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nasica 2008. 12. 30. 02:39

 

 

 

(이제 메르카바 vs. AK-47의 대결이 벌어지려고 합니다...)

 

 

 

요즘 이스라엘의 대(對)하마스 전면전 선언으로 매우 시끄럽습니다.  사실 시끄럽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몰인정한 소리이고, 정말 비극적인 일이지요.  저는 과격파는 다 싫어하기 때문에 하마스의 노선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저도 일제 35년을 겪은 한국인의 자손인지라, 일단 약한 편에게 심적으로 동조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대개의 한국인들은 마음 속으로는 하마스 편을 들고 있다고 봅니다.

 

생각해보면 근 2천년 전에 자기들 조상이 그 땅 살았다는 이유로, 정말 2천년 동안 거주하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력으로 내쫓고 나라를 세운 유대인들의 행동은 사실 정이 가지 않습니다.  특히 강대국들, 그 중에서도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노골적으로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 더더욱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옛땅에 다시 유대인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다소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  사실 2천년 동안 고향없이 떠돌다보면 어디가 고향인지 까먹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지요.  그 뿌리는 사실 상당히 깊습니다. 

 

 

 

(이 영화 보신 분 있나요 ?  저는 DVD는 사놨는데, 아직 못봤습니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사실 12세기 경부터라고 합니다.  유럽의 카톨릭이 점점 배타적이 되어가면서, 유럽 내의 유대인들을 박해하면서부터지요.  십자군 전쟁 당시, 예루살렘 성이 함락될 때, 유대인들도 아랍인들과 함께 십자군의 학살 대상이었습니다.   월터 스콧 경의 유명한 기사 소설 '아이반호'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여주인공인 유대인 미녀 레베카가 템플 기사단의 기사 (즉, Templar 지요.  소설 속 그 템플 기사의 이름은 기억이 안납니다만 최소한 테사다는 아니었습니다) 에게 부당하게 납치되자, 레베카의 아버지가  템플 기사단의 단장에게 그 석방을 탄원하며 무릎을 꿇고 기사단장의 다리에 매달리자, 기사단장은 이런 말을 합니다. 

 

"이 더러운 손을 치워라.  난 내 검으로 후려칠 때 빼고는 유태인과 접촉하지 않는다."

 

사실 제가 유대인이라도, 저런 취급받으면서 유럽 땅에 머물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유럽 및 지중해 지역에 많이 흩어져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 주로 동유럽 쪽, 특히 러시아에서 다시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심각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많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방으로 몰려가기 시작합니다.  또 이때 즈음해서 본격적으로 시오니즘, 즉 유대인들이 유대인들의 국가를 재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조직화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꼭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절대적이었던 것은 아니었고, 아프리카 우간다 또는 신대륙인 아르헨티나 일부 등도 물망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도 역시 구약에 나오는 약속의 땅 팔레스타인이 가장 강력한 후보였는데, 문제는 당시 팔레스타인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이제 저물어가는 제국 오스만 투르크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오스만 투르크 바로 아래에는 영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이집트가 붙어있었지요.  제1차 세계대전 즈음해서는 이미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 60만명인가 중에 약 10%가 유대인이었고, 그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 유대인들은 나중에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대표되는 영국의 중동지방 침공에 적극 협조했습니다.

 

 

 

(영화 속에선 엄청 멋있고 잘 생겼는데, 실물은 뭐 별로... 실제 활약도 뭐 별로였다고...)

 

 

 

 

로스차일드 일가가 나폴레옹 전쟁 전부터 영국 정부에 많은 돈을 꿔주면서 영국 내 유대인 세력을 키웠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창설이라는 밑그림이 대영제국에 의해 가시화된 것은 1917년, 영국 외무장관 벨포르가 당시 로스차일드 가문의 수장인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보낸 편지에서였습니다.  이 편지가 바로 벨포르 선언이 되는 것이지요.  그 내용은 간단히 말해서, '팔레스타인의 비유대인 주민들에게 불이익이 없는 범위 내에서,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들의 국가를 세우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한다' 라는, 어떻게 보면 애매모호하고 미적지근한 내용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이 선언이 현대 이스라엘 건국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벨포르 이 할배는 어쩌자고 남의 땅을 제3자에게 무단으로 양도하고 X랄이야...) 

 

그런데 이 선언, 더 나아가서 이스라엘의 건국과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비극이 포클랜드 해전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포클랜드 해전이라고 하는 것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졌던 전쟁이 아니라,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때 같은 장소에서 영국 해군과 독일 해군 사이에 벌어졌던 해전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남대서양에서 영국의 보급망을 교란하려던 독일 순양함대가 영국 해군에게 괴멸당한 전투였습니다. 

 

 

(이렇게 멋있던 독일 중순양함 샤른호스트를 포함한 독일 순양함 4척이 남대서양 아래로...) 

 

영국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였지요.  그런데 영국 해군성에는 나름 충격을 준 전투였다고 합니다.  이유는 바로 화약 때문이었습니다.  포탄을 발사하는데 사용된 장약을 당시에는 코다이트 (cordite)라고 하는 끈 모양의 무연 화악을 썼는데, 그 품질이 너무나 형편없어서 당시 영국의 중순양함들에서 발사한 많은 포탄들이 독일 순양함에 제대로 명중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진은 1차대전 당시 영국 육군의 Shrapnel, 즉 유산탄.  탄피 속에 든 밧줄 꾸러미같은 것이 코다이트) 

 

코다이트 화약의 부족 내지는 품질 문제는 영국 해군 뿐만 아니라 영국 육군 병사들의 라이플 소총탄이나 야포 탄약 등에도 크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이때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체임 바이스만 (Chaim Weizmann) 이었습니다.  

 

 

 

(오른쪽이 바이스만, 왼쪽은 미국 대통령 트루먼...)

 

이 양반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벨포르 경에게 접근하여 시오니즘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벨포르는 콧대 높은 영국 귀족인지라 (원래 백작...) 유대인들에게는 우간다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정도였습니다.  결국 뭔가 영국을 위해, 뭔가 결정적인 큰 공을 세우기 전에는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겠지요.  그런데 포클랜드 해전의 충격이 1914년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 양반은 원래 화학 박사로서,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공업용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정립하신 분입니다.  물론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유대인이지요.  이 양반은 1916년에 영국 해군 병기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아세톤의 대량 생산 공정을 만들어냈습니다.  전쟁하다 말고 왠 아세톤이냐고 ?  아세톤은 여성들의 매니큐어를 지울 뿐만 아니라, 코다이트 화약 제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약품이거든요.  즉, 영국 군부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화약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준 것이지요.  그 정도면 아마 충분했나 봐요 ?  1917년, 벨포르는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 창설을 공식화 해줍니다.  바이스만 박사는 이 공로로 1920년 국제 시오니즘 기구의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나중에 2차 세계대전 중에도 한번 더 역임합니다)  1949년에는 신생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자, 그래서 1914년 남대서양 외딴 섬 근해에서 벌어졌던 해전의 결과가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간 것이 조금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요 ?  흠흠... 사실 이 이야기는 제가 어릴 때 읽었던 어떤 책의 줄거리입니다.  하도 오래 되어 책 제목이나 저자는 기억이 안나요.  그 이야기에 Wiki를 뒤져 얻은 정보를 덧붙였습니다.

 

 

 

언제나 제미있게 읽고있습니다.
저는항상 벨푸어라고 읽었었는데 (교과서에 벨푸어라고 나왔다능) 벨푸르라고도 읽나봐요
ㅡㅡ;; 남의땅가지고 나라세워준다능! 이거 정말 웃깁니다
국케이원장의 파이터 카운터가 울리기일보직전이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는 묻혀지는것같네요
벨호-어(르) 정도가 맞겠지요.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글 잘 읽고 있습니다...새해에 하시는 일 모두 잘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팔레스타인은 정말 골칫거리인 땅입니다. 영국이 밸푸어 선언으로 유대독립국을 만들어 준다면서, 한편으로는 아랍 독립국을 만들어준다고 아랍인들을 회유하는 등 공수표를 남발한 것이 대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죠. 영국의 공수표에 열받은 팔레스타인의 유대인들은 이르군, 레히 같은 테러조직을 만들어서 영국을 괴롭혔습니다. 이들은 영국을 정말 증오해서 앞뒤 안가리고 테러를 벌였는데, 나치독일과 싸우느라 죽어나는 영국군의 뒤통수를 치는 정말 한심한 짓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였죠. 대놓고 반유대정책을 펴는 독일이 팔레스타인에 오면 유대인들 씨가 마를텐데도 오직 영국을 공격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레히 같은 조직은 아예 히틀러에게 같이 영국과 싸우자고 서신을 보낼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유럽의 유대인들이 당하는 박해에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에는 동유럽의 아슈케나짐 유대인들이 혈통적으로는 10세기 경에 개종한 터키계 카자르인의 후손이라는 것도 작용했죠.
히틀러에 협조한 유태인 조직이 다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물론 히틀러는 무시해버렸습니다. 어차피 다 죽일 유대인들과 손잡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요.
반미에 눈이 멀어 어느어느 나라들의 정치 상황과 인권 상황 등에 대해 침묵하거나 지지하는 자들이 생각나는군요.
참고로 1차대전 당시는 중순양함이 아니라 장갑순양함이라는 명칭을 썼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새해에는 돈도 많이 버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뜻대로 다 이뤄지길 바랍니다.
김사장님도 장사 잘되시어 새해에는 아예 그 상가 건물 사버리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들 다 뜻대로 되시길 바랍니다.
근데...shrapnel 이 맞을 듯 합니다만...예전에 헷갈려 하던 기억이 있어서요...
맞아요. 저도 나중에 타이핑 에러난 걸 봤는데, 귀차니즘으로...
님의 넓은 지식은 존경스럽지만 정치관은 가끔 경악스럽습니다. 저는 티벳이나 쿠르드족 등에는 동조가 가지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하는 하마스에는 전혀 동조의 마음이 안 생기거든요.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하는 사람들을 안중근 의사와 같은 사람으로 묶는 분들도 있던데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저도 테러는 반대에요. 심지어 데모 자체에도 찬성하는 편은 아닙니다. 투표를 믿지요. 그러나 팔레스타인 난민들처럼 투표권도 없고, 정규군과 싸울 무기도 없고, 경호원들에게 첩첩이 둘러싸인 이스라엘이나 미국 정치인 근처에 갈 방법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도 투표는 합니다. 자치정부 투표말이죠. 하마스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선거철에 이스라엘에 테러를 해서 이스라엘이 공격하도록 한 후, 그로 인해 생긴 반 이스라엘 감정으로 경쟁상대인 파타당을 선거에서 이기는 수법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북풍에 비견될 이스라엘 풍이죠.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때문에 죽지만, 권력에 눈먼 정치가들은 그런데 관심이 없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는 경악스럽지만 과연 그 테러의 기원은 무엇일까요? 애초부터 이스라엘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팔레스타인이 중동의 화약고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이 글 본문에서도 나왔지만 영국은 자기들 땅도 아니면서 멋대로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에게 넘겨준다고 약속했고 또 실행했습니다. 그 피해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았던 아랍인들이 받았습니다.

님이 이야기 하는 것은 이미 이스라엘이 있으니 아랍인들은 니들이 알아서 살아라. 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근데 사실 재미있는 게 님이 생각하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가 정당하지 못하는 생각 자체가 (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은 )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단지 100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은 당연한 자유, 평등 이란 개념이 반역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투쟁은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건 국가간의 전쟁에는 사실 하등 적용이 안됩니다. 민간인이 훈련받으면 군인입니다. 그리고 국가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그다지 나쁜 게 아닙니다. 쩝.....

하지만 이스라엘의'민간인'들은 1년에 1달씩
군대에 갑니다. 군인이나 다름없는거죠.
그리고 약자가 강자를 상대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은
테러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몸안에 세균이 침입
했는데 백혈구가 그걸 죽이는게 나쁜것입니까?
하마스를 욕하는건 결국 일제강점기때의 의병분들,
의사님들을 욕하는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김구가 굉장히 과격하셨었다는 것은 아실겁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팔레스타인 독립전사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처참히 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일본에 의해 가혹한 식민지배를 받았던 우리이기
때문에 더욱더 공감이 되고요.
10년전쯤에 이스라엘군의 미사일을 맞고 죽은
아흐메드 야신은 이런말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도 일본에의해 가혹한 식민지배를 받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때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가?"

http://blog.naver.com/jh0105mj< 제 블로그입니다. 여기에 답글남겨주세요.
해피 뉴이어 하세요~ 언제나 훈늉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거참 팔레스타인 문제는 그 역사가 저렇게 길고 복잡한대도... 우리나라에서는 CNN에서 틀어주는 피상적인 면만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착찹합니다.

특히나 호시 탐탐 간도 회복을 노리는 일부 세력이 있는거 보면, 왠지 머지 않은 미래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웃긴게 이상하게 제3제국과 히틀러를 우호적으로 보는 시선이 우리사회 곳곳에 있는 것 같아서 과격한 반 유대주의도 고개를 처드는게 걱정입니다...
아웅. 재밌어요.
레베카 납치한 템플 기사 이름이 기억 날듯 말듯. ㅜ 얼마전에 읽었는데도요. ㅜ
브리앙 드 길베르? 아무튼, ㅂ 로 시작하는 무슨무슨 드 길베르, 이런 거 였답니다. 이름이 길어서 인상적이었는데도 까먹었네요.^^ 님 같은 남편 있으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제가 세계사에 관심만 많고 모르는 게 많은데요, 밤에 자기 전에 베개맡에서, 허니, 재밌는 얘기 해줘~. 이럼 좌라락 얘기해주시겟죠? ㅋㅋ
잘난척 하는 남편보다는 잘생긴 남편이, 잘 생긴 남편보다는 돈많은 남편이 더 좋은 것입니다. 아직 미혼이신 것이 틀림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