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nasica 2008. 7. 12. 21:45

 


"Clear and Present Danger" by Tom Clancy  (배경, 1990년대 미국) -----------

 

훈련캠프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음식이었다.  점심은 야외 훈련때 먹는지라 MRE (Meal Ready to Eat) 팩을 먹어야 했다. 사실 이 MRE의 맛은, 그 이름이 뜻하는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 식사는 이 캠프의 대형 주방에서 아주 진수성찬으로 준비되었다. 


챠베스는 아침식사로, 언제나 신선한 과일을 한대접 가득 골랐다. 필요한 칼로리를 위해서는, 이 과일 대접에 백설탕을 잔뜩 끼얹었다.  그것과 함께 늘상 마시던 육군용 커피를 마셨는데, 이 육군용 커피에는 병사들이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도록 카페인을 추가로 더 첨가한 것 같았다. 


그가 잘게썬 자몽과 오렌지, 기타 과일들을 맛있게 먹어치우는 동안, 그의 동료 병사들은 기름진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챠베스는 배식 라인에 한번 더 가서, 해쉬브라운(채썬 감자를 필렛 모양으로 뭉쳐 튀긴 것)을 타왔다.  탄수화물도 에너지원으로 좋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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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클랜시는 1980년대, "The Hunt for Red October" (붉은10월호의 추격)이라는 소설로 미국 출판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입니다.  미국에서는 Techno-Thriller 라는 장르의 소설이 꽤 인기가 있는 편인데, 이 장르는 이 작가가 혼자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톰 클랜시의 소설은 기존의 그렇고그런 밀리터리 소설과는 격이 틀립니다.  탄탄한 구성과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기본이고, 깊이있는 군사 지식은 독자로 하여금 정말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다른 작가들이 전투기나 총기류에 대해, 왠만한 매니아라면 다들 아는 기술적 사항들만 늘어놓는 것에 비해, 이 작가는 읽는 사람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폭넓고 세밀하게 묘사를 합니다. 가령 잠수함 스크루의 정비에 대해서 논의하는 부분을 읽다보면, 이 사람은 대체 어디서 이런 지식을 다 얻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기술적 치밀함은 그저 실감을 살려내는 수준에서 적절하게 자제를 한다는 점입니다.  또 현역 군인들의 일상적 관행 같은 것을 자신감있게 그려내는 점에서도 작가의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아주 웃기는 일은, 이 톰 클랜시는 정작 직업 군인도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그냥 평범하게 보험업을 햇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렇게 군사전문가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밀리터리 매니아 여러분께서 role model로 삼을 만한 인물 같습니다.


톰 클랜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이 페이퍼의 주제에 맞춰, 여기서도 주인공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살펴보지요.  이 소설의 조연인 챠베스 하사는 현역 미육군 특수부대원으로서, 남미 콜럼비아에서 '마약과의 전쟁'에 투입되기 전에 고산지대에서 적응 훈련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챠베스 하사는 깡마른 체구의 병사입니다.  미군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lean and mean'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날씬하면서도 강인한'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 말에 딱 맞는 체구이지요.  소설 중에도, 챠베스의 동료 부대원 중 일부는 터질 듯한 근육을 가진 보디빌더 형도 있지만, 대개는 챠베스처럼 깡마른 체구를 가진 것으로 나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신문연재 만화 '시민쾌걸'에 나오는 조폭 행동대장 황가두의 어록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원래 목뒤에 살이 접히는 애들은 칼받이용 병풍으로 쓰고, 진짜 킬러는 바싹 마른 체형이지."

 

 

 

원래 마른 사람은 마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식습관이나 운동습관을 보면 살이 빠질 수 밖에 없더라구요.  챠베스도 아침 식사로 과일만 먹지 않습니까 ?  원래 전형적인 미군 아침식사 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달걀 2개 (프라이, 삶은달걀, 스크램블드 에그, 오믈렛 중 하나의 형태를 선택 가능)

빵 종류 (팬케익 또는 프렌치 토스트 + 메이플 시럽 또는 비스킷)

옥수수 죽 (hominy grits) 또는 시리얼 또는 해쉬브라운 --> 이거 다 택해도 뭐라고 안합니다

고기 종류 (베이컨 또는 소시지) --> 이 소시지는... 마치 햄버거 패티 같이 생긴 것이더군요

요거트

신선한 과일

음료수 2잔 (과일 주스, 우유, 아이스티 등)

디저트 (계피롤빵, 케익 등)


꽤 많은 것처럼 보이지요 ?  실제로 저거 다 먹으면 진짜 배부릅니다.  그런 것들을 다 제끼고 과일만 먹는 것을 보면 마르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데... 저 '백설탕을 듬뿍' 이라는 것이 좀 의아스럽지요 ?  소설이나 영화에서 저렇게 마르고 강인한 사람이 그렇게 먹는 장면을 보면 마치 '응... 저렇게 먹어도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미 설탕협회 ( Sugar Association of the Unites States of America, 이런 단체도 있나요 ? )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상인이 하루에 먹는 칼로리의 25% 정도를 설탕으로 섭취해도 건강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2003년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와  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를 포함한 UN 기관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먹는 열량 중 10% 이상을 단당류로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여기서 단당류에는 설탕은 물론이고, 과일이나 꿀 같은 것에 포함되어있는 당분까지 포함한 것이니까, 실제로 먹어도 되는 설탕의 양은 훨씬 적은 것이지요.


아무튼 설탕 소비량은 선진국으로 갈 수록 늘어난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같은 나라는 연간 일인당 3kg의 설탕을 소비하는데 비해, 벨기에는 40kg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벨기에는 좀 별난 경우고, 대개는 일인당 35kg이 되면 소득이 늘어나도 설탕 소비량이 더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여러분은 설탕 얼마나 드십니까 ?  저도 집에서 빵이나 쿠키를 구워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을 눈으로 보고나면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그래도 결국 인간은 약한 동물이라서, 알면서도 다 먹게 되더라고요...

설탕(자당)은 단당류가 아닙니다.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