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바로알기

刻舟求劍 2007. 8. 7. 18:10
 <뉴스포스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비자금 사건과 관련, 새로운 증언을 확보하고 이를 공개한다.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관련, 서울고법 형사10부는 900여억 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21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연기한 상태이며 오는 8월 27일 재판이 속개된다. 이는 정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동진 부회장의 공소 사실과 관련, 정대근 농협회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되면서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뉴스포스트>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정대근 회장에게 건네진 3억원이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의해 김동진 부회장이 전달했으며 돈의 성격도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새로운 증언을 들었다. 따라서 이 증언에 대해 검찰의 재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재판부의 정몽구회장에 대한 심리가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대근 법정 구속으로 법원 강경기류, 현대차그룹 비상 걸려  

원 전 회장 주장 사실일 경우, 정몽구 회장 구속 불가피  


지난 7월 20일. 서울고법 형사4부(윤재윤 부장판사)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농협은 공공기관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금관리를 엄격해야 하는 만큼 농협은 정부의 실질적 지배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부관리 기업체로 봐야한다”고 전제한 뒤, “정대근 회장이 농협에 구체적인 피해를 입힌 것은 없지만 뇌물죄는 돈을 받는 것 자체로 성립한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대근 회장은 지난 2005년 12월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의 부지 2백85평을 66억2천만 원에 파는 대가로 현대차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대근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이후 법원이나 검찰수사가 강경기류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홍 부장판사)는  “정몽구 회장 공소사실의 유, 무죄 판단과 김동진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를 위해 재판을 오는 27일 재개한다”고 밝혔다.

실제 김 부회장에게 돈을 받은 정대근 회장이 2심에서 1심과 달리 유죄를 선고받자 1심에서 정대근 회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 부회장에 대한 법리 검토가 불가피해졌고, 정몽구 회장도 기록상 검토할 부분이 나와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는 것.

검찰 또한 정몽구 회장-정대근 회장-김동진 부회장의 관계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법조계의 분위기에 대해 서초동 법원 주변에선 “재판부의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라며 “결국 정몽구 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류가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2001년 이후 비자금 693억원 등 9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자동차부품회사 (주)본텍을 그룹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글로비스에 실제 가치보다 훨씬 미달하는 가격에 신주를 배정, 이익을 준 동시에 기아차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법의 횡령 및 배임)으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 구속을 면한 상태다.

김동진 부회장도 정 회장과 함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1심에서 선고받았다. 김 부회장은 정대근 회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7월 20일. 정대근 회장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원철희 전 농협회장을 일본 동경에서 2시간쯤 떨어진 지바의 한 리조트에서 만났다. 원 전 회장은 정대근 회장의 전임 농협회장으로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일본 게이오대학 교환교수로 있다.

그를 통해 정대근 회장의 3억원 수수를 둘러싼 자세한 경위를 들을 수 있었다.

원 전 회장은 정대근 회장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3억 원은 대가성이 없는 돈이다.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김 부회장을 통해 전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 전 회장은 “정대근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희생당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대근 회장은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낸 관계이다. 정대근 회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종친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종친회장 제의를 받은 정몽구 회장은 삼촌 항렬이 많이 있어 회장직을 맡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대신 종친회에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문제가 된 그 비자금은 종친회 지원 성격이 크다”라고 말했다.

원 전 회장은 또한 “정대근 회장은 김동진 부회장에게서 돈이 든 가방을 받은 뒤 곧바로 돌려준 것으로 안다. 현대차 협력업체인 D사 김모 회장에게 가방을 맡겨 돌려주라고 했다. 그런데 김모 회장이 본사의 눈치도 있고 해서 입장이 난처해 그대로 갖고 있다가 뒤늦게 돌려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대근 회장에게 전달된 3억원은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전달된 것이고, 돈의 성격은 정씨 종친회와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 전 회장은 또 정몽구 회장이 정대근 회장의 종친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3억 원을 전달한 뒤 문제가 되자 사실을 숨긴 채 김동진 부회장에게 떠넘긴 이유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8월 3일. <뉴스포스트>는 원 전 회장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정대근 회장의 변호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 변호인 측은 원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대체적으로 시인하며 “정몽구 회장과 정대근 회장은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정대근 회장이 정몽구회장에게 정씨 종친회 회장을 맡아 달라고 하니까 삼촌 항렬들이 살아계시니 회장을 맡을 수 없다. 회장은 못 맡지만 대신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돈에는 (정대근 회장이 받은 3억원) 여러 가지 성격이 혼합되어 있다. 정씨 종친회 활동을 위해 준 측면도 있고... 다음에 현대 때문에 정대근 회장이 국회에서 호되게 당한데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이런 여러 성격이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 이 때문에 김 부회장은 정 회장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다며 가방을 줬다”라고 말했다.

원 전 회장과 정대근 변호인의 주장대로라면, 정대근 회장에게 돈을 준 사람은 김동진 부회장이 아닌 정몽구 회장일 개연성이 높다. 즉 김동진 부회장은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대근 3억 수수, 정몽구회장은 몰랐나?

<뉴스포스트>는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김동진 부회장이 정대근 회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법원의 공판 기록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 10일 서울중앙지법(김동오 부장판사)은 회사 비자금 조성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회장, 김동진 부회장, 이정대 재경사업본부장,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다음은 정대근 회장에게 돈을 전달한 김동진 부회장의 공판 내용이다.


검사  : 김동진 피고인은 1978년 현대그룹에 입사하여 2003년부터 현대차 대표이사 및 부회장으로 근무하여 현대차 그룹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습니까?.

김동진: 예

검사  : 피고인은 2001년 97억, 2002년 168억, 2003년 76억, 2004년 88억, 2005년 29억을 현대차 당좌계좌에서 인출하여 460여억 원을 가공 회계 처리하여 사용한 적 있습니까?.

김동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용처는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할 수 없는 임원 격려금, 해외 활동비, 공보비 등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중략)

검사  : 피고인은 정몽구 회장의 포괄적 승인을 받아 자금소요가 많을 것 같으니까. 타계열사도 비자금을 조성하라고 하여 타계열사에 자금을 요청하였죠.

김동진: 예.

(중략)

검사  : 뇌물공여에 대해 질의를 하겠습니다. 피고는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에게 3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있습니까?.

김동진 : 예.

검사  :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285평을 66억원에 현대자동차가 매수하면서 빌딩의 용적율이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도움의 사례로 지급한 것이지요.

김동진: 2000년 말에 농협 사옥을 매각하면서 정대근 회장이 국회에 2번 출석하였고, 노동조합으로부터 고충을 당하여 사과의 뜻으로 감사를 표한 것입니다.

  

이 공판에서 정몽구 회장이 직접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용했다는 사실은 내용은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정 회장의 포괄적 승인에 따라 비자금이 조성되어 사용됐다는 사실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포괄적 승인이라고 해도 3억원에 달하는 큰 액수의 돈을 총수의 지시 없이 김동진 부회장의 독단적 판단으로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원철희 전 농협 회장의 주장대로 정대근 회장에게 전달된 3억원이 정몽구 회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김동진 부회장을 통해 전달되었다면 정 회장의 구속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정대근 회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가 선고된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되며 법정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정대근 회장의 법정 구속을 계기로 강경기류로 선회한 법원이 <뉴스포스트>의 새 증언 보도를 계기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대근 회장에게 건네진 3억원의 성격이 정씨 종친회 후원 성격이라는 원철희 전 회장의 증언이 사실일 경우, 정대근 회장은 현대차에 희생된,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반면 정몽구 회장의 경우, 종친회 운영에 쓰라고 준 것이라고 해도 그 돈이 개인 돈이 아닌 회사 돈인 이상, 형사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