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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뉴스통신 2020. 9. 18. 15:59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저자 천경 작가

 

[내외뉴스통신] 주해승 기자

신간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일상적인 에세이 형식에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접목해서 쉽게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은 묘한 중독성과 매력적인 가독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군데군데 유머 코드도 숨어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천경 작가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문장이 아름답고 깊다,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어떤 책인가?

조금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한다. 두뇌 훈련에 좋다. 무의식적인 우리의 표상들이나 신념 체계들이 일순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 책이 쉽다고는 하지만 단숨에 술술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약간 수고를 해야 하지만 기존의 철학 해설서와 비교하면 아주 쉽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더라도 천천히 끝까지 읽으시길 권한다.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의 미덕은 수록된 글들이 산뜻하고 선명하고 쉽게 다가오지만 만만찮은 니체 사유의 무게감을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경험담을 풀어내듯 에세이처럼 술술 시작하지만 니체의 육성을 나름대로 잘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과분한 말씀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나?

여러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웃음) 니체를 알고 싶은 분들이나 이미 니체의 저서를 접한 경우라면 쉽게 와 닿을 것이다. 또 지금과 다르게 살고 싶은 사람들도 일독하시길 권한다. 자신의 확신과 앎에 이의를 제기하고 자기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자기로부터 달아나기는, ‘다른 많은 자기’와 만나려는 시도라고 본다. 

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이 책에 수록된 글들에는 항상 니체가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의 주제나 내용과 관련해 니체의 사유와 니체 철학의 여러 개념들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일목요연한 철학 해설서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들여 읽고 나면 니체 철학의 맥락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니체의 전복적의 사유와 아름다운 문장들 중 아주 일부분만을 소개한 것이다.

책 내용 중 주인도덕과 노예도덕 부분이 어렵다. 여기서 주인과 노예는 각각 어떤 특성의 인간인가?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니체를 해석하는 하나의 관점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하겠다. 주인도덕의 주인은 자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가치를 정립하고 입법하는 자, 기쁘게 책임지는 자다. 행복 상태에 안주하기보다 고통을 감담하려는 담력과 용기를 가진 자라고 할까. 외부의 규범과 규율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동성으로 살아가는 자다. 그러한 삶이 설사 현행 법 제도와 대척점에 있더라도 겁먹지 않는다. 그는 ‘악의 쟁기’로 평화로운 듯한 대지를 갈아엎는 자다. 그렇다고 저항정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저항정신이 필요하다면 그건 자기 자신에 대한 저항이 먼저다. ‘악의 쟁기’로 자신의 땅을 쟁기질 하는 자, 그는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이때 발전이라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 담론과는 다른 지점에서의 발전, 혹은 상승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지점에서 위버멘쉬(초인)가 등장한다. 니체의 다른 용어로는 ‘책임질 줄 아는 주권적 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노예도덕의 노예는 남 탓만 하는 사람들이다. 원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나 복수할 힘이 없는 약자이기에 그들은 약한 자를 선(善), 강한 자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강자에 대한 증오를 정당화 한다. 이들은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가려고 한다. 니체는 기독교의 선악 개념을 노예도덕의 전형으로 본다. 나약하고 속물적인 우리 현대인들도 이 부류 속하지 싶다.

현실에서 주인 도덕의 주인으로 살기가 가능한가?

가능할지 안 할지는 자신만이 알 것이고 자신의 선택이다. 확실한 것은 타인에게 겨누는 비난의 화살을 자기에게 겨누는 용기과 자기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우주고 내가 변하면 우주도 변한다. 변한다는 것은 고정되고 확고한 나의 안정성을 무너트리는 자발적이고 계속적인 이탈이다.

이 책에서 니체는 웃음을 긍정한다고 했지만 통상은 망치의 철학자라고 한다.

니체는 망치를 들고 철학을 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의 망치를 맞아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다음 순간 나는 바로 웃음이 났다. 나를 웃게 하는 니체의 망치, 망치는 망치로되 웃음으로 이뤄진 망치라고 해야 할까? 해학적인 망치, 웃기는 망치, 춤추는 망치, 나는 니체의 망치를 이렇게 변주해서 설명하고 싶다. 웃음을 매개로하는 망치, 명랑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망치.

조금 더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

비극의 탄생 등 초기의 몇 작품을 제외하면 니체의 문장은 대부분 비유와 상징의 잠언형식인데 고혹적일 만큼 아름다고 아프다. 그리고 웃긴다. 가령 <이 사람을 보라>에서는 “나는 왜 이리 영리한가”, “나는 왜 이리 현명한가”, “나는 왜 이리 좋은 글을 쓰는가” 등등의 말을 하는데 정말 웃긴다. 그런 웃기는 문장이 도처에 넘친다. 정말 웃겨서 웃게 되는 것이다. 니체는 또 초기작 <반시대적 고찰>에서부터 줄곧 당대 독일의 속물적인 교양인들을 비판하는데 종종 치기어린 청년의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져서 또 한참 웃었다. 그 정도 말은 나도 할 수있겠는 걸, 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도 있다. 여튼 니체의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자꾸 웃었다. 일종의 과대망상증 환자처럼 비춰지는 문장들도 있고 예리하고 날카로운 잠언들도 있는데 웃음 유발요인이 너무 많았다. 그의 글과 삶에는 웃음과 울음이 공속한다. 나는 어떤 것을 울음으로 감각하지만 니체에게는 웃음일뿐일지도 모른다. 논리와 체계로 무장해서 개념을 정초하고, 건조하게 논증을 이어가는 기존의 철학적 글쓰기 방식과 다른 지점에 니체의 글쓰기와 사유가 있다. 중요한 것은 웃음이다. 철학책을 읽으면서 웃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웃음이 망치이다. 웃음은 일순간 모든 권위와 분별과 이데올로기와 차별과 차이를 지워버리지 않는가? 니체의 말을 따르면 웃음은 웃음의 미래다. 나는 웃음이 망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도 웃기려고 썼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웃음을 유발하는 니체 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무의식적으로 내 안에서 웃음의 코드가 생성된 것 같다. 단 이 책에서 웃기는 부분을 찾아내려면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읽다가 웃음의 단서가 발견되면 크게 한바탕 웃으시라! 그러면 책이 더 잘 읽히고 삶이 조금 더 가벼워 질 것이다. 어느 순간 불현듯 찡한 여운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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