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nasica 2008. 7. 14. 20:35

 

영국인은 하루에 네끼를 먹'었'다고 합니다.  (이건 대영제국, 그러니까 18세기 후반~19세기 이야기이지 21세기 현대 영국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침(breakfast), 점심(dinner - 요즘은 그냥 lunch라고 하죠), 티타임(afternoon tea), 그리고 저녁(supper)입니다.

 

영국인의 요리 솜씨는 뭐 이제 이야기하는 것이 지겨울 정도로 형편없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영국인 자신은 뭐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의 어떤 영국 군인의 모험담을 그린 Sharpe 시리즈 중, 포르투갈에 주둔한 영국군 장교들의 아침식사 장면입니다.


Sharpe's Enemy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2년, 포르투갈)----------------------------------------

 

웰링턴이 외지로 떠나고 난 뒤라서, 장교들은 아침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든가, 아니면 바로 옆 여관에 딸린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이 포르투갈 여관 주인은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만드는 법을 배운 모양이었다. 포크 찹스, 계란 프라이, 튀긴 콩팥, 베이컨, 토스트, 클라레 포도주, 더 많은 토스트, 버터, 그리고 화약찌꺼기가 늘러붙은 곡사포의 포구를 씻어내릴 정도로 강하게 끓인 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


아침식사치고는 아주 거창하지 않습니까 ?  유럽 대륙에서는 흔히들 영국에서는 아침을 세번 먹는 것이 가장 잘 먹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건 영국인의 형편없는 음식 솜씨를 비웃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침을 아주 든든하게 먹는 영국인의 습관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서머셋 모옴의 명작 '인간의 굴레'의 주인공인 필립은, 19세기 말의 영국 청년입니다.  이 친구는 도중에 파리로 미술 유학을 갑니다.  거기서 필립이 만난 어떤 영국 부인이 자신은 여기서도 영국인다운 생활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그 부인이 예로써 언급하는 대표적인 영국인다운 생활의 예가 "고기가 딸린 아침(meat breakfast)과 오후의 티(afternoon tea)"입니다.

 

여러분들 우리나라 2류급 호텔에 묵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아침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메리칸 브렉퍼스트와 컨티넨탈 브렉퍼스트가 있습니다.  (1류 호텔에서는 오히려 그런 분류가 없는 것 같던데요 ?)  여기서 컨티넨탈 브렉퍼스트라는 것은 매우 간단한 것으로, 그냥 롤빵이나 토스트에 커피 한잔 정도입니다.  아메리칸은 거기에 계란 프라이나 베이컨 정도를 추가한 것이지요.  맞습니다.  컨티넨탈, 즉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륙에서는 아침을 간단하게 먹는 것이 관습이었습니다. 


역시 나폴레옹 전쟁 당시의 영국 해군 장교의 모험담을 그린 Hornblower 시리즈 중에, 프랑스 반혁명파 귀족들과 함께 점령지 마을에서 아침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냥 빵과 커피를 먹습니다.  아무리 점령지 마을이라지만, 귀족들인데도 아주 간단하게 먹지요 ?

 

아침나절부터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모두 거북해하는 것에 비해, 영국인들은 고기, 특히 저 위 소설 장면 속에서도 나오 듯이 콩팥 요리나 소시지, 블랙 푸딩 등 좀 거시기한 고기 종류를 많이 먹었습니다.

 

 

(블랙 푸딩이 뭐냐고요 ?  저 위 사진 접시의 오른쪽 하단에 있는 시커멓고 둥근 것입니다.  피로 만든 소시지... 선지입니다 !)


반면에 같은 Hornblower 시리즈 중, 자메이카의 총독인 영국군 장군과 아침 식사를 할 때, 장군은 (아침부터 !) 스테이크를 주문하는데, 혼블로워가 삶은 달걀 3개를 주문하자 장군이 '뭐 그딴 걸 먹냐'는 식으로 의아스럽게 혼블로워를 쳐다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마디로, 당시 영국인은 아침 식사를 거하게 먹었는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점심을 가볍게 먹었을까요 ?  절대 아닙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dinner가 바로 점심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dinner라고 하면 저녁이지요 ?  영국에서는 점심을 가장 중요하게 잘 차려먹기 때문에 점심을 dinner라고 불렀습니다.  요즘은 현대화로 인해, 프랑스에서도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먹는 판에... 영국애들도 그냥 'lunch'를 먹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샌드위치나 햄버거, 피자... 뭐 그런 것으로 먹나봐요.

 

 


당시 영국인들은 점심 때는 고기에 환장한 인간들처럼 아주 대놓고 고기를 '처먹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대식가로 소문난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젊어서 영국에 유학을 갔을 때,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 영국인들은 식량 사정이 정말 좋고, 또 정말 잘 먹습니다.  점심 시간 때부터 테이블에 커다란 로스트비프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젊은 시절 게으른 난봉꾼 비스마르크에게, 뭐라도 좀 배워오라고 영국에 유학보냈던 비스마르크의 아버지, 이 편지를 보고 억장이 무너지셨을 듯... 어째 유학가서 고작 배운 게 고기 처먹는 습관...)

 

사실 이 로스트비프가 바로 영국인의 대표적인 점심식사였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인들이 프랑스인들을 frog, 즉 개구리라는 별명으로 불렀던 것에 비해, 프랑스인들은 영국인들을 roastbeef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어느 정도 형편이 된다면, 서민들도 일요일 점심에는 이 로스트비프와 요크셔푸딩(밀가루, 계란, 우유로 만든 둥글고 달콤한 빵같은 것)를 챙겨먹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인간의 굴레'라는 소설에서도, 일요일 점심때 어떤 서민 가족의 집에 놀러간 주인공 필립이 로스트비프와 요크셔푸딩을 대접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다음이 오후 4시 경의 애프터눈 티였습니다.  이때는 차만 마시는 것이 아니고, 케익이나 스콘, 심지어는 간단한 고기 종류까지 해서, 아주 제대로 차려먹었습니다.  차도 한잔 마시는 것이 아니고 두잔이고 세잔이고, 밀크와 설탕을 잔뜩 넣어서 마셨습니다.  서민층에서도, 살림살이상 케익같은 것을 준비못하니까 하다못해 버터를 바른 빵이라도 함께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새참같은 간단한 식사였던 것이지요.

 

 


(최근에 영국에 유학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최소한 하숙집 티 타임에서는 그냥 티만 주더랍니다. 하숙집말고 일반 가정집에서도 요즘은 그렇게 간단하게 티 타임을 때우나 봐요.)


점심도 거하게 먹고, 새참까지 든든하게 챙겨먹었으니 저녁이 제대로 먹히겠습니까 ?  당연히 저녁(supper)은 늦게 먹었습니다.  대략 한 오후 8~9시 쯤 ?  이때는 애프터눈 티처럼 그냥 간단하게 먹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녁때 오페라나 뭐 그런 공연을 갔다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정도입니다.


영국 어린이들은 대개 이 supper를 먹기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 중에서도, 애프터눈 티만 먹고 자는 '아주 어린 어린이'와, supper까지 먹고 자는 '좀 큰 어린이'로 구별이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19세기~20세기초 이야기입니다.)

 

물론 위와 같이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 중산층 이상의 이야기였습니다.  서민 계층에서는 평일날에는 베이컨이나 치즈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하며 먹었지요.  어느 정도가 중산층이냐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기준이 모호한 바가 있습니다만, 상식적으로 상류층은 상위 2~3%, 중산층은 상위 20% 정도를 말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나라건 국민 대다수는 '서민'이지요.  그러니까 중산층의 삶이라는 것이 그 시대 그 사회의 '평균'은 절대 아닙니다.


자, 어떻습니까 ?  영국인들이, 음식 솜씨는 나쁠지 몰라도, 먹기는 참 잘먹지 않습니까 ?  사실 영국은 땅덩어리는 별로 안크지만, 목축업이 발달해서 고기는 비교적 잘 먹었습니다. 특히 아일랜드는 영국인들을 위한 목장 노릇을 했지요.  정작 아일랜드인 자신들은 물과 감자로 간신히 연명하는 수준이었지만요.   그러나 영국보다도 더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던 나라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이지요.  19세기에, '유럽에서는 중산층이나 먹는 음식을 미국에서는 서민도 먹는다더라' 하는 소문이 퍼질 정도였고, 또 그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었답니다.

 

 

(이것이 미국식 아침식사인데, 자, 과연 영국식 아침식사와의 차이점은 ?  흠... 블랙푸딩이 안 보인다는 것 외에는 뭐 별로... 그야말로 난형난제, 암튼 앵글로 색슨들이란...)


그 결과,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비만인구가 많은 나라가 바로 영국입니다.  세계 제일의 비만 국가는 물론 미국이지요.  (어느 분이 지적하시길, 태평양 어딘가의 투발루라는 섬나라가 가장 비만 국가라고 정정해주시더군요.)

얼마전에 nasica님 글을 읽게됐는데, 요즘 쓰신 글들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요.ㅋㅋㅋ

보통 일요일 낮 시간에만 펍이나 식당에서 Sunday Roast(소고기 하고 닭고기. 돼지고기가 있었는지는 기억이..)를 팝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몰랐는데 나름 전통(?)이 있었군요. 맛은...그다지.

영국에 왔을때 dinner라는 단어때문에 참 헷갈렸지요.
어떤 녀석들은 아침빼곤 다 디너라고 사용하기도 하고,
그 아침마저도 포함시켜 지 입에 먹을거 들어가는 상황자체는 모조리 dinner라고 하던 스코티쉬 녀석도 있었고.
저녁만을 디너라고 칭하는 녀석들도 있고.
딱딱 구분해서 단어를 사용하는 놈들도 있고..뭐 개판이어서....쩝..ㅋㅋ

그리고 영국에들 생각보다 블랙푸딩 많이 안먹더라구요.
학교식당, B&B, 호텔, 민가(?) 등에서 먹어봤던 아침을 생각해보면
대략공통적인 메뉴가 소시지, 베이컨, 계란, 토스트, hash brown 그리고 baked been 정도.
여기에 상황에 따라 토마토 숩이나 버섯 볶음 등등...
일단 양은 후덜덜...맛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게 english breakfast 니까요..
요즘 영국 식습관이 과거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단 아침은 시리얼과 우유, 토스트로 가볍게 때우고, ( 오전 7-8시 사이)

점심은 샌드위치에 음료스나 쥬스, 그리고 포테이토 칩으로 가볍게 먹습니다. (12-2시 사이)


그리고 저녁... 거나하게 차려 5시 이후에 먹기 시작하는데,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5시 반에서 8시 사이로 시간대가 다양합니다. 그리고 저녁을 5-6시경에 일찍 먹는 사람들은 9시나 10시경에 밤참을 또 먹습니다.

문제는 생활습관이 이렇게 바뀌다 보니, 활동량이 적은 저녁시간에 과다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비만으로 이어진 거죠. 더더욱 큰 문제는, 젊은 층일수록 야채를 안 먹고 고기와 감자, 인스턴드만 먹습니다. --;
하루에 네끼를 먹는다 하더라도 한끼에 7홉의 쌀을 소비한 우리 조상님들만할까요? ㅋㅋㅋ
그거야 쌀만 먹으니까 한끼에 그렇게 먹어야 했던것이지요~
블랙 푸딩이 들어간 영국식 아침식사 사진... 지금도 물론 영국인들이 자주 먹기는 합니다.

이게 원래 산악지역이나 공장, 농촌지역에서 유래된 걸로 들었는데, 든든하게 먹고 일하거나 많이 움직여야 할 경우엔 저렇게 먹더군요. 특히 주말에 시간이 좀 널널하면 저렇게 해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에 나온 재료 이외에도 감자칩, 기름에 튀기다시피 구운 식빵, 감자를 반죽해 구워낸 것, 요크셔 푸딩 등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개개인의 선호에 따라 재료를 약간씩 바꾸는 게 가능하죠.

그리고 요즘 대부분 영국인들은 홍차를 머그컵에 잔뜩 따라 우유나 물 마시듯 마십니다. 자그만 홍차잔에 따라, 아름답게 진열된 다과를 곁들이며 먹는 것은 특별한 날이나 손님 접대시에 그렇게 하죠.
제가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을 보니, 영국의 서민층 엄마들은 음식 만드는 법을 아예 모르더군요. 그냥 인스턴트 냉동음식을 전자렌지에 덥히거나 냉동감자튀김을 기름에 튀겨서 대충 먹는 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냉동음식 안좋다는 거 경험을 통해서 알죠. 그것들 덕분에 5kg는 쪘으니까요. 게다가 냉동음식도 단가를 맞추기 위해 안에 신선한 채소는 하나도 없고, 설탕, 소금이 잔뜩 들어가 있어요.)

또 간식으로 달디단 쵸코렛바. 곰모양젤리 등을 먹더군요. 영국에서 만든 과자들이 좀 답니까? 캐나다에도 영국에서 수입한 카라밀크, 바운티, 캐드베리 (?) 등의 상표가 붙은 쵸코렛들도 엄청 많이 팔리는데, 진짜 살 안빠지게 만드는 장본인들이죠. 너무 달아요.

또, 티타임은 잠자기 전에 마시고 남은 맥주나 차가운 귀리죽을 아침으로 때우고 아침 일찍 공장에 나가 밤늦도록 일하는 공장인부들에게 정신 번쩍나게 만들고 또 노동력을 더 착취하기 위해 공장주들이 홍차에 비스켓 먹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 거라고 합니다. 일각에서 많이 반대도 했지만, 그렇게 티타임 주고서 일을 시키면 능률이 높아진다는 걸 발견하고 어느 회사던지 다 티타임을 정식으로 마련했대요.

하지만, 이것도 옛날 일이지, 영국회사들이 포르투갈사람들은 티타임을 안갖고 일한다고 아예 포르투갈로 본사를 옮기는 일이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휴... 댓글 내용은 좋은데... 님아, 이름 좀 어떻게 좀...
영국은 안 가봤는데..홍콩 가보면 애프터눈티는 꼭 먹어보라고 해서...다음에 갈때 먹어보려구요..칼로린 엄청나겠네요....저렇게 먹고서 살 안 찌면..인간이 아니겠죠..
미국 아침이라니까 플레전트빌인가 하는 영화에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고 식사하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50년대 미국 가정이었다고 기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