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nasica 2008. 7. 5. 21:37

 

 

제르미날, 에밀 졸라 작 (배경 : 19세기 후반 프랑스) -----------------

 

갑자기 문이 열렸고, 큰 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나 없이 아침을 먹고 있지 !" 잠으로 부은 눈으로 침대에서 뛰쳐나온 쎄실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대충 들어올려 하얀 모직으로 된 실내복 위로 넘겼다.

 

"아냐, 너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바람 때문에 잠을 못잤지 ?  딱하기도 하지."

 

그녀는 매우 놀라며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바람이 불었어 ?  난 몰랐는데.  밤에 꼼짝도 안 했거든."

 

그러자, 세 사람 모두 재미있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아침을 가져오던 하녀들도 역시 웃음을 터뜨렸고, 아가씨가 단번에 열두 시간을 잤다는 사실에 온 집안이 흥겨워했다.  브리오슈를 보자 희색이 만면한 그녀는 웃음을 멈췄다.

 

"어머나 ! 그럼 다 구워진거야 ?"  쎄실이 되풀이해 물었다.  "감쪽같이 속았네 !  초콜렛을 덮고, 아주 따끈한 게, 정말 맛있겠는데 !"

 

그들은 마침내 식탁에 앉아 그릇 속에서 김이 오르는 초콜렛을 마시며, 브리오슈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멜라니와 오노린은 반질반질한 입술 속으로 들어가는 브리오슈를 바라보면서, 굽는 법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했고, 어르신네들이 아주 맛있게 드시면 과자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중략...

 

(주인공인 마외의 아내인 라 마외드가 딱한 사정을 호소하고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하여 굶주린 두 어린 아이를 데리고 그레그와르 저택을 찾아옵니다.  근본적으로 마음씨가 고운 그레그와르 부처는 불쌍한 광부 가족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습니다.)

 

그레그와르 부부는 쎄실에게 그들에게 대한 적선을 맡겼다.  좋은 교육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온정을 베풀어야 하며, 스스로 자기집을 선량한 신의 가정이라고 말해왔다.  게다가 그들은 분별있게 자선을 베풀고, 악에 속거나 악을 부추기지 않도록 항상 고심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그들은 결코 돈으로는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떤 가난뱅이는 2 수우(sous)만 생겨도 술을 마시는 것이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자선은 언제나 현물이었다.  겨울 동안에는 극빈한 아이들에게 무엇보다도 따뜻한 옷가지를 나누어 주었다.

 

...중략...

 

(그레그와르 부부의 딸 쎄실은 챙겨놓은 옷가지 보따리를 라 마외드에게 줍니다.  하지만 라 마외드가 정말 필요한 것은 돈입니다.)

 

"우리는 돈이 많이 부족합니다."  라 마외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백 수짜리 동전 한닢이라도 주셨으면..."

 

마외 집안 식구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말을 하는 라 마외드의 목이 메었다.  쎄실은 걱정스럽게 그녀의 아버지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마치 의무를 수행하듯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돼.  우리는 그런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

 

그때 어린 쎄실은 아낙네의 낙심한 얼굴에 마음이 흔들려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졌다.  그들은 계속해서 브리오슈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냐는 브리오슈를 둘로 나누어 그들에게 나눠주었다.

 

"가져 !  너희들 거야."

 

그러나 그녀는 브리오슈를 다시 빼앗고는 하녀에게 오래된 신문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잠깐 기다려.  너희들 형과 누나와 함께 나누어 먹도록 해."

 

(그러나 이 두 어린 형제는 돌아가는 길에 엄마 몰래 이 브리오슈를 둘이서 다 먹어버리고, 화난 엄마에게 따귀를 얻어맞습니다.... 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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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Germinal)은 에밀 졸라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리 알려진 작품은 아닙니다.  내용이 파업과 폭동을 주장하는 등 공산주의적인 내용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에게는 권장되는 책이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고 운동권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이냐 하면 그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폭동을 일으킨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더 비참해지는 신세 뿐이라는 것, 결국 거대 자본이 승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의 원인이나 전개 과정은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제일 비극적인 것은, 노동자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결국 파업과 폭동을 일으키지만, 결국 다치고 망하는 것은 노동자 계급과, 또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관대했던 소자본가들이라는 점입니다.  이 소설 속에서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했던 진짜 거대 자본가들은 오히려 이 파업으로 인해 득을 보게 됩니다.

 

위에서 전형적인 부르조아 계급으로 나오는 그레그와르 가족은, 평범한 서기였던 증조할아버지가 탄광 회사 주식에 투자했던 덕분에, 후대가 그 배당금으로 편히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경영진도 아니고 대주주도 아니고, 그저 지분을 좀 많이 가진 사람들이니, 자본가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그냥 당시로서는 글자 그대로 '중산층'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지요.  (중산층이라는 말은 사실 사회의 중간 정도 되는 사람들이란 뜻이 아니고, 상당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증조할아버지가 강남에 뽕나무 밭을 좀 사놨던 것 덕택에 후손들이 떵떵거리며 살게 된 셈이지요.

 

사실 저 그레그와르라는 가족은 세상 물정 잘 모르고, 노동자들이 비참하게 산다는 것 정도는 알지만 그게 자기들 탓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그게 그레그와르 가족 탓은 분명히 아니지요.  그래도 광부 가족들에게 작은 자선도 베풀고, 제가 보기에는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도 폭동 와중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지요...

 

그레그와르 가족들에게 죄가 있다면, 능동적으로 사회 개혁을 위해 나서지 않았다는 점 정도인데, 사실 그건 죄가 된다고 볼 수 없지요.  사실 저도 제 후손이 그렇게 살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해서 돈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최근까지 신세계와 S-Oil을 한주씩 두주씩 사모으고 있었으나... 결국 올해 초의 폭락 이후 손해보고 다 팔았습니다.  그나마 최근의 대폭락 전에 판 것이 다행이었지요.)

 

 

 

 

여기서 부유한 그레그와르 부부가 귀여운 딸을 위해 (물론 하녀들을 시켜서) 만든 아침식사가 브리오슈입니다.  브리오슈는 그냥 빵입니다.  프랑스 빵은 원래 밀가루과 물, 소금과 이스트만 써서 만들지만, 이 브리오슈는 달걀과 설탕, 버터를 아주 듬뿍 써서 만듭니다.  이때문에 아주 달콤해서, 빵과 과자의 중간 정도에 해당됩니다. 

 

최근에 제가 좋아하는 웹툰 작가인 굽시니스트님이 광우병 + 촛불집회에 대해 웹툰을 냈었습니다.  (  http://gallog.dcinside.com/homahoma/14405106869657401004 )   제가 좋아하는 작가답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적었더군요.  역사적으로 정말 의미있던 혁명도, 당시 권력자의 시각에서 보면 '선동에 휘둘린 어리석은 대중'이 일으키는 것이고, 후대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게 선동에 휘둘리는 것이 꼭 의미없거나 헛된 것이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가령, 프랑스 대혁명 때도 당시 왕비인 마리 앙뚜와네뜨가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될텐데"라고 말했다는 것에 시민들이 분노하여 폭동을 일으킨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과자라고 번역된 원래 단어는, 케익이나 쿠키가 아니고, 바로 브리오슈입니다.  원어는 "S’ils n’ont plus de pain, qu’ils mangent de la brioche" 라고 하지요.  프랑스어 하실 줄 아십니까 ?   저는 고딩때 프랑스어를 선택�었는데 물론 지금은 다 까먹었지요.  저기 뺑 (pain)이 빵이라는 것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아, manger가 '먹다'라는 뜻 같은데...

 

저 위 웹툰에서도 암시되듯이, 사실 마리 앙뚜와네뜨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장 자끄 루소의 '고백록'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인데, 루소에 따르면 어느 유명한 왕비가 이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일설에 따르면 루이 14세의 왕비인 스페인 출신 마리아 테레사의 말이라고 합니다만, 진실이야 모르는 거지요.

 

아무튼 브리오슈라는 과자는, 프랑스 대혁명 때도, 또 19세기 후반의 흉흉한 탄광 파업을 그린 불후의 명작 제르미날에서도 이름을 떨칩니다.  이 정도면 거의 혁명의 과자라고 불리워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빵...오늘 20년 전에 나온 요리책을 보다보니
이 브리오슈빵을 잘라서 만든 샐러드요리가 있드라구요.

윗 부분을 잘라서 빵속에 샐러드를 담고 손잡이 부분은 뚜껑삼구요`~
ㅎㅎ
재밌는 내용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모두에게 먹는문제 타 ㅋㅋ
펌갑니다 ㅋㅋ
S’ils n’ont plus de pain, qu’ils mangent de la brioche" 사람들이 더 이상 먹을 빵이 없다면, 브리오슈를 먹으라고 하면될것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