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시대

nasica 2009. 3. 12. 00:36

 

Sharpe 시리즈는 1799년 인도 미소르 지방의 수도 셰링가파탐에서 시작합니다.  당시 일병 계급을 달고 있었던 샤프는 마이소르의 군주 티푸 술탄을 공격하기 위한 침공군의 일부로서 제33연대의 경보병 중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서 샤프는 영국의 인도 침공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냐고요 ?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  그저 어떻게 하면 한몫 잡아볼까, 어떻게 하면 술 한잔 얻어마셔볼까 하는 생각 뿐이었지요.  샤프 뿐만 아니라 모든 병사들과 대부분의 장교들이 다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영국은 이미 1600년에 동인도회사(EIC)를 설립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인도와 무역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당시 인도는 워낙 큰 대륙이다보니, 사실 '인도'라는 정체성이 없이, 수많은 소국가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중국같은 경우도 몇개의 소국가로 나누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항상 통일 국가를 이루려는 의지가 역사 내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는, 한번도 전체 인도를 통일한 왕조도 없었고, 또 인도인들도 하나의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언어는 물론, 음식, 풍습, 종교 등이 다 달라서 대체 하나의 통일 국가로 합쳐질 가능성이 별로 없었지요.

요즘 IT 업계에는 인도인들이 많이 활동합니다. 이들을 봐도, 사람마다 외모나 피부색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도저히 단일 민족이라는 생각이 안듭니다.  하물며 카스트 계급으로 나누어진 사회에서,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다 라는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어렵겠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전체 인도를 하나의 왕조로 통일할 의지와 실력을 갖춘 왕국이 나타났으니, 어이없게도 바로 영국이었습니다.  마침내 인도를 통일한 것은 훗날 빅토리아 여왕 시대였고, 샤프가 활약하던 나폴레옹 전쟁 시기만 하더라도, 영국도 인도 남북부의 주요 항구 및 도시 일부만을 세력권에 넣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인도가 그만큼 넓었던 것이지요.  또, 당시 대부분의 인도 왕국들은 프랑스나 영국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유럽식 무장을 갖추고 있어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1799년 당시 영국군, 정확하게는 동인도회사 군대의 타겟이 되고 있던 인도 중부의 셰링가파탐의 상황을 보면, 영국이 어떻게 인도를 차곡차곡 점령해갈 수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동인도회사의 군대에 대해서는 최초의 기업 군대 - 영국 동인도 회사군(軍) ( http://blog.daum.net/nasica/5194972 )를 참조하세요. 당시 셰링가파탐의 군주는 티푸 술탄이었습니다.  술탄 ?  그거 이슬람 세계의 군주를 지칭하는 말이쟎습니까 ?  그렇습니다.  셰링가파탐 역시 대부분의 인도 중남부처럼 힌두교도들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티푸 역시 사실은 영국인들처럼, 외국에서 온 점령군에 불과했습니다.  그 선조를 따지자면 한때 중앙아시아를 거의 통일했던 티무르 제국에까지 이릅니다.  티푸는 페르시아 계통으로서, 티푸의 궁정에서는 페르시아어가 공식 언어였고, 종교도 이슬람이었습니다.  당연히 피부색도 일반 인도인들보다는 많이 흰 편이었고, 티푸는 자신이 인도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의 군주인 어린 라자는 셰링가파탐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서, 티푸의 자비에 의존하여 곤궁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인도의 한 세력을 공격하기 전에, 항상 먼저 그 세력의 적대 세력을 구워삶았습니다. 셰링가파탐의 경우에는 티푸의 내외에 다 적이 있었습니다.

 

첫째, 티푸는 티무르의 후손답게, 강대한 군사력을 이용하여 주변 왕국을 습격하곤 했었습니다.  영국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물론 절반 이상이 인도 용병인 세포이들이지요) 티푸를 친다고 하니까, '나도 ! 나도 !'를 외치며 숫가락을 하나 더 놓으려는 인도 군주가 있었습니다.  당시 셰링가파탐을 침공했던 병력의 절반 정도는 이 인도 군주의 병력이었습니다. 

결국 영국을 위해 셰링가파탐을 공격한 병력의 대부분은 다 인도인들이었고, 영국 출신의 백인들은 얼마 안되었던 거지요.  정말 웃긴 것은, 정작 잉글랜드의 왕을 위한 전쟁이었건만, 그나마 얼마 안되는 영국 출신의 백인들 중에서도 잉글랜드 출신은 몇 안되고 대개는 마음속으로 잉글랜드를 저주하고 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병사들이 대다수였다는 것입니다.

 

둘째, 티푸가 다스리던 셰링가파탐의 대다수는 힌두교도들이었습니다.  지배 계층에서는 대개의 힌두교도들이 이미 제거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슬람 군주의 지배를 원치않았고, 폐위 상태에 있던 옛 군주 라자의 후손이 복위하는 것을 원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티푸가 만든 일종의 태엽 장치인데, 자신을 뜻하는 호랑이가 붉은코트의 영국병사를 물어뜯는 인형입니다.  레버를 움직이면 인형에서 영국인의 비명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영국은 이들을 교묘히 이용하여, 한세대 전에 영국 침략군을 무찌른 경험이 있는 티푸의 이슬람 군대를 마침내 무찌르고 셰링가파탐을 영국의 세력권에 편입시킵니다.  결국 폐위되었던 라자도 복위됩니다.  그래서 셰링가파탐의 주민들과 라자는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  글쎄요, 최소한 라자의 최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초기에 영국은 이용가치가 많은 라자를 잘 대우했습니다만, 결국 쓸모가 없어진 라자를 영국은 헌신짝처럼 내버렸고, 왕권을 빼앗아버렸습니다.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수법이지요.

 

샤프는 이런 유럽의 제국주의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  앞서 말한 그대로 아무 생각없었습니다.  나중에 장교가 된 다음에도, 샤프의 사고 방식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나의 직업은 영국왕의 적과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영국왕에게는 적이 아주 많다."  정말 단순하지요 ?

 

샤프에게 글을 가르친 맥캔들리스 대령이 그나마 약간 깨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그러나 그도 단순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샤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실 티푸는 나쁜 군주가 아니야.  그는 자신의 신하들에게는 매우 엄격하고 적에게는 잔인한 일도 많이 하지만, 일반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공정하고 그들을 위해 몇가지 좋은 업적도 남겼어."

샤프가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요 ?  그런데 왜 우리가 티푸를 공격하는거지요 ?"

그러자 맥캔들리스는 그냥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하나의 우리에 두마리의 호랑이가 들어있는 형국일세.  둘다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하고, 둘 중의 하나는 쓰러져야 하는거지."

 

흠, 최소한 영국이나 티푸나 동등한 입장이라는 태도이군요.

 

영국 호랑이에게는 영국 땅이 있고, 인도 호랑이에게는 인도 땅이 있으니까, 남의 땅을 탐내는 호랑이가 나쁜 호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겠지요.  가령 제가 다니는 회사만 해도, 우리 회사의 고객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고객도 빼앗아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합니다.  그런 경쟁이 공정하냐고요 ?  글쎄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소한 살인과 폭력같은 불법 행위을 저지르지는 않지요.


흠흠. 샤프는 자기나 자기 동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일부 지배계급들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기사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미군들도, 자신들이 피흘리는 이유가 미국의 일부 석유회사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진실은 뭐냐고요 ? 

 

"스컬리, 진실은 저 너머에 있습니다."

 

제가 샤프시리즈 혹은 혼 블러워 시리즈가 마음에 드는 것은 굳이 지금의 시각에 맞추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작품들을 보면 역사물임에도 지금 현대인의 시각에서 자신만이 지성인으로 어리석은 과거인을 비판하려는 시각들이 많았습니다만, 두 작품은 철저히 당시 사람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있어 꽤나 마음에 듭니다. 우리 모두들 nasica님을 들볶아서 샤프시리즈 전부를 번역하게 만듭시다. ^ ^
참, 본론으로 돌아와 어디서 읽은 건데 과거 제국시대 시절 군인(장교급 이상)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돈이 되지 않더라도 식민지의 개척은 자국의 영토를 늘리는 영광스러운 활동이었고, 은퇴 후 두고두고 자랑할 수 있는 업적으로 평가받았다고 하네요.
때문에 웰링턴과 같은 타고난 부자 장교들은 자신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조금 가난한 귀족가문의 차남이하의 인물 혹은, 아버지가 목회자, 법률가, 의사, 전직장교와 같이 나름대로 명예로운 출신인 사람들의 당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았으므로 울며 겨자먹기로 장교를 선택해 가난한 장교계층을 이루었다고 하네요.
이들 가난한 장교들은 군인이 먹고 사는 직업이었고, 식민지 개척은 자신의 팔자를 한 번 고쳐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므로 열심히 참여했다고 합니당.
문맹률이 70%이상이나 되었던 병사들 역시 아무런 생각없이 명령을 따라 식민지 개척(?) 아니 공격에 나섰으며, 이들 식민지 공격이 창피한 일보다는 지금의 여행경험담과 같이 좋은 경력으로 인정받는 사회였으므로 당연히 죄책감은 전혀 없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가난한 군인들에게 있어 식민지는 열마 안되는 자신의 급료로 왕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으므로, 전쟁이 끝난 이후 식민지에서의 삶을 선택한 이들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요는 식민지에서의 전쟁이 당시 군인들에게 있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이 아니었고, 살아 남으면 돈도 벌고 식민지 허수아비왕의 군대의 고문관 등을 해서 퇴직금도 마련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는 사실입니다.
사회분위기가 이러하니 이권을 원하는 정치인들이 순진한 군인들을 잘 꼬득여서 전쟁터로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듯 합니다. ^ ^
흥미로운 사실은 영국의 인도 개입이, 영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결과를 불러왔다는 사실입니당.
우리의 주인공 샤프가 장교로 승진한 계기가 바로 인도에서 웰링턴을 구해주었기 때문이었고(맞나요..기억이 가물가물 ~~), 인도 개척을 위하여 영국은 얼마되지 않는 육군의 숫자를 꽤나 증강시켰고, 인도에서의 전투과정을 통해 경험많은 병사들과 장교들이 많이 육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차후 인도에서 경험을 쌓은 웰링턴과 영국육군은 반도전쟁으로 알려진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투에 개입해 조금씩 나폴레옹
참요, 이번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작전과정 및 미 해병대의 생활과 전통, 그리고 참전군인의 이라크 전쟁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매우 좋은 미니시리즈가 있습니다.
Generation.Kill 이라는 작품인데 대사의 절반이 걸죽한 군대욕이고, 지식인의 입장에서 본 고상한 회고담이 아닌, 그야말로 병사들의 생각과 심정을 그대로 보여준 개념작입니다.
총 7화이고, 이미 자막도 떴으니 저처럼 영어에 약한 사람도 보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정말 여러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마한 영감의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의 7년 전쟁 부분을 보니깐 워찌나 복잡하던지-ㅅ-;
처음 영국 동인도회사가 인도영토를 갖게 된 것은 벵골주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게 된때 부터라고 합니다. 이후 명목뿐인 무굴제국이 여러 마하라자들의 소국으로 분열되어 춘추전국시대가 되자 이들을 무력으로 혹은 꼬드김으로 합병해 나가면서 인도제국(영국령)이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그중에 가장 강적이 티푸술탄의 세링가파탐과 쉬바지의 마하쉬트라연합이었다죠. 사실 동인도회사 이사회에서는 전쟁을 벌이는 총독을 가장 싫어했다고 합니다.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회사수입은 생각만큼 늘지 않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웰즐리(웰링턴공작)은 대표적으로 이사회에서 싫어한 총독이라죠. 결국 회사는 파산지경에 이르러 영국정부가 인도통치를 넘겨받게 됩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세포이 항쟁 때문이지만요. 아... 저도 인터넷 교보문고로 샤프 시리즈 2권을 주문했습니다. 2주 정도 걸린다는군요. 짧은 영어 실력이지만 원서 읽기에 도전해 보렵니다. 사실 nasica님이 번역한 것 읽는게 훨씬 더 재미있는데 말이죠.
제 기억으로는 샤프가 돈을 만들게 되는 것은 티푸 술탄을 배수로에서 죽이고, 의복에서 약탈한 보석들 (거대한 루비, 다이아몬드 등)과 비토리아 전투에서의 약탈 (하퍼가 한 몫 챙겨 줍니다.)로 부를 만들지만, 결국 바람난 아내때문에 몽땅 날리고, 노르망디에서 미망인인 루실과 하프페이로 사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샤프의 임관 자체가 전시 임관인데다 Brevet인 관계로 자기의 계급을 팔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령인가 대령까지 진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급이 중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ㅎㅎ)

Nasica 님 대신에 주제 넘게 얘기해 봤습니다.
구라대마왕님 감사 드립니다. ^ ^
그런데 좀 슬프군요. 쥐꼬리 중위 월급에 하프페이면 그야말로 쥐꼬리의 절반인데 밥이나 먹고 살았나 모르겠습니다. ㅠ.ㅠ 샤프의 인생은 뒤끝이 좋지 않았군요.
그와 비교해 혼블러워는 포획선으로 크게 한 밑천 + 웰링턴 공작의 미인 여동생에다가 + 제독까지 달았는데 샤프는 어쩌다 그런 불쌍한 팔자가 되었는지....ㅠ..ㅠ
그래도 노르망디는 영국보다는 기후가 좋으니 나름대로 건강하게는 살았겠군요. 루실은 프랑스 여성이니 맛없는 영국요리도 먹지 않았을 듯....
혹시 샤프가 나폴레옹을 만났을 때 한 몫 주지 않았을까요? 심심한데 유배지에 잘 왔다구...^ ^

그래도 샤프는 새로운 동거녀 소유의 농장이 있쟎습니까 ? 노르망디의 거창한 농장이면... 최소한 저보다는 사정이 훨~~~~씬 좋아보입니다.
인도가 저렇게 된건 다 아우랑제브 탓이죠 아프가니스탄에서 내려와 나라를 마련한 조상님(바부르 대제) 영토를 넗히고 관용정책으로 그 넑고 다양한 나라를 무굴제국이라는 깃발아래 뭉치게한 먼치킨 조상님(악바르 대제)을 비롯한 수많은 무굴황제들의 수백년간의 수고를 저 이슬람 빠돌이 한놈의 고집때문에 다 말아먹고 나라는 나라대로 힌두교도와 영국,프랑스가 거져먹게됬죠 (그놈의 종교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