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시대

nasica 2008. 6. 6. 13:22

 

Sharpe's Rifles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09년 스페인) --------

 

총알 하나가 샤프 옆을 휙 하고 지나갔다.  그는 그것이 자기 등 뒤에서 발사된 라이플 탄환이 틀림없다고 생각했고, 혹시 그것이 자기 부하들 중 하나가, 자기를 미워한 나머지 자기 등을 겨냥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여유가 없었으나, 사실 그 걱정은 정말 실질적인 것이었다.  샤프 자신도 인도에서 사병으로 복무할 때, 등에 총을 맞은 시체로 발견된 장교가 한두명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Sharpe's Waterloo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5년 벨기에) --------

 

"해리스?"  존 경은 그의 마부를 불렀다.

 

"말씀하십시요, 남작님 !" 해리스는 마차의 운전석에서 외쳤다.

 

"전투 중에 살해된 장교들 이야기 들은 적 있나 ?"

 

해리스는 코루나 전투에서 프랑스군의 대포알이 그의 왼발을 짓뭉개놓기 전까지는 기병대원으로 복무했었는데, 그 질문의 순진함을 비웃었다.

 

"그런 이야기는 항상 들려온답니다, 남작님."  해리스는 마차를 도로 상의 깊게 파인 바퀴자국을 건너 모느라 잠깐 말을 멈추었다.  "자기를 살해하지 말아달라고 우리에게 사정사정하던 소령 하나가 기억나네요, 남작님.  그 작자도 우리가 자기 사정을 봐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우리들 중 하나가 그에게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대신 적의 손에 전사하는 명예를 누리게 해달라고 빌었지요."

 

"그래서 그렇게 전사했나 ?"

 

"왠걸요. 쇼네시라는 쬐그만 악당 녀석이 소령의 등에 검을 찔러넣었지요."  해리스는 그 추억에 웃음을 지었다.  "훈련 교범에 나오는 것처럼 아주 제대로 찔렀지요."

 

"아무도 목격자는 없었나보지 ?"

 

"그걸 문제삼을 만한 사람들 중에는 목격자가 없었습니다, 남작님.  왜 문제를 삼겠어요 ?  아무도 그 소령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아, 남작님이 걱정하실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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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무력집단입니다.  군대가 항상 외부의 침입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국내의 어느 누구라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세력입니다.  그러니까 역사 속에는 항상 많은 쿠데타가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지요.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케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넌 이후로, 군대를 이루고 있는 절대 다수의 병사들은 가진 것 없는 하류층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절대적인 무력을 가진 존재들이면서도, 항상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회 최상위층 계급, 또는 쿠데타 시에는 자기들을 지휘하는 몇몇 고급 장교들의 권익을 위해서 피를 흘려왔습니다.  왜 그래왔을까요 ?  잘 모르겠습니다.  서커스의 사자나 코끼리같은 것이겠지요.  사자나 코끼리는 언제든 사육사를 끝장내버리고 난동을 피울 수 있지만, 철저히 길을 들인 덕분에 힘없는 사육사의 말에 따르지 않습니까 ? 

 

병사들을 서커스의 사자나 코끼리에 비유하는 것이 올바른 비유는 아닐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인간이라는 동물은 굉장히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라서, 그 구성원들 간에 일종의 계약이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맺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일부 능력이 인정된 위엣것들이 다수인 아랫것들에게 섭섭지 않게 대해주면, 아랫것들은 그 능력있는 위엣것들을 따르겠다는 암묵적 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 암암리에 맺어진 계약이 가끔씩 깨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계약을 깨는 것은 항상 위엣것들입니다.  아랫것들이 항상 말을 잘 듣다보니, 저것들은 원래 그러는 것이다 라고 착각을 해서 원래의 계약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는 것이지요.  인류의 역사는 그러한 스토리들로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도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군대라는 곳은 워낙 강력한 무력을 갖춘 무소불위의 집단이기 때문에, 위엣것들은 군법이라는 엄한 규율로 특별히 더 강력히 통제를 합니다만, 장교들이 일반 병사들을 마구 학대하면 결국 병사들이 그 무기를 장교들에게 돌리는 일은 항상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 위에 인용했듯이, 일반 병사들을 공개적으로 '술주정뱅이 땅거지들'이라고 싸잡아 욕을 해댄 웰링턴 공작 휘하의 영국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게모르게, 'friendly fire'에 희생된 장교들이 꽤 많았던 모양입니다.  특히 'Sharpe's Enemy' 편에서는 아예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각국의 탈주병들이 모여, 국적에 상관없이 하나의 거대한 군대 내지는 산적단을 이루었던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그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 두목은 소설 속에서처럼 프랑스군의 취사병 출신이었다고 하는데, 다만 실제로 그들을 진압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설 속의 샤프가 아니라 프랑스군이 단독으로 진압했다고 합니다.

 

그런 경우는 사실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육군 내에서의 반란은 대개 몇명, 많아봐야 몇십명을 벗어나지 못했고, 곧 진압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반란은 곧장 소식이 퍼지기 마련이고, 곧장 옆 부대에 의해 진압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그런 공공연한 반란이 아니라 전투 중에 마음에 안드는 장교를 개인적으로 해치우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런 사건들은 뭐 증거도 없고, 파헤쳐봐야 피차간에 좋을 일이 없었으므로 그냥 명예로운 전사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겠지요.

 

하지만 해군의 경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당시처럼 무전도 없이 완전 고립된 채 수개월 동안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녀야 하는 군함에서, 반란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모든 함장들이 두려워하는 바였습니다.  언제든 장교들을 해치우고, 군함을 몰아 미국이든 남미든 혹은 터키든 인도네시아든 세계 어디로든 상륙해서 흩어져 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요.  당시에는 뭐 수병들 하나하나에 대해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문이나 전화, TV도 없었으므로, 그런 반란 행위를 저지르고 사라져버린 수병들이 꽤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원양에서 임무 수행 중 그냥 소식이 끊어진 군함들이 꽤 있었습니다.  대개는 폭풍 등으로 침몰해서 전멸한 경우겠습니다만, 뭐 누가 알겠습니까 ?

 

실제로 그런 반란을 일으키고 도망친 영국 군함이 있었습니다.  바운티 호 사건이라고, 꽤 유명한 사건입니다만, 정작 내용은 그리 극적이진 않습니다.  배도 정식 군함이 아니고, 사실상 작은 250톤 짜리 화물선에 가까왔고, 또 함장을 죽이지도  않은채 작은 보트에 충성파 선원들과 함께 실어서 태평양 망망대해에 내버렸습니다.  그러나 극적인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반란 선원들은 함장이 망망대해에서 죽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의외로 이 함장이 고작 7m 짜리 보트로 18명의 충성파 선원들과 함께, 해도도 없이 무려 47일간 6700km를 항해하여, 티모르 섬에 도달했습니다.  결국 반란 소식이 영국에 전해져, 영국 해군이 출동, 타히티 섬에 숨어있던 반란 수병들의 일부를 잡아들여 그 중 주동자들은 교수형에 처했다고 합니다.

 

 

 

영국 해군 함장들도 항상 반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고, 주로 군함에 탑승한 해병대의 무력에 의존하여 군기를 확립하려 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지나치게 수병들을 학대하지 않도록, 최소한 공정한 대우를 해준다는 느낌이 들도록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함장의 권위는 수병들과의 암묵적인 상호 계약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을 잊어버린 함장들이 종종 나타났습니다.

 

 


THE MAURITIUS COMMAND by Patrick O'Brian (배경: 180X년 인도양) -----------

 

"자네 몸 움직임이 뻣뻣하군, 바렛 본덴." 스티븐이 물었다. "다른 선원이라면 보나마나 등에 채찍질을 당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을 걸세.  하지만 자네의 경우는 다르겠지.  부상을 입었거나, 습기 때문에 류머티즘에 걸린 건가 ?"

 

본덴은 웃기는 했으나, 그다지 즐거운 웃음은 아니었다.  "갑판에서 48대를 맞았지요, 군의관님.  거기에 운수 좋으라고 2대 더 맞았습니다.  제7번 함포 격발 장치의 놋쇠의 번쩍거림이 충분치 않았다나요."

 

"놀라운 일이군, 본덴. 놀라운 일이야."  스티븐이 말했다.  정말 그는 놀랐다.  그가 기억하는 한 본덴은 한번도 채찍질을 당한 적이 없었고, 매질을 자주 해대는 군함에서도 50대는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나 내리는 정말 무자비한 처벌이었다.

 

... 중략 ...

 

"함장님이 그러신다고요 ?" 본덴이 만족스럽다는 듯 껄껄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러신다고 해도, 군의관님께서 말씀 좀 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군의관님께서 해주시면 더 적절할 것 같아요.  게다가 우린 네레이드 호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안달이거든요."

 

"네레이드는 분위기가 좋은 배가 아닌 모양이지 ?"  스티븐이 물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니지요."  그는 다시 노를 젓던 손을 멈추고는, 스티븐의 눈치를 보며 덧붙였다.  "그 군함은 포탄을 굴리는 배에요.  그게 네레이드 호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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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나온 바렛 본덴이라는 수병은 잭 오브리 함장의 조타장으로, 아주 듬직한 사내입니다.  잭 오브리가 무보직으로, 글자 그대로 집에서 애를 보고 있을 때 다른 선장 밑에서 복무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무자비함으로 악명 높은 네레이드 호의 코벳 함장이었습니다. 

 

저 위에서 본덴이 말하는 '포탄을 굴리는 (shot-rolliong) 배'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십니까 ?  당시 영국 해군의 전통은, 참다참다 못해 수병들이 반란을 모의하고나면, 밤에 불침번을 서는 수병들이 갑판 위로 둥근 포탄을 굴렸다고 합니다.  반란이라는 것은 장교들이 눈치채기 전에 몰래 모의하고 갑자기 일으켜야 하는 것 같은데, 저도 잘 이해가 안갑니다만, 그게 전통이라고 하네요.  아마도 장교들에게, '우리 불만 많다, 니들이 똑바로 안하면 곧 반란이 시작된다' 라는 것을 알려서, 정말 극단적인 행동, 즉 실제 반란으로 들어가지 전에 뭔가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랬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배의 함장은 밤에 함장실에서 혼자 자다가 머리 위의 갑판에서 포탄이 드르륵드르륵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리면, 머리가 쭈삣쭈삣 해졌을 것 같습니다.

 

결국 저 코벳이라는 함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  코벳은 지나치게 엄격하기는 했지만 정말 용맹한 함장이었습니다.

 

THE MAURITIUS COMMAND by Patrick O'Brian (배경: 180X년 인도양) -----------

 

(코벳 함장의 아프리케인 호가 프랑스 프리깃함 2척과 2대1로 교전을 하다가 결국 프랑스군에게 나포됩니다.  바로 그 직후에 잭 오브리 함장의 보아디세 호가 현장에 도착하자, 프랑스 프리깃함 2척은 아프리케인 호를 내버려두고 도주합니다.  아프리케인 호의 수병들은 잭 오브리를 보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보아디세 호로 헤엄을 쳐서 건너와 당장 프랑스 군함들을 추격하여 보복하자고 호소합니다.)

 

그들은 기쁨과 분노가 기묘하게 뒤섞인 난폭한 격정에 휩싸여 있었다.  기강같은 것은 내동댕이쳐버린 채, 물을 뚝뚝 흘리며 후갑판에 몰려와 임시제독인 잭에게 당장 교전을 재개하자고 사정했다.  그들이 외쳐대길, 자신들이 잭의 대포를 발사할 것이고, (놋쇠의 광택에나 신경쓰는 머저리들 밑에서가 아닌) 잭 오브리 함장 밑에서라면 기쁘게 복무하겠으며, 잭 오브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잭 오브리라면 저 프랑스 개자식들에게 멋지게 복수할 수 있을 거이며, 두척 정도는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손봐줄 수 있을 것이라고 외쳐댔다.

 

"함장님이라면 하실 수 있쟎습니까 !" 팔에 피투성이 붕대를 감은 수병 하나가 외쳤다. "저는 소피 호에서 함장님 밑에 있었습니다.  함장님이 그 커다란 스페인 군함을 담궈버릴 때 말입니다.  안된다고 말씀하지 마십시요, 함장님 !"

 

... 중략 ...

 

"코벳 함장은 어떻게 되었나 ?"  잭이 물었다.  "프랑스군이 그를 포로로 데려간 건가 ?"

 

침묵이 깔렸다.  그리고나서, 수병들로부터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모르겠습니다, 함장님." 

 

그는 깜짝 놀라 수병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앞에는 문을 닫아건 얼굴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방금 전의 드물게 일어나는 즉응적이고 남자대남자로서의 친밀감은 싹 가버렸다.  그는 하갑판의 단결된 묵묵부답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가려버리는 벽은 잭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으로서, 어리석은데다, 대개 속이 뻔히 보이는 것이었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는 것이었다.

 

"모르겠습니다, 함장님." 이것이 그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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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엣것들 여러분, 아랫것들과의 암묵적 계약을 항상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2MB 대통령 각하, 지금 제가 보기엔 온 국민이 갑판 위에 포탄을 굴리고 있습니다.  그 소리가 안들리는 건 아니겠지요 ? 

 

감사합니다
우연히 다음메인을 통해 알게 되어 처음부터 쭈욱 읽고 있습니다.
글한편 한편에 해박한 지식이 묻어 나오는 군요.
전쟁사를 좋아 하는 제게는 굉장히 유용하면 흥미를 돋구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동양 전쟁사를 특히 좋아 합니다)
마치 어릴때 할머님께서 들려 주시는 옛널 이야기 처럼 다음편들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이글에서는 촌철살인의 극치를 보게 되는 군요.

글을 적으신 블로거님께 경의를 표하며,
일부러 본명을 기재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과찬 고맙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근데 선상반란을 일으킬때 대포알을 굴리는것은 군함만의 전통인가요?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면 일등항해사 바르보사가 반란을 일으켜 잭스패로우를 내쫒던데
해적들도 역시 반란을 일으킬때 무슨 표식같은것을 내세웠나요?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역주행 완료 후 선생님의 지식과 열정 그리고 이 글들에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글 써주신 블로거님께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