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쪽빛에 물드는 안국사 쪽빛 콘서트 대만족

댓글 14

마음 나누기/가본 곳

2019. 5. 13.

5월 12일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12일) 전국 사찰에서 봉축 법요식이 열렸습니다. 얼마전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가 외국인 템플스테이를 명분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 지은 건물의 입찰 등에 수상한 점이 여럿 드러났다는 뉴스를 접한 후 올해는 등을 달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교에 가깝지만 그래도 부처님 오신날에는 가족 나들이겸 가차운 사찰을 방문하여 등을 달고 공양을 했었는데, 그 뉴스를 접하니 마음이 싹 가셨습니다.

그런데 흑백다방 밴드에 고성 안국사의 쪽빛 콘서트 안내가 올라 왔기에 마음으로 가보고 싶다 했는데, 일요일날 가고 싶은데 갑시다 하기에 전날 토요일 둘이서 텃밭일을 정말정말 열심히 하고, 부처님 오신날 늘어지게 잔 후 녹즙 한 잔을 내려 마시고 고성시장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자고 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고성읍에 도착하니 12시 40분을 지나고 있었기에 여기서 안국사가 멀지 않을테니 절밥을 먹읍시다하며 안국사로 갔습니다.

안국사로 가는 길은 농로를 약간 넓힌 길었으며, 안국사 안내표지는 아주 조그맣게 두 군덴가에 있었으며 그 흔한 연등과 안내를 하는 이도 보이지 않아 내비게이션을 이용했지만 헤매야 했습니다.

산길로 접어 드니 법요식을 마치고 돌아 가는 차량으로 약간 넓은 길에서 기다리기를 여러번 했으며, 주차장이 따로 없는 듯 산길 가장자리에 주차된 차량들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안국사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안내를 하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주차를 했으며, 사찰의 대문인 일주문이 없었으며 낮은 대나무대문으로 들었습니다.

안국사는 작은 절로 대웅전과 요사채, 가마와 도자기를 보관하는 건물이 있을 뿐이었으며, 담장을 따라 장독대가 쭈욱 늘어져 있었고, 부처님 오신날의 상징인 연등대신 쪽염색을 하여 만든 초롱 등이 처마마다 걸려 있었고 장독대에도 걸려 있었습니다. 신선했습니다.

보통 사찰에서는 입구에서 연꽃을 가슴에 달아 주며 등을 신청하는 곳이 있는데 안국사는 그런게 전혀 없었습니다.

진심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찰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기에 공양부터 했습니다. 대게의 절밥이 그러하듯 단촐하지만 모든 영양소를 다 갖춘 밥상입니다. 공양간이 요사채내에 있었지만 자리가 없었으며, 요사채는 측면 두 칸이었는데 가운데 벽이 있는 방도 있었으며 트인 방도 있었는데 역시 자리가 없었기에 대웅전뒤편의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 공양을 하는데, 옆의 분이 공양후 간이의자(나무박스)를 주며 체하니 바로 앉아서 먹기를 권했습니다.

또 대단한 건 작은 절집에 먹을거리가 넘쳤습니다. 비빔밥, 떡, 과일, 수정과가 있었으며 커피도 준비되어 있었고 시간이 흐르니 과일의 종류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떡은 쑥설기였는데 쑥향이 진했으며 정구지전은 신도 여러분이 앉아 굽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수고 덕분에 든든했습니다.

공양후 콘서트 시작이 멀었기에 안국사를 살폈습니다.

 

 

 

요사채뒤편입니다. 툇마루가 있으며 작은 방이 여러개였는데 모두들 마치 외가에 놀러온듯 누워 있거나 식사를 하거나 담소중이었습니다. 요사채뿐 아니라 대웅전과 장독대까지 작은 그릇에 꽃을 소담스레 꽂아 두었는데, 지주스님인 대안스님이 도예가입니다.

 

 

안국사의 공양간인듯 했는데 도자찬기가 빼곡했기에 부러웠습니다. 벽은 쪽염색입니다.

 

 

대웅전입니다. 염색초롱이 걸려 있으며 벽면은 역시 쪽염색이며 대웅전도 툇마루가 있습니다.

 

 

어린 신도가 아기 부처님 목욕을 시켜주는 모습이 사뭇 진진했습니다. 불전함은 이곳 한 곳이었습니다.

 

 

절마당에는 12년된 안국사보다 더 오래된 듯 한 석불이 있었습니다.

부처의 손 모양이 정면 왼쪽 손바닥이 어깨쪽에 있는 것을 시무외인이라고 하며, 반대로 아래로 향한 것은 여원인이라고 하는데, 자비를 베풀어 중생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모든 바라는 바를 들어 준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석불앞에는 쪽염색 머플러와 손수건, 된장, 간장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염색과 된장.

네, 대안스님은 통도사 서운암에서 오신 스님입니다.

대안스님은 시인이며 도예가이고 쪽염색 전문가입니다.

스님은 지난 1996년 모시고 있던 통도사 성파 큰스님과 함께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감지금니대광불화엄경'을 쓴 종이, 즉 수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감지'를 재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다 '감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쪽'이라는 식물(풀)에서 염료를 채취해 한지에 물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쪽' 염색에 푹빠져 염색을 하다가 우리 천연염색재료인 홍화·치자·소목 등의 초목으로 물을 들이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여 마침내 120여 가지의 천연염색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염색은 초목에서 색소를 추출해 섬유를 넣고 끓여주면 되는 것으로 아주 쉽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과정이 있어 대안스님은 누구나 보면 알기 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0년에 '전통염색의 이해'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쪽은 여뀌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쪽은 거의 털은 없고 줄기는 원통 모양이며 붉은 자주색입니다.

 

 

안국사 벽은 쪽염색을 한 천이 벽지였습니다.

 

 

 

장독대입니다.

저희는 서운암 된장을 먹기에 안국사에서 된장을 구입했습니다. 된장, 간장과 쪽염색 머플러 3장을 구입하니 손수건 한 장을 선물이라며 주기에 한 장 더 주세요 하니 정말 한 장을 더 주었습니다.

 

 

가마와 도자류들입니다. 그릇은 크기와 종류가 다양했지만 값은 묻지 않았습니다. 도자그릇이 많은 곳은 꽃이 많은 집만큼 부럽습니다.

 

 

대웅전 측면 툇마루에 여저 분 두 분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시노래가수 남미경 씨였습니다. 하여 인사를 했지요. 김달진 문학관 덕분에 선상에서 만났으며 하동 이병주 문학관에서 노래를 들었습니다. 안치환처럼 시를 노래하는 가수인데 음반을 석 장 발매했다고 하며, 안국사 쪽빛 콘서트가 7회인데 1회때부터 계속 참가한다고 했습니다.(사회자 정일근 시인의 말씀)

 

 

 

대웅전의 툇마루입니다. 역시 작은 그릇에 꽃이 소담스레 피어 있었습니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습니다.

 

 

안국사를 나가니 산길이 있기에 조금 걷기도 했으며, 평소에는 애증의 식물인 사위질빵덩굴이 이렇게 어울리는 곳도 있구나 하며, 안국사 담장이나 축대 등에 기오 오르며 너울거리는 사위질빵덩굴과 바람개비꽃을 만났습니다. 절 담장 너머 멀리 사랑도 지리산이 보이긴 했지만 쪽빛 바다는 수목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국사는 고성 천황산 품 고성군 대가면 연지 4길에 있습니다.

 

 

 

 

대웅전과 마당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았습니다. 방안에서는 마치 다도시간처럼 차에 대해 설명을 하는 이와 듣는 이가 있었는데 듣는 분은 쪽빛콘서트에 쪽빛특강을 하실 이동순 시인인듯 했습니다.

이동순 시인과 안도현 시인은 사돈지간으로 두 분이 쪽빛 콘서트에 함께 하십니다.

 

 

다도방의 열린 창문으로 대웅전이 보입니다. 때묻지않은 절같아 아무 상관없지만 자랑스러웠습니다.

 

 

드디어 쪽빛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에 바리톤 오정한과 시노래가수 남미경의 리허설이 잠깐 있었습니다.

정일근 시인은 진해인으로 경남대학교 교수입니다. 잠시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신발 이야기를 했습니다. 크록스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제 신발을 얼마주고 샀느냐고 물었습니다. 더웠기에 라푸마 아쿠아슈즈를 신었거든요. 시인은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닌 모양입니다.

가정과 가족이 해체되는 시대, 정일근 시인의 참 좋은 시 한 편입니다.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정일근 시인의 소개로 대안스님이 반야심경 독경을 했습니다.

시인이 덕담을 부탁한다고 하자 "잘 먹고 잘 살아라"고 했습니다. 일동 웃었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바람아니겠습니까.

주지스님이라면 어느 정도 권위와 권력이 있지 않겠느냐고 모두들 생각할 텐데, 대안스님은 직접 의자를 옮기기도 했으며 안국사 이곳저곳을 둘러 보시며 신도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바리톤 오장한 님입니다. 젊은 양반이 노래를 참 잘 하더군요. 앵콩송도 불렀습니다.

동영상을 담았는데 너무 길어 블로그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조용하던 절집이 음악으로 시끄럽게 느껴졌는지 개 두마리가 계속 짖었기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시노래 가수 남미경입니다.

몇 곡을 불렀는데 동영상은 요즘 한창인 찔레꽃입니다. 찔레꽃 참 좋죠.

 

 

 

오후 햇살은 5월이라고 느껴지지않을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그러다보니 관중은 그늘을 찾게 되었고 무대앞의 객석은 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는 이나 관객의 호응은 뜨거웠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관람객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담았습니다.

 

 

관람중인 사회자와 대안스님입니다.

 

 

뜨거운 국민시인 안도현 님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인은 이동순 시인의 백석 특강을 앞두고 백석의 시를 낭송했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여성』(1938. 3.)

 

 

집으로 돌아올 길이 걱정되어 안도현 시인의 말씀도중 자리에서 일어 났습니다.

백석ㆍ고성가도ㆍ시주정신을 주제로 한 이동순 시인의 특강과 저녁 공양 후에는 울주 세계산악영화제(UMFF)와 함께하는 '아이스 콜링'의 시간이 마련돼 있었으나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 좋았는기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 날이 며칠이나 될까.

- 내년에 또 가자고 하겠네.

여건이 되면 또 가야지요.

바람뿐 아니라 마음까지 쪽빛으로 물든듯 한 안국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