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시대

nasica 2008. 7. 20. 00:15

 

 

군대에는 군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개는 행진곡으로 만들어진 것들인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La Marseillaise, 즉 지금의 프랑스 국가가 된 그 노래가 아닌가 합니다.

 

원래 '라 마르세예즈 (La Marseillaise)'는 1792년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의 클로드 조세프 루제 드 릴 (Claude Joseph Rouget de Lisle)이라는 군인이자 아마추어 음악가가 출정을 앞둔 어느 만찬에서 하룻밤 사이에 작사작곡한 것입니다.  원제는 "Chant de guerre pour l'Armee du Rhin", 즉 '라인 군대를 위한 군가'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이름이었습니다.  

 

 

(루제의 즉석 초연.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러다가 프랑스 혁명을 진압하러 쳐들어오는 외국군에 대항하여 자원병들이 파리에 집합할 때, 마르세이유에서 막 도착한 자원병들이 파리의 거리에서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마르세이유의 장병들이 이 노래를 익히고 있었던 것은, 프랑소와 미뢰르(Francois Mireur)라는 젊은 의사 때문이었습니다.  의과 대학을 갓 졸업한 이 젊은이는 마르세이유에서 집회가 있었을 때, 대중 앞에서 이 노래를 멋지게 불러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합니다.  미뢰르는 나중에 나폴레옹 휘하에서 젊은 나이에 장군까지 올랐다가 불과 28세의 나이에 이집트에서 전사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상당히 호전적이고 잔혹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고, 특히 이 노래가 씌여질 때 프랑스 혁명을 진압하러 오던 프러시아에 대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고무적인 노래에 힘입은 바가 있었는지, 구체제를 유지하려는 전체 유럽에 맞서 충전등화와 같은 운명에 놓였던 프랑스 공화국은, 1792년 발미 (Valmy) 전투에서 프러시아군을 막아내고 프랑스 혁명을 지켜냅니다.  그리고 라 마르세예즈는 그로부터 3년 뒤 1795년 정식으로 프랑스 국가가 됩니다.

 

 

 

이 발미 전투는 전술적으로는 별 가치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역사적으로는 엄청난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전투, 전쟁이란 왕실간, 또는 대공들간의 '주식 투자' 같은 것이었습니다.  어느 한쪽의 열세가 분명히 드러나면, 굳이 고집 피우다가 손해를 더 키우지 않고 그냥 '손절매', 즉 GG 친 뒤,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발미 전투 초기에, 당시 유럽 최정예 육군이었던 프러시아군은 미숙하기 짝이 없는 자원병 오합지졸로 이루어진 신생 프랑스 공화국의 육군에게 큰 피해를 입힙니다.  프랑스군이 당연히 후퇴하거나 항복을 기대했던 프러시아 사령관은,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며 '패배하기를 거부'하는 프랑스 자원병들에게 놀라 오히려 퇴각하게 됩니다.  바로 왕족 또는 귀족들을 위해 싸우는 용병들과, 자신의 자유와 신념을 위해 싸우는 국민병들의 차이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이 전투에 프러시아 편에서 참전했었고, 이 사건을 목격한 뒤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깁니다.

 

"바로 이곳, 바로 오늘부터 세계 역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나는 그 현장에 있었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라 마르세예즈는 항상 영광의 순간만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이런 혁명적인 가사를 불쾌히 여겨 금지곡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국가였다가 졸지에 금지곡이 된 노래도 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왕정으로 복귀한 부르봉 왕가도 당연히 이 곡을 금지곡으로 유지합니다.  그러다가 1830년 7월 혁명 때 다시 국가로서의 지위를 되찾았다가, 나중에 나폴레옹 3세가 황제가 되면서 다시 한번 금지곡이 되어 버립니다.   최종적으로 국가로 재지정된 것은 1879년, 보불 전쟁의 패배로 나폴레옹 3세가 폐위된 이후의 일입니다.  또, 라 마르세예즈는 이런저런 클래식 음악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에서 인용된 부분입니다.  여기서 라 마르세예즈는 프랑스 침략군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사용됩니다.  아마 전 세계인들의 귀에는, 이 '1812년 서곡'을 통해서 라 마르세예즈가 가장 널리 알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라 마르세예즈의 작곡가인 루제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삶은 살다 갔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입헌 군주제, 또는 온건한 공화주의자였던 모양인데, 과격파 혁명 정부에게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투옥되기도 했고, 간신히 단두대에 오르는 것을 모면했습니다.  그는 1836년 빈곤 속에서 생을 마칩니다.

 

라 마르세예즈의 굴욕은 오늘날도 계속 됩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나이 어린 소녀가 나와 '목을 딴다'라든가 '적의 피로 밭고랑을 채우자'라든가 하는 무시무시한 가사를 부르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현대적인 프랑스의 국가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논쟁거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굴욕은 프랑스 사람들 중 라 마르세예즈의 가사를 끝까지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겠지요.  (제가 알기로는 유럽인들 대부분, 선진국일 수록 그런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만...) 

 

 

(1998년, 프랑스 영광의 그 순간)

 

자, 그 가사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듭니다.  폭력적인 내용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국을 수호하자는 이야기지, 남의 나라 침공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

 

실제로 듣고 싶으신 분은 아래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아 들어보세요.

 

http://www.marseillaise.org/audio/rugby_world_cup.mp3

 

 

 

Allons enfants de la Patrie,                           일어나라, 조국의 자식들이여, 
Le jour de gloire est arrive !                          영광의 날이 왔도다 !
Contre nous de la tyrannie,                           독재의 피묻은 깃발이 
L'etendard sanglant est leve. (반복)               우리를 노리고 휘날린다
Entendez-vous dans les campagnes              전장의 소리가 들리는가 
Mugir ces feroces soldats ?                          사나운 적병들의 고함 소리가 
Ils viennent jusque dans nos bras                  바로 우리 한가운데로 쳐들어와
Egorger nos fils, nos compagnes !                 우리의 자식과 아내의 목을 따려한다 ! 

(후렴)  
Aux armes, citoyens !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Formez vos bataillons !                                  대오를 만들라 !
Marchons, marchons !                                   나아가자, 나아가자 !
Qu'un sang impur                                          적의 더러운 피로
Abreuve nos sillons !                                     우리의 밭고랑을 가득 채우자 ! 
  
Que veut cette horde d'esclaves,                    이 배신자들과 음모꾼 왕들의 노예들이 
De traitres, de rois conjures ?                         노리는 바가 무엇인가 ?
Pour qui ces ignobles entraves                       이들의 사악한 사슬과 
Ces fers des longtemps prepares ? (반복)        오랫동안 준비해온 쇠고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Francais, pour nous, ah ! quel outrage,           우리 프랑스인, 아 ! 분통스럽다 
Quels transports il doit exciter !                       우리의 분노를 일깨우도다 ! 
C'est nous qu'on ose mediter                         그들이 감히 노리는 것은
De rendre ? l'antique esclavage !                    우리를 과거의 노예로 만드는 것 ! 
  
Aux armes, citoyens... To arms, citizens...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Quoi ! des cohortes etrangeres                       무엇을 할까 !  이 외국 군대들은  
Feraient la loi dans nos foyers !                      우리 가정을 유린할 것이다 !
Quoi ! ces phalanges mercenaires                  무엇을 할까 !  이 용병 부대들은
Terrasseraient nos fiers guerriers ! (반복)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사들을 베어넘길 것이다 !
Grand Dieu ! par des mains enchainees          맙소사, 쇠사슬에 매인 손으로 
Nos fronts sous le joug se ploieraient             우리의 국경이 멍에에 얽매일 것이다 
De vils despotes deviendraient                       사악한 압제자들이 
Les maitres de nos destinies !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 
  
Aux armes, citoyens...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Tremblez, tyrans et vous perfides                   두려움에 떨어라, 독재자와 배신자들아
L'opprobre de tous les partis                         선량한 자들은 너희를 부끄럽게 여긴다
Tremblez ! vos projets parricides                    두려움에 떨어라, 너희의 악독한 음모는 
Vont enfin recevoir leurs prix ! (반복)              정당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 
Tout est soldat pour vous combattre               너희에 맞선 우리는 모두가 병사들이다 
S'ils tombent, nos jeunes h?ros,                    우리의 젊은 용사들이 쓰러진다 해도,
La terre en produit de nouveaux,                    대지는 새로 낳을 것이다,
Contre vous tout prets ? se battre !                 너희와 싸울 준비가 된 용사들을 ! 
  
Aux armes, citoyens...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Francais, en guerriers magnanimes,               프랑스인들이여, 대범한 전사로서 
Portez ou retenez vos coups !                       타격을 참아내라 ! 
Epargnez ces tristes victimes                        이 가련한 희생자들을 살려주어라  
A regret s'armant contre nous (반복)              그들이 우리에게 무기를 든 것은 강요에 의한 것이니
Mais ces despotes sanguinaires                   하지만 피에 굶주린 저 압제자들은 용서하지 말라 
Mais ces complices de Bouille                      이 부이유의 공모자들 !

Tous ces tigres qui, sans pitie,                     자기 어머니의 가슴을 도려낸
D?chirent le sein de leur mere !                     그 무자비한 짐승들을 !

Aux armes, citoyens...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Amour sacre de la Patrie,                              신성한 애국심이여  
Conduis, soutiens nos bras vengeurs            우리의 복수를 이끌어다오
Liberte, Liberte cherie,                                  자유여, 소중한 자유여,
Combats avec tes defenseurs ! (반복)            너를 지키는 자들과 함께 싸워다오 !
Sous nos drapeaux que la victoire                 우리의 깃발 아래,
Accoure a tes males accents,                       너의 늠름한 목소리에 승리를 서두르자 
Que nos ennemis expirants                           우리의 적들이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며,
Voient ton triomphe et notre gloire !                 너의 승리와 우리의 영광을 볼 수 있도록 ! 
  
Aux armes, citoyens...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어린이들의 노래)
Nous entrerons dans la carriere                    우리가 뒤를 이으리 
Quand nos aines n'y seront plus                   어른들이 죽고 나면 
Nous y trouverons leur poussiere                  거기서 우리는 그들의 진토가 된 시신을 보게 되리 
Et la trace de leurs vertus (반복)                   그들의 용기의 흔적을 
Bien moins jaloux de leur survivre                  그들보다 오래 살기 보다는 
Que de partager leur cercueil,                       그들과 함께 묻히기를 바라며 
Nous aurons le sublime orgueil                     우리는 장엄한 긍지를 가지리 
De les venger ou de les suivre !                    그들의 복수를 해내거나 혹은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하거나 !
  
Aux armes, citoyens...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  

 

혹시 루제 드 릴의 일생에 관해 자세하게 써놓은 홈페이지가 어딘지 아시나요? 이 분 좀 궁금해서리
저는 항상 Wiki를 많이 이용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Claude_Joseph_Rouget_de_Lisle
그나저나 괴테선생, 저 말을 패잔병으로 돌아오는 동료들과 했다고 하던데... 안그래도 기분나쁜 패잔병동료 들에게 혼자 감상적인 생각에 젖어 저 말을했다가 몰매맞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링크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발미전투는 전쟁사에 꽤나 중요한 역할을 전투였습니다. 발미전투에서 오합지졸 프랑스군이 유에서 가장 빡쎈 규율과 훈련을 받은 프러시아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공화국군의 지속된 포격이었는데요. 발미 이전의 대포는 일렬로 늘어선 부대와 부대 사이에서 쓰이는게 고작이었습니다만. 발미전투를 이후로 당시의 프랑스 장군들은 대포의 가치와 효용성을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대포의 집중 사격전략의 효용성을 증명시킨 전투였습니다. 후에 이 집중포격전략은 나폴레옹에 의해 더욱 효율적으로 개발되고 사용됨으로써 프랑스의 유럽정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발미전투로 인해 파리진격을 막음으로써 위태로웠던 프랑스 공화정을 구한 것은 말할것도 없고요.
나포//유유상종이라고 괴테의 주변전우는 전부 그런 사상가
18인치님/ㅋㅋㅋㅋㅋ 정말 그럴지도
장교나 고참한테 걸렸으면 괴테도 군화발짓을 당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괴테선생 보직은 뭐였을지...(농담)
퍼갑니다....ㅡㅡ;;
부르기 힘든 국가로 치면 미국 국가 "stars spangled in banner"도 만만치 않죠. 이 역시 끝까지 제대로 부를 수 있는 미국인이 별루 없다고 그러거니와 심지어는 전문 가수 조차도 망신당하더군요. 예전에 동계 올림픽인가 에서 초청된 캐나다 여가수가 미국국가를 부르다가 중간에 가사를 잊어버렸는지 몇번이고 첨부터 다시 부르다가 결국 그 소절을 못넘어가고 울면서 퇴장했던 장면이 실제로 있기도 했었습니다. 뭐, 청중들은 박수 치면서 위로와 동정의 뜻을 보여주긴 했지만 가수로서는 참으로 치욕적이였겠죠.

근데 미국국가, 진짜 길고도 외우기도 어렵습니다.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불전쟁은 1870년인데 오타가 있으신 듯 합니다.
아, 그것이... 제가 국어 실력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고요, {1879년 보불전쟁} 이후에 국가로 재지정이 아니라 {보불 전쟁 이후}인 1879년에야 국가로 재지정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봐도 헷갈리게 썼네요.
제 오독이기도 하네요. 답글 감사드립니다. :-)
원음으로 들어보니까 인터네셔널가 비슷한 느낌이 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