 정리하였습니다.

이름을 모르면 어때 - 봄인데.

방안에는 화초를 두지않는데, 컴퓨터 책상에 구문초 비슷한 화분을 올려두었습니다. 이쁩니다. 내 컴퓨터책상도 봄입니다.

 

  ▲ 뒤에 늠이 향기부추

 

 

아기가 출근 준비를 하는 사이 어제 손질한 화분을 다시 정리를 했습니다.

"그냥 쉬지 아침부터 뭐 하요?"

"왜 혼자 잘 놀잖아~"

 

 

나머지 봄을 찾아

 

"나, 안골에 태워 줘~"

겨우 잠 재운 내 안의 내가 2천원짜리 봄에 꿈틀댔습니다.

머리도 감지않고 급하게 카메라만 챙겨 안골 왜성쪽으로 갔습니다.

어쩌면 노루귀가 졌을 거야 -

후후

진 늠도 있지만 이제 입을 여는 늠들도 있었으며, 생강나무꽃이 노랗게 배시시 웃고 있었으며, 댓잎현호색은 다음주쯤이라야 꽃 구경을 할 듯 했습니다.

 

지난해에 만나고 다시 만난 노루귀입니다.

눈먼 청노루귀 어디 흘려지지 않았나 두리번 거려도 청노루귀는 보이지 않았으며, 흰색과 분홍노루귀를 만났습니다. 가랑잎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작은 꽃이기에 세심한 관심없이는 만날 수 없는 꽃입니다. 대부분의 우리 들꽃이 그러하듯이요.

 

빛이 부족하여 튼튼한 모습은 아니지만, 예나 보송보송한 솜털이 귀엽습니다. 노루귀를 닮은 잎보다 솜털이 먼저 생각나는 꽃입니다.

 

  ▲ 노루귀

 

산수유보다 조금 일찍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꽃입니다. 나중에 따로 정리를 하겠습니다.

진성 가는 길은 걸을만 하며, 관심에 따라 흔한 여러꽃을 만날 수 있으며, 몇 종류의 산새도 만날 수 있고 멀리 시루봉까지 보이는, 혼자서 다니기에 적당한 곳입니다.

 

  ▲ 생강나무꽃

 

진성을 내려와 길섶 무덤가에서 산자고를 만났습니다. 산자고는 할미꽃과 함께 무덤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데, 대가 약하여 대부분 쓰러져 있었으며, 아직 활짝 피지 않았습니다.

 

  ▲ 산자고

 

이제 들입니다. 신항공사 소리가 요란한 곳으로 밭 가운데 자태가 어엿한 매화 한 그루가 피어있기에 낯선 밭을 타고타고 가야 했습니다. 지난해의 고춧대가 울을 삼아 있기에 걷어내니 보랏빛 제비꽃 한 포기가 아직은 봄이 낯선지 수줍어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후면 흔하디흔한 꽃이 되겠지만, 처음 만나는 제비꽃이 예뻤습니다.

 

  ▲ 제비꽃

 

  ▲ 매화

 

지금 가장 흔한 꽃이 매화입니다. 휴경지에마다 매화가 피었다 할 정도로 흔한 꽃인데, 밭 가운데에 어엿하게 잘 자라 있더군요.

나이가 많으니 향이 더 고왔습니다.

 

봄을 맞은 밭에는 파가 허물을 벗고 푸릇하며, 벌써 머위가 손바닥만큼 자랐습니다. 좋아하는 봄맛 중 하나가 머위쌈인데….

 

  ▲ 머위

 

완두콩이 꽃을 피웠으며, 밭두렁엔 하얀민들레가 피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쑥과 냉이와 함께 민들레를 캐거나 파 갑니다. 우리끼리 그러지요, "촌에 살아도 쑥 구경을 못 하겠다."라고. 흙에 굶주렸는지 고향이 그리운건지 들마다 봄을 캐고 있습니다.

 

  ▲ 완두콩꽃

 

  ▲ 하얀민들레

 

광대나물이 추위를 털고 두런두런 자랐습니다. 겨울빛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지나는 산불방지 아저씨께서 말을 걸어 왔습니다.

"저 하얀꽃은 냉이고, 요것도 나물을 하요…."

처음 들은 듯, "네~ 그렇군요!"했습니다.

그래야 아저씨께서 기분이 좋을 테니까요.

 

  ▲ 광대나물

 

아직 냉이국 한 번 끓이지 않았는데, 멀쑥자라 있습니다.

가만히 코를 갖다 댔습니다.

 

 

들길을 걸어 마을로 왔습니다. 안골왜성 마을입니다. 많은 집들에서 동백이 빛났으며, 천리향이 낯선이를 집안으로 불러 들이기도 했습니다.

매화 만나면 매화 한 가지 꺾고 싶고, 천리향 만나면 그 가지 살짝 꺾어 꽂아 두고 싶습니다.

지난해와 마음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 동백

 

  ▲ 천리향

 

명자나무꽃은 벚꽃이 필 즘에 시작하여 가을까지 피고지는 꽃인데 이미 2월에 진해여고에 피었으며, 어제 만난 색은 8월 더위에 바랜듯 한 색이었습니다.

 

  ▲ 명자나무꽃

 

담장안를 기웃거리며, 담장을 보니 돋나물이 담장을 봄으로 칠을 했습니다. 이끼도 조용히 일어나는 중입니다.

어느것 하나 봄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13번 굴 집으로 갔습니다.

굴을 까던 이모들이 반가워했습니다.

"이모~ 더 젊어지네."

열 몇 살 가시내처럼 긴머리를 하나로 묶어 야구모자를 썼거든요.

살짝 웃어주고, 어리굴젓 두 통을 달라고 했습니다. 13번 이모가 담는 굴젓은 간이 잘 맞거든요.

"어머나~ 이모 아니야, 한 통만, 지갑에 돈이 없어요."

 

지갑에는 언제나 돈이 있는 줄 알았는 데, 만 원 지폐 한 장, 천 원 지폐 두 장, 동전이 약간 있었습니다. 카드가 필요없는 13번 집이기에 굴 한 통을 구입하고 버스를 기다리려니(이 동네도 마을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시간이 어정쩡 하기에 집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걷다가 지치거나 중간에 택시라도 지나면 집에 도착하여 요금을 지불하면 되니까요.

 

바다를 낀 도로를 걸어 무궁화 공원에 들렸다가 산길을 걸었습니다.

 

  ▲ 꿈틀대는 솟대

 

  ▲ 무궁화공원의 돌단풍

 

다시 집이 몇 채 있는 마을입니다. 여전히 천리향이 향기로우며, 바다를 향해 목련이 마른가지에 순결하게 열렸습니다.

 

 

이 집의 주인은 시인인 것 같습니다. 목련나무 아래에 긴나무 의자를 두었으며, 목련나무의 그늘로 하얀 잎이 소롯 앉습니다.

 

며칠전 진해여고에서 목련을 만났다고 하니, 큰아이가 그러더군요.

"우리 학교 교화가 '목련'이며, 음악 시간에 처음 배우는 노래가, '목련꽃 그늘 아래~"야."

아이의 이야기가 없었더라도 목련꽃 그늘 아래의 긴의자를 보며 생각날만한 노래입니다.

목련은 보통 4월에 피는 데, 요즘 꽃은 모두 계절을 당깁니다. 우리들의 빨리빨리 성격이 세상의 모든 것에 전염이 되었나 봅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다시 걷습니다. 이제 재 두 개를 넘어 공단을 걸으면 우리집입니다.

괭이밥이 피었으며, 괭이밥과 비슷한 양지꽃도 피었습니다.

 

 

물망초를 닮은 꽃마리도 피었습니다. 차가 지나면 멈추어 앉아 잠시 눈 맞추고, 숨 한 번 돌리고 또 걷고.

 

  ▲ 꽃마리

 

겨우내 양지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 점너도나물이지만, 봄빛을 감아 이제 빛이납니다. 봄까치꽃과 광대나물도 겨울에도 만날 수 있지만, 봄에 만나는 색은 마치 새단장을 한 듯 잎이 반지르합니다.

 

봄이 오는 길목 / 김갑진


산 위에 올라 먼 곳을 보고 있노라니
봄의 향기가 소리로 냄새로
산과 들을 감싸고 있네

낮에도 밤에도 흐르는 낙동강 하구언에도
멀리 보이는 다대포 앞바다에도
물 위에 떠 있는 가덕도 섬에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볼수는 없어도 대지에 생명력을
 
그리고
활기를 주고
봄의 향기는 하루가 다르게 우리곁을 오고 있는데
이 봄엔 잠자고 있는 내 육체에도
봄의 기운이 향기를 넘어

봄아 봄아
이 봄엔 나에게도 희망을 주고 가렴


 

 

신항만 공사는 많은 곳에 매화나무를 심게 했습니다.

다시 시루봉이 보이며, 정혜원과 중소기업 연수원과 함께 우리 동네가 보입니다. 해도지 밥집 위의 길까지 걸었습니다.

이제 반 정도 걸은 듯 한데, 우리 동네가 보이니 마치 몇 발자국만 걸으면 집일 것 같았습니다.

 

주위의 밥집을 기웃거리며, 동백과 매화를 다시 느끼고 개나리 길을 걸었습니다.

 

 

여기는 개나리가 덜 피었지만, 어제 오후에 시내에 나가니 시내로 가는 길은 노란 꽃길이었습니다.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라 물면 안되고요, 그냥 걸었습니다.^^

 

 

걸으며, 35년전의 친구들을 생각했습니다.

당시엔 버스가 없었으며, 길 또한 비포장의 산길이었지요.

우리는 안골왜성으로 소풍을 가며 길이 멀어 짜증을 냈는데, 안골의 친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구나….

학교에 다닐 때 그랬지요, 학교에서 집이 가까운 친구들이 지각하는 횟수가 많았으며, 반면 집이 먼 친구들은 언제나 일찍 등교를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골에서 집까지 꼭 2 시간, 산과 들에서 2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름 봄을 느낀 시간이었으며, 오랜만에 옛친구들을 생각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