達山法師 오복주머니

공수래 공수거해야 할 나그네 인생길이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길 바라면서....!

< 징글징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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達山法師 詩와 글 모음~!

2020. 6. 3.

< 징글징글 하다 >

                                              ___ 達山法師 씀 __

 

뙤약볕에 숨이 훅훅거리는 콩밭에서

땀에 옷이 흠뻑젖도록 잡초메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긴긴 해를 등에 짊어지고 모내기 논에서

허리가 끊어질듯이 잡초메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지게에 산더미 같은 땔나무를 짊어지고

무거워서 다리가 바들바들 거리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검정 고무신에 책보자기 둘러메고

십오리길 걸어서 학교 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국민학교 다닐적에 재너머 논에서

나락 뭇을 지게로 등짐하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들에서 잡풀을 베어다가 인분섞어

퇴비 만들어서 논밭에 뿌리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탈곡기로 보리타작 하면서 옷속으로

꺼시락이 들어가서 짜증나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서숙밥 먹고 밀가루 띤 죽에

꽁보리밥 먹던 어린시절 배고픈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장갑도 없고 양말도 부족하고

귀마개도 없던 한겨울에 춥던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대나무 비닐우산 쓰고가다 바람에

뒤집어져 흠뻑 젖은채 학교가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소깔 베어다가 소 여물 썰어서 아침

저녘으로 가마솥에 소죽 끓이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새벽녘에 바지게로 퇴비 한짐 져다가

산비탈 밭에 가져다 놓고 학교가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시계도 없고 라디오도 없고

티비도 없는 초가집에서 살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명절이나 경조사 때 아니면 고기 구경

쌀밥 구경 생선 구경도 못하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찢어진 고무신 꿰메 신고 찢어진 옷

꿰메 입고 옷소매가 반질반질 하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밤 마다 천정속에서 쥐들이 전국체전

하는 소리에 깊은 잠을 못자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구들장 불길이 막혀 쏟아지는 연기에

눈물 콧물 화생방 훈련같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육성회비 낼 돈 없어서 교실 뒤로나가

두 손을 높이들고 벌을서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폭우 때마다 개천물이 넘쳐나서

학교에도 못가고 집에서 보내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꽁보리밥도 없어서 퉁퉁불은 밀가루

띤 죽을 밴또 싸서 학교 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배가 아프면 엄마 손이 약손이고

상처나면 된장을 바르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밀가루 포대 속지로 벽을 도배하고

연을 만들고 책표지를 싸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콩나물 시루처럼 학생수가 많아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수업받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일원짜리 오원짜리 십원짜리 동전도

넉넉하지 못해서 궁핍했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여름이면 토방으로 나와서 바람찾고

평상에 앉아 모깃불 연기쬐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밤 마다 석유 심지 초꼬지에 불을켜면

긴긴 겨울밤 콧구멍이 시커멓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밤이면 무서워서 칙간도 못가고

주무시던 할머니 깨워서 앞세우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바르르 떨어대던 문풍지 소리에

괜히 무서워서 이불 뒤집어쓰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나무 속껍질 벗겨서 껌 처럼 씹어 먹고

풀뿌리 캐어서 삶아 먹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반질반질한 돌맹이로 때를 벗겨내고

옷속 머릿속에서 이를 잡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쥐잡기 운동에 잔디 씨도 채집하고

산으로 가서 송충이 잡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학년별로 잡초 베어다가 학교 운동장

한쪽으로 쌓아놓고 퇴비 증산하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수시로 반공 웅변대회를 개최 하면서

멸공이니 방첩이니 하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학교에서 돈 없으면 무상 빵 받아 먹고

돈이 있으면 유상 빵 사서 먹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마라톤 선수시절 운동화가 아까워서

흙먼지 운동장을 맨발로 뛰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궁핍한 형편에 일곱남매 키우시느라

아버지 어머니가 고생하시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밀가루도 없어서 보리방아 죽재로

떡을 만들어 먹고 깻묵 먹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고무공이 없어서 새끼줄로 동그랗게

축구공을 만들어서 뛰놀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싸구려 크레용은 툭툭 부러지고

몽당 연필심에 침을 묻혀서 쓰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교실 난로에 장작불을 피우면서

연기에 눈물 콧물 쏟아내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새벽이슬 맞으면서 일하러 나가고

소쩍새 우는 소리에 저녘먹던 때를

생각하면 징글징글 하다

 

(*)

 

___ 2020년 6월3일 / 達山法師 올림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