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myopy 2010. 5. 24. 00:51

조선일보 인터넷판 23일자 톱기사의 헤드라인이다.


NYT "미국정보당국, 천안함 ‘김정일’명령 결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23/2010052300606.html

 

 


조선일보식 외신 인용이 어떤 행태를 취해왔는지는 잘 알고 있기에, 습관적으로 뉴욕타임스 기사원문을 찾아보았다.


U.S. Implicates North Korean Leader in Attack

http://www.nytimes.com/2010/05/23/world/asia/23korea.html?ref=world

 

 


헤드라인의 뉘앙스가 큰 차이를 보인다. 조선일보 헤드라인은 뉴욕타임스가 미국정보당국이 김정일 명령으로 결론 내렸다고 뽑았다. 반면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은 이번 공격에 북한지도자가 연관되었다고 미국이 추론한다는 의미이다.


본문기사를 보면 조선일보가 예전과 같이 “소설”수준의 인용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절한 생략과 함축을 통해 원문의 뉘앙스를 조선일보 입맛에 맞게 전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천안함 사건을 김정일이 지시한 것으로 미국 정보기관이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맞다. 그리고 조선일보도 이번에는 “이것이 명확한 사실(fact)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북한 지배체제와 군부의 현 상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 비춰 봤을 때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라고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고 있다. 또한 “물증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따른 추론”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김정일이 젊은 아들을 보증하기 위해 천안함 침몰을 지시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원문에 충실히 전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원문에서는,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가 위에 조선일보가 인용한대로 “물증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따른 추론”이라는 점과 “명확한 사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김정일이 지시 내렸다고 추론한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바로 아래 문장을 통해 그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Nonetheless, both the conclusion and the timing of the assessment could be useful to the United States as it seeks to rally support against North Korea.


증거도 없이 단순히 정치적 상황에 따른 결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가의 결론과 시기 모두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라고 쓰고 있다. 조선일보에서 위의 문장은 생략되었다. 즉 뉴욕타임스는 확증이 없는 “정치적 상황에 따른 추론”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에 도움이 되는, 매우 적절한 시기에 내려진 결론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조선일보에서는 단순히 미국 정보기관이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원문은 후반부에서 미국정부나 한국정부나 중국의 도움 없이는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고, 중국이 북한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나 미국이 공개적으로 김정일을 천안함 침몰과 연관시킨 적이 없다고 쓰고 있다. 조선일보의 기사에서는 빠진 내용이다.


이제 조선일보는 과거처럼 엉뚱한 번역이나 의도적 오역에서는 벗어나기로 했나보다. 어쨌거나, 헤드라인 하나가 본문 내용의 뉘앙스를 참 크게도 좌우한다. 한단계 높아진 조선일보의 품질(?)에 축하를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