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외뉴스통신 2014. 6. 19. 09:31

해발 4,478미터의 마터호른(Matterhorn)의 자태가 유월의 태양 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납니다. 영화 속에서 또는 관광 사진에서 참 많이 보아온 형상이지만 실제 육안으로 올려다보았을 때 그 모습은 장엄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웠습니다. 


알프스 산맥에 4,000미터가 넘는 고봉은 40개가 넘습니다. 몽블랑을 비롯해 마터호른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여럿이지만 그 어느 것도 마터호른의 장엄미(莊嚴美)에 견줄 수가 없습니다. 


   

쩨르마트에서 바라본 마터호른 주변에 빙하를 거느리고 혼자 치솟은 마터호른의 피라미드형 돌출부가 1,040미터나 됩니다. 산악 기차를 이용해서 3,100미터의 전망대에 섰을 때 숨이 멎을 듯합니다. 구름을 스카프처럼 살짝 두른 마터호른의 위용에 압도되기도 하지만 산소결핍으로 고산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가슴을 전율하게 하는 신비로움 때문일까,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세계의 산악인들이 마터호른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몰려듭니다. 1865년 영국 등정대가 최초로 마터호른 정상을 정복하고 하산하다 4명이 죽은 이래 지금까지 500여 명이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매년 평균 12명이 이 산에서 죽습니다. 


쩨르마트(Zermatt)는 마터호른으로 가는 마지막 산골 마을입니다. 마을 중심가는 상점으로 꽉 들어찼지만 동네 외곽으로 나가면 알프스 풍의 농촌이 산중턱에 옹기종기 걸려 있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금방이라도 하얀 앞치마를 입고 염소에게 풀을 주러 나타날 것만 같은 분위기입니다. 


해발 1,608미터의 쩨르마트에서 산악열차를 타면 3,136미터의 전망대까지 갈 수 있고, 케이블카를 타면 3,883미터의 전망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스키, 트레킹, 등산, 패러글라이딩 등 각종 산악스포츠 애호가들이 이 마을을 찾습니다. 옛날에는 목축을 하고 치즈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농촌이었으나 지금은 약 6,000명의 주민이 거의 관광 서비스업에 의존해서 살아갑니다. 


해발 3,000미터의 빙원에서 보는 마터호른도 웅장하지만, 해발 1,608미터의 쩨르마트의 골짜기에서 올려다보는 마터호른 또한 아름답습니다. 높은 빙원에서는 주위가 온통 눈과 빙하이지만, 이 마을에는 여름 동안 녹음이 우거집니다. 계곡의 침엽수림 사이로 바라다보이는 마터호른에 관광객들은 혼을 빼앗깁니다. 


쩨르마트에는 내연기관을 단 차량이 들어올 수 없고 전기차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전철로 쩨르마트 역에 내린 후 이동하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합니다. 택시든 버스든 모두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들뿐입니다. 마을 경찰차도 전기자동차입니다. 


   

쩨르마트 역 앞에 늘어선 전기택시들 쩨르마트는 20여 년 전부터 전기차만 허용하는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공기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 마을로 흘러드는 강물을 막아 수력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를 이용하여 버스나 택시의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이 마을 사람들이 공기 오염에 민감한 이유는 좀 색다릅니다. 쩨르마트 사람들이 오염 없는 마을 공기를 유지하려는 목적은 주민들의 건강을 유별나게 챙기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선구자적 마을이 되려는 의도에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들이 전기차를 쓰며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바로 마터호른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을 공기가 오염되어서 마터호른이 조금이라도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염원을 배출하는 내연기관 차량을 축출한 것입니다.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게 공기 오염을 방지하려는 쩨르마트를 보며, 스위스 사람들의 관광 서비스 정신의 일단을 보게 됩니다.



김수종


1974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30여년 기자로 활동했다. 2005년 주필을 마지막으로 신문사 생활을 끝내고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다. 신문사 재직 중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환경책 '0.6도'와 '지구온난화의 부메랑(공저)'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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