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nasica 2008. 6. 7. 18:04

 

 

The Dreamcatcher by Stephen King (배경: 1990년대 미국 메인 주) ---------------------

 

(Body-snatcher의 개념을 아시면 이해하시기 쉬운데, 일종의 곰팡이나 균류같은 존재인 외계인인 Mr. 그레이가 존시의 몸을 강탈하여 조종합니다.  존시의 정신은 뇌 어디 한구석에 존재하는 작은 밀실에 갇혀 있고, 외계인 Mr. 그레이는 존시의 기억 파일을 읽어가며 지구인인 척 행세합니다.  이 외계인의 목표는 지구 정복을 위해 외계인의 포자를 지구인의 식수원에 퍼뜨리는 것입니다.  이 외계인은 아무튼 당장은 존시의 몸을 빌려 쓰고 있으므로, 존시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인의 식사를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국도변의 식당에 들어갑니다.)

 

여종업원은 음식이 담긴 접시를 존시 앞에 내려놓고, 그를 좀 의심스럽다는 듯한 곁눈질로 훔쳐 본 뒤, 제자리로 돌아갔다.  Mr. 그레이는 존시의 눈을 통해 밝은 노란색의 달걀 노른자와 가장자리가 꺼멓게 탄 베이컨을 쳐다 보았다.  베이컨은 파삭파삭하다 못해 거의 전소된 상태였는데, 이건 그 다이사트 식당의 전통이었다.  Mr. 그레이도 종업원과 같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음식을 내려다 보았다.

 

먹어. 존시가 말했다.  그는 (그의 뇌 어디엔가 있는) 그의 사무실 창문으로 Mr. 그레이가 보는 것을 내다 보고 있었는데, 지금 Mr. 그레이가 첫 인간식 식사를 하는 장면은 그에게도 흥미롭고 호기심나는 장면이었다.  혹시 달걀과 베이컨이 Mr. 그레이를 죽일 수도 있을까 ?  아마 아니겠지.  하지만 존시의 몸을 납치해간 이 망할 외계인이 배탈이 날 가능성이야 있었다.  뭐해, Mr. 그레이, 먹으라고.  처먹어.

 

Mr. 그레이는 존시의 기억 파일을 뒤져 나이프와 포크의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아내고는, 포크로 스크램블드 에그의 아주 작은 조각을 찍어 올리고는, 존시의 입에 넣었다.

그 다음에 온 느낌은 정말 놀랍고도 신나는 것이었다.  Mr. 그레이는 모든 것을 와구와구 집어먹으며, 간간이 팬케익을 대용 메이플 시럽에 적셔가며 먹어댔다.  그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베이컨이 정말 맛있었다.

 

고기 (Flesh) ! 존시는 외계인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건 마치 30년대 케케묵은 괴물 영화에서 나오는 것 같은 생물의 목소리였다.  고기 ! 고기 !  이것이 고기의 맛이야 !

재미있군...  하지만 어쩌면 전혀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좀 무시무시하기도 했다.  이것은 새로 탄생한 흡혈귀의 울음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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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소설은 대개 영화화 됩니다.  심지어 최근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의 욕을 먹었던. '미스트'라는 제목의 싸구려 괴물 소설까지도 영화화 됩니다.  '미스트'의 경우에서도 증명이 되었듯이, 아무리 영화가 그지같아도, 일단 스티븐 킹이 썼다고 하면 사람들이 '낚이거든요' !  속지 마라, 이거 낚시 영화다 ! 라는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 퍼질 때 쯤이면, 이미 제작비는 회수한 다음일 것입니다.

 

다만 이 Dreamcatcher는 싸구려 외계인 소설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스티븐 킹의 수작이냐 하면 그것 역시 아니고, 그저 그런 정도의 소설이고, 재미있는 개념이 좀 나옵니다.  가령 UFO가 2차대전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폭발한 원자탄의 시그널을 외계인들이 포착했기 때문에 그것을 목표로 날아오는 것이다 라는 등등이요.  나쁜 것은 영화는 소설의 심오한 부분을 다 말아먹고, 결국 싸구려 외계인 영화로 망쳐버렸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람은 거의 안나오는데, 2차 세계대전을 그린 미니시리즈 'Band of Brothers'에서 딕 윈터스 소령을 맡았던 데미언 루이스가 외계인에게 몸을 빼앗기는 존시 역할로 나옵니다.  아, 생각해보니 조연이 오히려 명배우군요.  모건 프리먼이 피도 눈물도 없는 공군 소속 대UFO 특수전 지휘관 커츠로 나옵니다.

 

 

 

이 소설 줄거리는... 다 말씀드리면 좀 그렇고, 시작 부분만 말씀드리면, 일종의 곰팡이나 균류같은 존재인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정확하게는 눈덮힌 미국 메인 주에 내려옵니다.  사실은 불시착합니다.  이들의 목표는 지구 정복입니다만, 살인 광선과 대형 로보트를 이용하는 건 아니고, 인간들을 포자로 감염시켜 자기 종족의 숙주로 희생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에 감염된 인간은 몸에 붉은 이끼같은 것(이 소설 속에서는 리플리 Ripley라고 부릅니다)이 돋아나는 등의 증상과 함께, 텔레파시 기능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 외계인의 침공 계획을 이미 몇십년 전부터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우던 정부의 대UFO 특수전 부대가 출동하여 외계인의 우주선과 외계인 생존자들을 전투용 헬리콥터를 타고 50구경 기관총으로 박살을 내놓습니다.  아울러 이 특수전 부대원들은 그 숲의 동물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을 모두 잠재적 감염자로 보고 격리차원에서 몰살시킬 계획을 수행합니다...

 

윗 장면은 주인공 중 한명인 존시의 몸을 강탈한 외계인이, 지구인의 식사를 하는 장면인데, 원래 이 외계인은 동물이라기 보다는 식물에 가까운 균류 종류이기 때문에, 뭔가를 '먹는다', 특히 다른 동물의 '육체를 먹는다'는 경험이 처음인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몸으로 베이컨을 먹어보니 너무나 그 느낌이 좋았나 봅니다.

 

예전에 동서 냉전 시대에 어느 동구권 국가에서 거듭된 경제난으로 고기값이 너무 올라 국민들이 '고기를 달라'며 시위를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성서에서도,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빠져나와 광야를 헤맬 때,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즉, 처음에는 먹을 것과 물을 달라고 아우성치던 유대인들에게 여호와가 만나와 물을 주니까, 이어서 '고기를 달라'고 모세에게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여호와가 메추리 떼를 보내주어 그를 잡아먹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확실히 인간은 다른 생명체의 육체를 씹어먹어야 하는 생물인 모양입니다.  고기 진리교의 뿌리는 깊기도 하군요 !

 

치아 구조나 내장 구조를 보면, 원래 인간은 초식 동물이었다고 하대요 ?  (정확한 건 아닙니다. 태클 사양.)  애초에 태어난 대로 그냥 그대로 초식 동물로 살았다면, 현재처럼 광우병 파동도 없었을 것이고, 세계 식량난도 없었을 것이고, 지구 온난화 현상도 없었을 텐데, 태초에 어느 한 인간이 고기를 먹고 저 외계인과 같은 감격을 느꼈을 때부터, 2MB의 고난의 씨앗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여러분 Typhoid Mary가 뭔지 아십니까 ?  저는 이 소설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아래 구절을 보시지요.  여기서 대UFO 특수전 부대 지휘관인 커츠가 부하와 함께 외계인 포자를 확산시킬 수 있는 매개체를 막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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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물들은 포위망을 빠져나갔을 겁니다."

 

"동물들 뿐만 아니라 일부 사람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지.  하지만 리플리(외계인 포자)는 천천히 퍼진다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린 잘 해나가고 있는 편이야.  대부분의 감염 인구를 다 확보한데다, 우주선을 파괴했고, 또 외계인들이 보내온 것은 화염이라기보다는 작은 불씨에 불과했거든.  우린 외계인들에게 아주 간단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지.  평화를 목적으로 오던가, 아니면 광선포를 쏘아대면서 오라는 거지.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는 통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우린 저들이 최소한 당분간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네.  저들은 이번의 이런 사건을 터뜨리기 전에 벌써 50년 동안이나 지구를 집적거려 왔거든.  우리의 유일한 후회거리는 과학 조사를 위해 그 우주선을 보존하지 못했다는 거야.  하지만 뭐 어차피 우주선은 리플리에 감염되어 있었겠지.  현재 우리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뭔지 아나 ?  그 회색인(외계인)들이나 리플리가 장티푸스 메리 (Typhoid Mary), 즉 자신은 병에 걸리지 않으면서 그 병을 퍼뜨리는 사람을 찾아내는 거야."

 

"그런 사람이 없다고 확신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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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장티푸스 메리는 실존 인물입니다.  본명은 메리 맬론 (Mary Mallon)이라는 아일랜드 태생의 여자인데, 1884년 15살 때 뉴욕으로 이민을 와서, 주로 가정부 요리사로 일했다고 합니다.  이 여자가 일했던 가정의 사람들은 대개가 장티푸스를 앓게 되어, 그 중 몇몇은 사망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집안에 장티푸스가 퍼지면, 사실상 집안이 망하는 것이므로, 이 여자는 다른 집으로 직장을 옮겼는데, 옮긴 집에서도 곧 장티푸스가 퍼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 여자가 옮겨가는 집마다 장티푸스가 터져나왔는데, 정작 이 여자는 전혀 장티푸스를 앓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이 여자와 장티푸스의 상관 관계를 의심한 사람이 생겨나서, 결국 이 여자는 격리 생활을 하게 되었고, 평생 그렇게 격리된 채 살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69세에 폐렴으로요.  끝내 자신은 장티푸스는 한번도 앓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후 부검을 통해, 이 여자가 장티푸스 균의 매개체 노릇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하네요.

 

이 여자가 특히 유명해진 것은, 몇몇 사람이 이 여자가 매개체가 아닌가 의심할 때, 이 여자 자신은 절대 자신이 그런 보균자가 아니라고 격렬하게 항의했고, 또 요리사라는 직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제로 격리될 때까지는요.  또한 자신이 그런 보균자가 아니라는 증거로서, 자신을 진찰한 의사의 진단서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즉, 자신은 안전하다는 과학적인 증명을 한 셈이지요.  심지어 자신이 요리사로 일하던 집안 식구들이 장티푸스에 걸리자, 적극적으로 간호를 했는데, 그 때문에 그 집안의 장티푸스는 더욱 상황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다들 위험하다, 의심스럽다라고 말하는데, 부득부득 절대 안전하다고 우기고, 또 자신은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고, 간호를 한답시고 뭘 하면 할 수록 상황이 더 나빠지고....  꼭 광우병이나 2MB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흠... 좀 닮은 것 같지 않습니까 ?

언젠가 서프라이즈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뤄본적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선의던 악의던 일단 하려고 맘 먹은 일이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것이라면
가볍게 다뤄선 안된다는 것이겠지요, 요즘 세태와 맞아 떨어져서 좀 아쉽습니다.
장티푸스 마리에 대한 이야기가 잘 나온 웹사이트를 찾았습니다.

http://history1900s.about.com/od/1900s/a/typhoidmary_1.htm

( 영어지만 구글 번역기로 돌려도 대강 내용은 나올 겁니다. 혹시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시면 여길 찾아가 보십시오, )


글쓴 사람은 장티푸스 마리가 젤 재수없이 걸린 불쌍한 케이스라고 여기는데... 당시 장티푸스 균 잠재 보균자가 많았고, 메리처럼 주방이나 위생관련 일을 하면서 122명을 감염시키고 5명을 죽게 한 토니 라벨라의 경우와 비교해도 그렇구요.

마리가 살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대부분 장티푸스가 음식이나 물을 통해서 옮긴다고만 생각했고, 사람에 의한 2차 전염은 잘 몰랐던 탓도 원인이었기도 하네요..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