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멋

나무3 2010. 4. 20. 07:00

 

봄햇살을 받으며 대전에서 옥천으로 넘어가는 세천고개 못미쳐

기관사 김재현순직비를 찾아갑니다.

실제 위치는 대전지하철 판암사업소 바로 앞인데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터라 별수없이 길을 찾아 돌아갑니다.

 

세천유원지 방향으로 들어가다가 바로 우회전하면

철로변에 작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차 한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끝까지 들어가서 주차를 하고나니

  마침 밭에서 일하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비석 있는 곳을 일러주십니다.

매실밭 사이로 조심 조심 기찻길 옆으로 접근~

 

 휙휙 지나가는 기차가 위험해서

다시 고속도로 옆을 따라 조심조심 접근~~

이것도 역시 위험...그러나 다른 길이 없으니 그대로 진군~

 

 

2분정도 고속도로 길을 걸어가니 그나마 다행히 걸을 수 있는 길이 나타납니다.

뒤로는 경부고속도로가 빵빵거리며 지나가고,

앞으로는 경부선이 휙휙 지나가는 곳에 이렇게 고요한 공간이 숨어있었네요.

 

 멀리 삼정동산성을 배경으로 비석 비슷한 것이 보이기 시작하구요.

 

조금 더 다가서니 와우~ 분명해집니다.

 

"기관사 김재현순직비"

경부선 대전-세천역사이 서울역 기점 171.800Km에 위치한 이 비는

6.25당시 대전지방 철도청 기관사 김재현이

딘 소장의 구출을 위하여 최후의 일순간까지 철마를 달리다 순직한

고결한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라고 합니다.

 

故 김재현 기관사는 1950년 7월 19일 5시경,

적에 포위된 미군 제24사단장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하여

미군 결사대 30명을 기관차 덴다(급수차)에 싣고 이원역을 발차, 대전역으로 향하던 중,

세천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적의 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어 딘 소장의 구출 가능성이 없어서 다시 후퇴하기 위해

대전역을 출발 옥천역으로 향하던 중

다시 인민군의 집중사격으로 당시 열차를 운전하던 김재현 기관사가

현장에서 순직하게 됩니다.

1962년 12월 5일, 김재현 기관사가 순직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바로 이 비가 건립된 것이지요.

 

 총탄을 온몸으로 받았던 그날처럼

기차의 경적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는 순직비...

 

철로를 따라 세월은 흐르고 흘렀지만,

그의 위태로움은 여전해 보입니다.

 

 판암사업소의 표지석처럼 서 있는 순직비...

기차를 타고 지나간 수 많은 사람 중에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기차 지나가는 소리 요란한 기찻길 바로 옆에서

한참동안 그의 죽음과 서글펐던 그 시절을 이야기 나눕니다.

 

 언제 다시 찾아오게 될까요?

고속도로 넘고 산길 걸어 이곳을 다시 오자면

아마도 한참의 시간이 흘러야 되겠지요.

순직비와 삼정동산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에 없는 사람은 누구?

 

 밭고랑 사이를 지나오며 다시 돌아 본 기찻길,

순직비 앞으로 오래 전 그날처럼 기차 한대가 질주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잊고 사는게 많은 세상입니다.

김재현 철도기관사와는 어떤 인연이시길래 이렇게 찾아셨습니까?
음...특별한 인연은 없구요. 대전을 구석구석 찾아보고 그속에서 삶의 가치와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70년대엔 그 근처가 전부 포도밭이었습니다. 포도 먹으러 갔다가 구경하곤 했는데요. 이젠 찾아가는 것도 어렵게 되었군요. 좋은 글과 사진 잘보고 갑니다.
지금은 매실이 조금 있을뿐, 포도는 없어졌더라구요. 그야말로 고속도로 넘고, 산타고, 논둑길 건너 찾아갔는데요. 미리 지하철사업소에 요청하면 쪽문으로 가능하다고도 하네요.
제 조부님을 이렇게 조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앗, 후손분께서?? 혹여 누를 끼친건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