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음식 이야기

nasica 2009. 1. 13. 23:44

 

Sharpe's Waterloo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5년 벨기에) ------------

 

남쪽으로 9마일 떨어진 곳, 즉 워털루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에, 엄청나게 뚱뚱한 체구의 프러시아군 소령 하나가 교회 맞은 편의 작은 여관에 말을 세웠다.  그가 점심 때 들었던 와인과, 오후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그는 아주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는 원기를 북돋워주는 브랜디를 청했는데, 그러는 중에 빵집에서 배달되어 여관의 옆문으로 들어가던 맛있는 과자들이 눈에 띄였다.

 

"그리고 저 패스트리도 좀 들겠네. 저 아몬드 페이스트가 든 것으로 말이야."

 

그는 안장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작은 호두나무에 의해 그늘이 진 벤치에 달갑게 앉았다.  샤를롸의 함락과 프랑스군의 진격을 웰링턴에게 통보해주어야 할 장계는 그 소령의 안장 가방 속에 든 채였다.

 

소령은 호두나무 줄기에 몸을 기대었다.  마을은 조용한 편이었다.  포장된 도로 양 옆의 목초지에서는 두마리의 암소와 네마리의 염소가 풀을 뜯고 있었다.  교회 계단 앞에서 닭 몇마리가 모이를 쪼고 있었고, 그 옆에서 개가 낮잠을 자다가 가끔씩 몸을 꿈틀거렸다.  꼬마 하나가 여관 마굿간의 지붕달린 입구에서 자치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뚱뚱한 소령은 이런 목가적인 장면에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지었고, 간식을 기다리다가, 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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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릴 때 외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는 곧 쏼라쏼라를 자유자재로 하게 될 것으로 믿고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만 현실은 (당연히) 그게 아니더군요.  지금도 자막없으면 영화 잘 못 봅니다.  10년 전인가 20년 전인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라는 영화를 집에서 비디오로 봤습니다.  첫장면 즈음에, 해리와 샐리가 처음 만나서 자동차 여행을 막 시작할 때, 해리가 차 안에서 포도를 먹으면서 샐리보고도 먹겠냐고 하니까, 샐리가 한 말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그때 명확히 알아들었던 몇마디 안되는 대사 중 하나였거든요.

 

 


 

"I don't eat between meals. 난 군것질 안해요."

 

우리나라 단어 중 상당수가, 원래는 없던 단어라서 유럽계 외국어를 번역해 놓은 것입니다.  더 나쁜 것은 그런 번역 중 대다수는 일본 학자들이 번역해놓은 것을 가져온 것이라는 것이지요.  낭만, 민족 등등 당연히 우리 말이라고 생각하는 단어가 알고 보면 일본을 거쳐 들어온 외국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간식이라는 것도 그런 단어가 아니가 싶어요... (아님 말고)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대로 가난해서 간식은 커녕 끼니도 굶기 일쑤였쟎아요.  그러니까 간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 해리샐리의 대사를 들었을 때, eat between meals = 식사 중간에 먹는 거 = 간식 (間食) 이렇게 딱 연상이 되면서, 간식이라는 것도 일본을 거쳐 들어온 외래어인가 하는 생각을 했드랬습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아님 말고.)

 

영어로 간식을 뭐라고 합니까 ?  저는 refreshment 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사전을 찾아보니 정말 eat between meals, light meal, snack 뭐 그렇게 되어 있네요.  Refreshment는 다과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여기서는 간식을 refreshment라고 생각하지요.  Refreshment는 저 위에 인용된 글에서 나오는 것처럼 원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먹는 간식입니다.  간식을 먹고 나면, 아무래도 연료가 들어가는 셈이니까, 속도 든든해지고, 특히 커피나 차를 마시면 카페인 덕분에 기분도 생기가 돕니다.

 

 

 
(refreshment라면 역시 과자류보다는 이런 마실 것을 더 뜻하는 듯...)

 

하지만 저 위에서처럼 술을 마시고나서 refreshment를 바란다 ?  술을 마시면 원래 다들 맛이 조금씩 가지 않습니까 ?  제가 워낙 술을 잘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술 한잔 마시면 그냥 침먹은 지네처럼 힘을 못쓰게 됩니다.  하긴 서양 애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술을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두잔 정도 홀짝거리는 정도기 때문에, 저처럼 술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코올을 약간 마시면 기분이 더 좋아질 수도 있겠네요.

 

술을 refreshment로 쓰는 것은 저 뚱보 프러시아 장교 뿐만이 아닙니다.  신기하게도 서양인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피곤할 때 포도주를 마셨습니다.  근검질박한 생활로 명성이 높았던 로마의 정치가 카토는 젊어서 군에 복무할 때, 평상시에는 식초를 탄 물을 마셨고, 매우 피곤할 때만 포도주를 조금 마셨다고 합니다.  이때 당시는 표준 음료수가 포도주였거든요.  물론 물 반 포도주 반으로 희석한 것이긴 했지만요.  카토 같은 대인물도 피곤할 때는 포도주를 마셨다고 하니, 피로에는 포도주가 좋다라고들 생각했었나 봅니다.  현대 의학으로 볼 때는 포도주보다는 식초탄 물이 피로 회복에는 더 좋다고 보지 않나요 ?  트라팔가 해전에 참전했던 영국 해군의 어떤 포수의 기록을 보면, 포격전 동안 너무나도 피곤했으나 (선창에 몰래 숨어있던) 여자가 준 포도주를 마셔가며 싸운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고 써놓기도 했습니다.

 

그나저나 저 위에 프러시아 소령이 선택한 간식, 그러니까 패스트리는 어떤 과자였을까요 ?  여러분도 그렇게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제가 어릴 때 시판되었던 데니쉬 패스트리 빵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패스트리하면 무조건 데니쉬 패스트리만 생각납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패스트리는 그냥 빵과자 종류를 말하는 것으로서, 데니쉬 패스트리는 그 일부일 뿐이더군요.  그러니까 전에 언급한 영국 음식 민스파이 같은 것도 넓은 의미의 패스트리에 속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드셔 보셔서 아시겠지만 데니쉬 페스트리는 지방분이 킹왕짱 들어있는 식품입니다.  그 층층이 쌓인 겹겹마다 버터(...라기 보다는 마가린이 더 현실적이겠지요)가 듬뿍 들어갑니다.  그래서 최근의 트랜스지방의 충격을 가장 많이 받았던 빵 종류였지요.  

 

 

 

(윗 사진이 모두 패스트리입니다.  위에서부터, puff pastry, cream pastry, filo patry, 그리고 danish pastry...)

 

패스트리의 역사는 아주 깁니다.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우스가 노년에 이집트에서 용병 생활을 했는데, 이집트에 처음 상륙할 때 이집트 고용인들이 선물로 여러가지 식품을 주었습니다.  아게실라우스는 그 중에서 밀가루와 송아지, 거위는 받았지만, 말린 과일, 패스트리, 향수는 거절함으로써 이집트인들을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패스트리는 사치와 안락의 상징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거절했나 봅니다.  알렉산더 대왕도, 페르시아 원정 중에 카리아의 여왕이 요리사와 페스트리 제빵기사를 보내주자, 자기에겐 야간 행군이 입맛 돋우는데 최고라고 거절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림 속에 앉은 사람이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우스.  휴전 협상을 위해 온 페르시아의 태수 파르나바주스를 만날 때도, 패한 쪽인 파르나바주스가 온갖 과자류와 마실 것, 방석과 양산 등을 들고 나타난 것에 비해, 이긴 쪽인 아게실라우스는 그냥 평범한 빵과 양파를 먹고 있었던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스파르타인인 아게실라우스에게 수염이 없으므로 이 그림은 무효...)

 

우리야 패스트리나 식빵이나 롤빵이나 다 그냥 "빵"이라고 부릅니다.  직업도 그냥 제빵제과 업종이라고 하나로 분류하지요.  그러나 서양인들은 빵과 패스트리는 엄격히 구분을 하나 봅니다.  그러니까 아게실라우스나 알렉산더도, 빵은 받았지만 패스트리는 거절했겠지요.  특히 중세부터의 길드는 제빵사 길드와 제과사 길드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원래는 프랑스에서도 제빵사가 패스트리도 만들었는데, 1440년에 프랑스에서 제과 길드가 결성되면서, 제빵사 길드에서는 케익이나 패스트리를 구워서는 안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제빵사 길드에서는 매년 프랑스 국왕에게 자기들이 구운 십이야 케익을 선물하면서 제과 길드에게 끊임없는 도발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결국은 1718년 제과 길드가 제빵 길드를 고발하여, 결국 버터, 달걀, 설탕이 들어간 빵과자 종류는 제과 길드에서만 만들 수 있도록 독점권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한의사 협회와 약사 협회 사이의 갈등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한의사가 이겼던가요 ?


 

헤밍웨이 작품을 다시 읽는데 빵 사이에 양파를 썰어서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더군요;;; 남들에게는 다소 의아하고 단순해보이는 음식도 누군가에게는 어떤 것보다 훌륭한 메뉴가 될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게실라우스의 그림은 스파르타 장군이라기보다는 로마장교로 보이네요 ㅋㅋ
아니면 말고의 수정이요~ 한반도에도 간식이 있었어요~ 대표적인게 약과죠.
지금은 거의 사라진문화가 되었지만 조선시대에 다도문화가 발달해있었죠.
그게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다도문화가 된거구,한반도도 중국으로부터 건너온것이겠죠.
(아니면 말고 ㅡ_-;; )
언제나 글 잘보고 있어요! 이 블러그 네이버때부터 탐독중입니다.!~ 응원!!!!
윽 보충설명이요!
차마실때(다도)에 나오는 과자(다과)가 있죠.윗글읽어보니 다도=간식이라는 설명이 되버려서ㅜ.ㅡ
'간식'의 한국적 표현은 '주전부리'입니다. 윗분이 말씀하셨듯이 약과나 한과, 떡, 엿, 강냉이, 각종 과일 등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개화기 이전까지 한국인은 하루 2끼를 먹었다고 합니다. 하루 3끼가 정착된 것은 서양에서도 얼마되지 않았다더군요. '점심'이란 말은 중국에선 딤섬을 말한다고 하죠? 과자나 케익을 굽는 사람을 '파티쉐리'라고 하고, 빵굽는 사람들을 '베이커'라고 하죠. 한국에도 자격증은 둘로 나눠져 있지만 사실상 큰 구분은 없다더군요.
주전부리라는 말이 있었군요. 저는 새참을 생각했었는데요. 사실 아침 식사를 아침참이라고도 하잖아요. 새참, 그러니까 사이참은 간식의 순우리말리랄까나요.

제가 알기로 점심은 활동이 적었던 겨울철에는 안먹고, 농번기에는 점심에 새참까지 먹었다고 주워들었습니다.
독일말에는 파이를 뜻하는 고유낱말이 없대요. 게다가 2차세계대전 전까지는 파이도 콘프로스트도 없었대요. 그냥 케이크, 패스트리밖에 없었다네요. 콘프로스트도 전쟁 끝나고 먹기 시작했답니다.그래서 지금 독일말에도 파이, 콘프로스트는 영어원음 그대로 사용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