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시대

nasica 2009. 12. 20. 18:15

바로 지난 주에 제가 프랑스 군함 메두사 호의 난파 이야기에 대해 쓰면서 ( 인류 최후의 식량은 ? http://blog.daum.net/nasica/6862418  참조) 메두사 호의 난파 승객들이 뗏목에 물 두 통과 포도주 몇 통을 실었다고 썼습니다.  저는 제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DC인사이드에도 같은 글을 올리는데, 거기 댓글을 보니 왜 주류는 상하지 않기 때문에 포도주를 실었다 아니다 술을 마시면 목이 더 마르므로 그건 조치안타 등등의 이야기가 있더군요.  (참고로 저는 제 글에 댓글을 잘 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괜히 엄한 댓글 달아다가 고수들에 의해 제 실수나 무식이 난도질 당할까 겁이 나서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식수 대신 주류를 마시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합니다.  특히 알콜 성분이 강한 증류주일 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술을 마시면 오히려 목이 더 마르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알콜이 우리의 콩팥에 영향을 끼쳐, 콩팥이 물을 흡수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소변을 통해 체내의 물이 더 많이 배출되므로, 쉽게 탈수가 되는 것이지요.  두번째 이유는 알콜을 분해하는데 물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화학식 설명하라고 하면 대략 난감... 전 고딩때부터 화학 싫어했습니다.  그렇다고 수학을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도 분명히 16~19세기의 대양 항해선에는 식수 못지 않게 반드시 럼이나 브랜디, 포도주와 맥주 등 주류를 잔뜩 실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   요트를 타고 (관광) 항해를 하던 사람이 식수가 떨어지자 브랜디를 끓여 커피를 타마셨다고 하던데, 혹시 식수가 떨어지면 그걸 끓여서 알콜 성분을 다 날린 후 마시려고 했던 것일까요 ?  물론 아닙니다.  아마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단박에 선상 반란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The Happy Return by C.S. Forester (배경: 180X년 파나마 태평안 연안의 영국 군함) ---

 

혼블로워 함장은 주갑판으로 내려오면서 또 한 무리의 선원들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선원들은 평상시의 어투로 이야기하고 있었고, 두번인가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건 좋은 일이었다.  그런 식으로 웃으며 잡담하는 선원들은 반란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실 혼블로워 함장은 최근 들어 반란의 가능성을 아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바다에서 7개월간을 보내다보니 보급품이 거의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  1주일 전에, 그는 물의 배급을 하루에 3파인트 (1파인트는 0.57리터, 즉 1.71리터에 해당 : 역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하루 3파인트라면 소금에 절인 고기와 건빵을 주식으로 하면서 북위 10도 지역에서 지내기에는 정말 부족한 양이었다.  특히 그 물이 통 속에 7개월 간이나 들어있던 것이라서, 절반 정도는 녹색의 부유물이 떠있는 것일 때는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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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역사 소설인 샤프(Sharpe) 시리즈에는 전혀 안나오는 내용인데, 해군 이야기인 혼블로워(Hornblower)나 잭 오브리(Jack Aubrey) 시리즈를 읽을 때는 지겹도록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물입니다.  샤프나 혼 블로워나, 염장 쇠고기에 건빵을 먹는 것은 거의 똑같습니다.  그러나 샤프가 한번도 물 걱정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에 비해서, 혼블로워나 잭 오브리는 항상 물 걱정에 전전긍긍합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물을 얼마나 드십니까 ?  요즘같은 쌀쌀한 날씨에는 사실 물을 그렇게 많이 마실 필요가 없겠지요 ?  제가 듣고 읽고 한 것에 따르면, 현대인은 물을 너무 적게 마신다고 합니다.  최소한 하루에 2리터는 마셔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다, 1리터 정도면 충분하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나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식에는 국물이 많아서, 사실 식사에 함유된 물도 꽤 많겠지요.  참고로, 이라크에서 일부 미군 부대는 일인당 하루에 1.5리터짜리 생수 2병을 지급 받았는데, 너무 부족하다고 난리였습니다.




(최근 DC에서 본 명작 사진... 제목은 차 한잔의 여유)

 


저 위에 혼블로워가 절수 조치를 내리면서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할 때의 물 배급량이 1.7리터라면, 보통 시중의 큰 생수 1병에 좀 못미치는 양인데요, 사실 우리들은 하루에 그 정도면 충분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 위에 씌인 대로, 소금에 절인 음식을 먹고, 또 열대 지방 햇빛 아래서 중노동을 하는 선원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원래의 물 배급량인 3.4리터에는, 염장 고기에서 소금기를 빼내기 위한 물( 절이고 말리고 그을리고... http://blog.daum.net/nasica/6862307 참조)까지 포함된 양이었으므로, 그걸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대단히 가혹한 조치였습니다.

 

특히 저 '푸른색 부유물이 가득 든' 물이라는 대목은 영 찝찝한 부분입니다.  나무통 속에 7개월간 보관했던 물은 사실 썩지 않겠습니까 ?  그런 물을 마시고도 사람이 이질에 걸리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좀 이상하겠지요.  실제로 당시 해군 수병들의 생명을 빼앗는 제1의 원인은 질병(약 50%)이었습니다.  (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 해군의 생활 http://blog.daum.net/nasica/5512965  참조)


이렇게 물이 귀했고, 또 그 물의 보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장기 항해를 하는 군함이나 상선에서는 '썩지 않는 물'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사실 썩지 않는 물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바로 술입니다. 


마젤란이 세계 일주를 떠날 때, 준비물 목록 중에 선원 1인당 브랜디를 가득 채운 수통 1개씩이 들어있었습니다.  아마 그 항해를 후원했던 귀족 중에 그렇게 사치스러운 보급품에 대해 불평을 한 사람이 있었는지, 그것을 준비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달려 있는데, '이는 절대 사치가 아니다, 물은 곧 상해버리지만, 브랜디는 절대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되어 있더군요. 




(제 정신으로 이 따위 조각배를 타고 지구 끝으로 간다고 ?  술 좀 더 줘)



글쎄요, 위에서 설명한 대로, '물 대신 술'이란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생각입니다.  그렇게 목마를 때 술을 마시면 더욱더 목이 마를 뿐입니다.  아마도 마젤란 또는 그의 사무장(purser)이 의학적으로 무식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지구의 끝까지 간다는 울트라 캡숑 위험천만한 항해길을 떠나면서 선원들을 달랠 가장 보편적인 약물, 즉 술을 챙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 해군에서도 술을 물 대신 보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절할 정도로 참혹한 근무 조건에 대한 최소한의 위문품으로서, '장교들에게 대들지 않을 정도로만 취하게 해줄' 양의 럼주를 배급했을 뿐입니다.

 

아무튼 확실히 독한 술은 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맥주는 물론이고, 포도주 정도만 해도 보관을 허술하게 하면 몇년 못가서 상해버립니다.  제가 어느 공항에서 샀던 포도주 한병을 찬장에 놓아두었다가, 몇년만에 크리스마스 때 꺼내어 따보니, 상했더군요... 하지만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포도주가 있습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포트(port) 와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  방부제라도 넣었을까요 ?

 


 

포트(port) 와인은 원래 이름 그대로, 포르투갈 산입니다.  (정확하게는 포르투갈의 항구 도시 Portu에서 수출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은 중세때부터 영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의존도가 꽤 있었던 나라입니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아 포도주가 잘 될 턱이 없는 영국에 포도주를 수출하는 것이 포르투갈의 주요 산업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 워낙 먼 곳에서 수출하는 것이다 보니, 장기간 항해에 포도주가 상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하네요.  긴 항해에도 포도주가 상하지 않도록 포르투갈 사람들이 머리를 써서 만든 것이 바로 포트 와인입니다.  당시에는 방부제라는 것이 없었습니다만,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은 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었지요.  즉, 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든 주정을 숙성시켜 만든 것이 브랜디인데, 이탈리아의 그라빠(grappa)같은 비숙성 브랜디를 첨가해서 알코올 농도를 높이게 했더니, 포도주가 오래 되어도 상하지 않더라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이렇게 알콜 농도가 높아진 포도주가, 그렇지 않아도 술고래였던 영국인들의 입 맛에 딱 맛았나 봅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이 식후에 커피를 마시듯이, 영국 귀족들은 17~19세기 내내 식후에 포트 와인을 마시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영국에서 포트 와인의 인기는 대단했고, 이 포트 와인의 영국 수출이 한때 포르투갈의 제1산업이었다고 하네요.


저 위에 육군 장교인 샤프는 물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는 쓰긴 했지만, 샤프도 물 걱정을 한 경우가 딱 한번 있긴 합니다.  바로 Sharpe's Havoc 편에서였는데요, 여기서 Sharpe는 어떤 산 정상의 옛 요새에 방어진지를 만드려고 합니다.

 

 

 

 

Sharpe's Havoc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09년 포르투갈) ------------------

 

하퍼는 그 꾸며낸 말에 콧방귀를 뀌고는 걸어오던 길을 뒤돌아보았다. "그래서 여기다가 요새를 세우자고요 ?"

 

"그리고 여기에다 물통도 몇개 날라다 놓아야지."  샤프가 말했다.  그것이 바로 이 고지의 약점이었다.  만약 프랑스군이 와서 자기 부대가 이 언덕 꼭대기로 퇴각해야 한다면, 갈증때문에 항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미스 세비지가 우리에게 물통을 찾아줄거야."  그는 아직도 그녀를 크리스토퍼 부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다가요 ?  태양 아래에요 ?  물이 상할 걸요."  하퍼가 주의를 주었다.

 

"각각의 통마다 브랜디를 좀 뿌리지." 샤프는 인도에서 돌아오던 항해길에서, 마시던 물에서는 항상 럼주의 냄새가 약간 났던 것을 기억해내며 말했다.  "내가 브랜디를 찾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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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이 썩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지요.  (아, 오해들 하지 마십시요.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추진하시는 4대강 사업을 비꼬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예전에야 물고기 로보트가 없어서 그랬지만, 요즘은 물고기 로보트가 고인 물이 썩는 것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고인 물이 썩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16~19세기의 항해선에 싣고 있었던 물이 썩는 속도는 요즘 페트병에 담긴 물의 유효 기간과 비교하면 너무 빠른 편입니다.   우리가 요즘 마시는 생수병에 찍힌 유효기간을 보면, 대개 몇년 정도씩으로 상당히 긴 편입니다.  왜 얘들은 괜찮을까요 ?  캐나다 생수 협회에 따르면, 사실 이런 병에 포장된 생수는 보존만 잘 한다면 '영구히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병에 담을 때부터 물에 미생물이나 유기물이 거의 안들어있기 때문이라나요.  그럼 끓여서 병에 넣는단 말인가요 ?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시판 중인 포장 생수들에는 대장균이나 뭐 그런 세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다고 하는 기사가 나오쟎습니까 ?  (그런데 대체 왜 해당 브랜드나 회사를 공개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생수가 쉽게 상하지 않는 것은 그 포장 용기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깨끗한 페트병에 담긴 물은, 수년간 반복 사용해온 나무통에 담긴 물에 비해 훨씬 오래갑니다.   아, 이번에는 정말 농담이나 비아냥이 아니라, 오해하시면 안되는 것이, 페트병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의사 선생님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즘 음료수나 생수 포장에 많이 쓰는 페트병이, 사실 정말 안전한지 여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거에요.  특히 햇빛을 받는다든지, 기온이 높다든지, 또는 아주 오래~ 사용한다든지하면, 페트병에서 이런저런 환경호르몬 같은 화학물질이 나오는데, 이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확실치 않답니다.  그 양반 말로는, 미국 사람들이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마신다고, 그게 반드시 건강상 좋은 건 아니라는군요.  의사들은 미국이 결코 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선진국이 아니라고 평가한다는데요 ?


제 특기대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만,  주경철 서울대 교수라는 분이 쓴 배 위의 ‘노동자’ 죽음보다 비참한 삶  (http://www.hani.co.kr/arti/society/life/255562.html 참조) 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확실히 당시 항해선들의 식수 변질에는 당시에 사용했던 나무 물통이 큰 역할을 한 모양입니다. 




(요즘 이런 허름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나무통에 물 담아 팔면 9시 뉴스 카메라 출동에 등장하기 딱 좋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 용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잭 오브리 시리즈에도 이 금속 용기 이야기가 나오기는 합니다.





The Mauritius Command by Patrick O'Brain (배경: 1809년 남아프리카 희망봉) --------

(임시 제독인 commodore로 임명된 잭 오브리 함장이 휘하의 여러 함장들을 불러 모아 모리셔스 제도에 대한 침공 작전 계획에 대한 회의를 가집니다.)

클론퍼트가 말했다.  "영광스럽게도 제가 지휘를 맡고 있는 슬룹(sloop)함은 언제든 출항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건 그저 호언장담에 불과했다.  그 어떠한 배도 '항상' 출항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았다.  물과 식량, 화약 또는 포탄을 전혀 쓰지 않았다면 모를까.  오터(Otter)호는 이제 막 항해에서 귀환한 뒤였다.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클론퍼트 자신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자마자 그 사실을 상기해냈다.

하지만 잭은 어색한 침묵을 짧게 자르고 회의를 계속 진행하여, 핌 함장과 코벳 함장으로부터 좀더 이성적인 보고를 받았다.  그 보고에 따르면 시리우스(Sirius)호는 대체적으로 준비 상태가 양호했지만 뱃바닥에 각종 해양 생물이 잔뜩 달라붙어 청소가 꼭 필요한 상태였고, 식수 탱크 때문에 큰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 식수 탱크는 플리머스 항에서 반강제로 설치된, 새로 유행하는 철제 탱크였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줄줄 물이 샜다. 

"제가 무엇보다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말입니다," 핌 함장이 탁자 둘레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혁신(innovation)입니다."

시리우스 호는 탱크가 새는 곳을 찾아내려 선저를 뒤지고 있었고, 아무리 애를 쓰고 선원들을 혹사시킨다고 해도, 일요일 이전에 출항 준비를 끝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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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 함장이 줄줄 새는 철제 식수 탱크 때문에 혁신 전체를 싫어하게 된 것은 무척 비극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당시 아직 스텐레스 스틸이나, 하다 못해 아연도강판처럼 부식방지 처리 기술이 없던 시절에, 바다를 항해하는 목조 군함에 철제 식수 탱크를 장착한 것은 좀 에러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이 철제 식수 탱크가 일으킨 문제는 핌 함장의 혁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804년 영국 해군의 36문짜리 5급 프리깃 함인 아폴로(HMS Apollo) 호의 좌초 사건에도 (적어도 공식 기록 상으로는) 이 철제 식수 탱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804년 3월 26일, 아폴로 호는 28문짜리 프리깃 함 캐리포트(Caryfort) 호와 함께 69척의 상선단을 이끌고 아일랜드에서 서인도 제도로 출항합니다.  풍향을 고려한 당시의 전형적인 항로는, 스페인 앞바다까지 곧장 남하하여 거기서 서쪽으로 항로를 변경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아폴로 호가 이끄는 선단도 그 루트를 따릅니다.  그런데 문제의 사건이 있기 며칠 전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아폴로 호는 별이나 태양을 관측하여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고 ( 나폴레옹 시대의 GPS http://blog.daum.net/nasica/5619842 참조), 추측 항법 (dead reckoning)에 의지하여 항해를 해야 했습니다. 


문제의 4월 2일 새벽, 어둠 속에서 아폴로 호는 강한 충격과 함께 좌초해버립니다.  처음에는 해도에 기록되지 않은 미지의 함초에 걸렸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아폴로 호에서 계산했던 위치는 해안에서 적어도 60km 떨어진 곳이었거든요.  그러나 날이 밝고 보니 놀랍게도 자신들은 포르투갈 해안의 몬데고 곶(Cape Mondego)  300~400m 앞바다에 좌초한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폴로 호의 뒤만 졸졸 따라오던 상선들 중 무려 40여척이나 함께 좌초를 당해버렸습니다. 




(현대의 몬데고 곶입니다.  왼쪽 언덕에 보이는 작은 건물이 등대...)



이 사고로 인해 아폴로 호에서만도 250 여명의 승무원 중 함장을 포함한 60여명이 사망/실종되고, 상선들에서도 약 100여명의 선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망의 원인은 좌초시의 충격보다는 추위, 굶주림 및 갈증, 그리고 주로 눈 앞에 보이는 육지로 헤엄이나 뗏목으로 건너가려다 익사 내지 실종된 것이었습니다.


향후 이루어진 군법 회의에서, 실종된 딕슨 (John William Taylor Dixon) 함장을 비롯한 항법사 및 해군 장교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 받습니다.  좌초의 주 원인은, 출항 전에 설치된 철제 식수 탱크의 자기력 때문에 나침반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되었습니다.  왜 그런 결론이 내려졌는지는 공식 문서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주철제 물탱크가 나침반에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대단히 의심스럽습니다. 




(범선이 갈때까지 다 가면 이런 클리퍼로 발전합니다. 바람 좋은 날의 평균 시속이 무려 30km... 평균 시속 11~12km였던 나폴레옹 시대 전함들에 비하면 거의 제트기 수준...)



철제 식수 탱크는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세로 받아들여져, 19세기 중반 이후의 선박들은 모두 이런 물탱크를 장치했습니다.  가령 미국의 2200톤 급 쾌속 범선(clipper)인 '바다의 여제(Empress of the Sea)' 호에는 6000 갤런짜리 철제 식수 탱크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하루 3.4리터의 배급량으로 환산하면, 100명의 선원에게 약 66일간 식수를 제공할 수 있는 양입니다.  당시 쾌속 범선이 대서양을 건너는데 약 1달 정도가 걸리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한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 영화 마스터 오브 커맨더에서 군의관이 새를 맞추려고 하던

장교의 총에 맞아서 수술을 하려고 잠시 섬에 상륙을 하는데, 거기에서 바닷물을 증류하는 물건이

아주 잠깐 나오던데 당시에 어차피 배위에서 화재의 위험이 있지만, 식사를 하려고 불을 지피고

하던데 그래도 배한켠에 조금이라도 자리를 마련해 두어서 그런증류 장비를 설치하고 바닷물을 증류

해서 정말 급박할 때에만 사용하던가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유명한 탐험가인 제임스 쿡 함장이 실제로 자신의 배에 증류기를 설치해서 증류수를 배급하려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참담한 실패로 끝났죠. 아무도 그 물을 마시려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마시던 나무 물통에서 뜬 물과 맛이 너무나 달라서 수병들이 극심한 거부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와~ 실제로 그런적이 있었군요.. 나름 배려해주었는데, 저질물맛에 길들여진 탓에 신선한 물을

마다 하다니.. 참 특이한 상황이네요 ㅎㅎ
아 ? 증류할 때 쓰는 연료는 무엇으로 ? 설마 원자력 ?
원자력 ㅋㅋㅋ 제생각엔 아마도 나무나, 숯을 사용했을꺼 같네요..
... 중딩떄 백경을 읽다가 북방에서 조업하는 포경선에서 소비하는 주류량에 놀랐던 기억이 나는 군요
하악 일단 선리플요. 그리고 추천하나 눌러놓고 다시 읽으러갑니다
오 재밌는내용이네요. 저는 군생활을 해상에서 보내서 그런가 이런글에 관심이 많습니다

언젠가 dc에서 해적선 슬룹이나 스쿠너 비교된 그림을 본적이있는데 저 마지막의 쾌속선은 진짜 갈데까지 간 모습이네요 -_- 속력이 30k면 약 20노트..좀 안되게 나온다는건데 군에서 제가 타던 대형경비함이 뒷파도 받아서 가장 잘나올때의 속력이 21노트였거든요. 저크기에 거의 현대선박과 비슷한 수준의 속도라..

술을 마시면 목이마른건 뭐 화학적 근거를 대지 않아도 맨날 현실에서도 느끼잖아요 -_-;; 그런데도 선원들이 술술술 하는것은 nasica형 블로그에서도 올려놨듯이 영국인들이 애색히들부터 에일맥주 마셔대는것과 같은이치겠지요. 물이 정말 더러우니까. 그리고 선원생활은 육상생활하곤 뭔가 다른 답답한 그런것이 있는가보네요. 고되고 땅에 못내리니까 장기간 선원으로 일한 사람은 머릿속의 마인드가 분명 다른사람들과는 다른가봅니다. 그중 술이 차지하는비율이 남들보다 큰건 대체로 공통된거같구요. 선박생활을 견디는덴 술이 거의 필수품이다 싶이한가봐요

마젤란의 항해기록인가 거기서도 물은 이미 녹색이 되있었고 '오줌냄새가 났다' 라고 기록된걸 본적이 있습니다. 아 전 처음에 뭣도모르고 내세에 유럽에서 태어나면 해적되야지 했는데 당장 바뀌더군요
HMS 아폴로의 좌초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군요. 과장되었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항해 시 사용하는 진북과 자북, 나북의 차이는 대략 이렇습니다.

진북 - 진짜 북극. 자이로콤파스(오늘날의 일상적인 항해도구로, 20세기 초에 도입됨)로 계산한다.
자북 - 자기 북극.
나북 - 나침의가 가리키는 북극. 나침의는 원래 자북을 가리켜야 하지만, 주변 금속체의 영향으로 오차가 발생하여 다른 곳을 가리킨다. 이를 나북이라 한다.

오늘날의 군함은 자이로콤파스를 이용하는 데다가 GPS까지 이용하므로, 큰 오차는 생기지 않습니다.(물론, 이런 정밀한 장비에도 오차는 항상 존재하므로 여러 항법을 병행해서 오차를 줄입니다.) 하지만, 나침의 역시 예비용으로 항상 준비를 합니다. 전투 시 피탄으로 자이로콤파스가 파괴된다거나 원인 모를 고장이 난다면 긴급하게 나침의로 대체해서 사용해야 하니까요. 보통 함교의 조타기 윗편에 거울장치를 통해 볼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이 나침의는 자성을 띈 물체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오차를 계산해야 하며, 특히 함정에 금속물체를 옮기는 작업을 한 경우에는 반드시 오차를 새로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포탄 적재나 하역 작업을 한다거나, 새로운 전자장비가 설치된다거나 하는 등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건 나침의가 부수적인 장비에 불과한 현대군함에서도 이 정도 신경을 쓴다는 걸 설명드린 겁니다.

HMS 아폴로의 경우, 대형 철제 식수탱크가 함정에 실렸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차를 출항 전에 계산했어야 합니다. 물론, 장교들이 무죄로 판결받은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그런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오차를 첫번째로 들겠습니다.

두번째는 추측항법으로 인한 오차입니다. 기상악화로 천문항법이 불가하여 실측위치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세번째는 기상악화로 인한 추가적인 오차입니다. 추측항법만으로도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악천후로 인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배가 더 밀렸을테니까요.

결론적으로, 여러가지 오차가 동시에 누적되어 실제위치와 추측위치에 40마일이라는 오차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원양항해에 있어서 40마일이라면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만, 연안에서라면 함선이 좌초하기엔 충분히 위험한 거리이죠.
저는 정말 주철 덩어리가 자침에 영향을 그렇게 크게 주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나북이란 말은 처음 듣지만 독도법에서도 자성물체 피하라는 이야기는 훈련때 나오지요. 고압선 철탑이나 혹은 장갑차 같은 것도 한 100미터 정도 벗어나서 나침반을 보라고 되어 있습니다. 몸에 지닌 소총이나 금속 물질도 가급적 배제하는게 원칙인데 잘 안지켜지지요.

참고로 진북과 자북의 차이를 편각이라고 하며 이건 해당 지역 마다 틀리기 때문에 지도 상단에 그 지역 편각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서편각 6도 정도 되어서 방위각 잡을때 6도씩 더하거나 빼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gps가 있으니 별로 쓸일 없겠지만.
나침반이 철제 물건에 의해 영향을 받아 작전에 영향을 끼친 경우에 대한 예가 2차대전 북아프리카전역에서도 있었습니다.
열심히 지뢰를 매설하고 되돌아가던 친구들이 그만 급한 마음에 지뢰 묻던 야삽을 허리춤에 꽂고 열심히 차를 달렸다지요. 그게 나침반에 영향을 줘서 지들이 묻은 지뢰밭으로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설픈 지식을 덧붙이면, 나무통에 있는 물이 빨리 상한다는 사실은 당시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통 속을 불로 그을려 훈제하는 작업을 실시했고,그 덕분에 그나마 덜 상했다고 하더군요.
아르마다라는 책을 보면, 무적함대가 출발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물이 썩어서 고생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1년 해적두목 겸 영국해군 부사령관인 드레이크가 스페인 해안을 공격하여, 무적함대를 위해 만들고 있었던 불에 그을린 물통 재료를 싸그리 불태웠기 때문이라는 언급이 여러번 나옵니다.
실제 불에 그을린, 즉 표면을 탄화시킨 나무통은 2개월 정도는 그럭저럭 먹을 만한 수질을 보장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소주에 가까웠던 투명한 술을, 상하지 말라고 그을린 오크(물)통에 몰래 보관하고 있다가 우연스럽게 만들어진 술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오크향이 나고, 색깔도 요상한 나무색깔이 나는 거라네요.
참, 딴지는 아니구요, 다시금 마스트 앤 커맨더를 봤는데,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열심을 불을 지피는 장면은 물을 증류하는 과정이 아니라, 선인장을 증류하여 일종의 술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하네요. ^ ^
데낄라 ?
제가 그부분을 다시 보았더니 정말 선인장을 잘게 썰어서 넣고 나오는 걸 컵에 받아서 마시

더군요.. 여하튼 그 물건으로 바닷물도 증류할수 있겠죠 머.. ㅎㅎ
굳이 화학식이 없더라도... 술먹고 집에오면 물고래가 된다죠?
그쵸 ?
생수에 관해서는 조금 알고있습니다..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정제수를 생산하구 있구요;;
RO시스템이라공;;ㅋ 음료수에 들어가는 정제수는 위의 방법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그리고 미생물의 증식을 막기 위해서 UV램프가 켜져있는 곳을 지난 뒤 가공이 됩니다. 생수의 경우 정수처리 과정은 비슷하겠지만 위와 같은 생산방식(RO)로는 미네랄 성분마저 다 빠져버리므로 좋은 품질(?)...또는 수질의 물을 일반 고도 정수가 아닌 일반 정수를 통해서 생산한 다음 역시 UV램프로 살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정수와 고도 정수의 차이는....상수도 사업부 홈피를...ㅡ,.ㅡ;;
우리나라에서는 위쪽 지방으로 갈 수록 수질이 좋습니다. 그래서 서울 쪽에는 고도 정수처리를 하는 곳이 얼마 없다고...수질연구소에 다니는 사람에게 들은 경험이 있네욤;; 헉헉;;;
그럼 서울 쪽이 수질이 좋다는 말씀이신가 봐요 ? 뜻밖이네요. 암튼 좋은 정보 감솨.
역시.. 역사지식인치고 자칭 '정통보수'를 좋아하시는분은 거의 없는거 같군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정통 보수' 좋아할 겁니다. 문제는 '자칭 정통 보수'라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수질은 남부지방으로 올 수록 대체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백두대간을 시작으로 해서 강을 보면 남부지방으로 거의 흐르고 있지 않습니까??^^
현대에와서는 더욱 심해졌지요..서울쪽에 사람들이 아무리 몰려있다해도 상수원인 팔당댐은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물을 사용하기때문에 수질이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남부지방엔 대표적으로 낙동강...그리고 각종 공업시설들이 경상도 쪽에 모여있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담아갑니다.....^^
술은 물에 타먹을 수 있으며 이러면 뭐같은 물을 그나마
참아가며 먹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로그가 그냥 나온건 아니며 포트 와인도 곧잘 배에서는
물에 희석되어져 먹었다는 점과 맥주나 포도주도 비슷한
식으로 사용된걸 본다면 말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포우의 낸터킷의 아더 고든 핌에서는 포트
와인을 바닷물에 타먹다 개고생하는 장면이 잠시 나오기도
하죠.
이건 당연하게도 금지 사항입니다.
그걸 무시하고 타먹는 것에서 절망적인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죠.
네이버로 담아갈께요~ ^^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