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머무는 곳

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성 삼위일체 성당에서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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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스테판츠민다

2020. 2. 5.

 

멋진 길이 보입니다.

佳人은 이런 길만 보면 그냥 걷고 싶어집니다.

이런 길을 걷다 보면 언제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잠시나마 탐욕은 버리고 걷게 되기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길은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수도원에서 우리가 걸어 올라왔던 서쪽을 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산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더는 득도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곳 수도원을 오르내리는 길은 위의 사진처럼 새로 포장해 아주 잘 만든 길이었습니다.

 

그래도 내려가기 전에 다시 한번 뒤돌아 아쉬워하며 바라봅니다.

역시 마음의 울림이 전해올 듯한 풍경이 아닌가요?

높은 곳이라서 힘들게 올라왔으니 심장 박동이 빨라졌기에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요?

 

수도원 뒤로는 설산이 버티고 있어 병풍을 친 듯한 느낌도 받고요.

마치 천군만마를 거느린듯한 위엄마저 엿보입니다.

능선 위에 절묘한 장소에 수도원을 세워 그것 때문에 많은 여행자가 앞다투어 찾아오는 곳이 되었습니다.

 

수도원이 있는 곳에서 뒤로 보이는 카즈벡산으로 조금 올라가면 빙하와 호수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덴카라 빙하(Denkara Glacier)외에도 여러 곳에 있다고 하여 그곳까지 올라가려고 입구로 들어서는데

빙하 구경을 하고 내려오는 사람의 복장을 보니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신발에다 복장이더라고요.

 

우리는 그냥 트레킹 복장으로 뒷산 올라가는 기분으로 접근했다가 산을 모독하는 듯하여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돌아서 내려왔습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의욕만으로 세상에 도전한다는 일은 무모한 일이잖아요.

 

마을에서 수도원 사이를 오가는 도로는 최근에 새롭게 포장한 듯 아주 잘 닦아놓은 도로였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비포장이라 일반 승용차는 오르내릴 수 없고 사륜구동차만 다닌다고 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일반 승용차도 충분히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만들었더라고요.

도로뿐 아니라 주차장 시설도 말끔하게 만들어 놓아 예전에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만든 지 얼마 되지는 않았는데 이번 겨울을 지나고 나니 위의 사진처럼

이렇게 도로가 무너지기 직전입니다.

임시로 무너져내리는 곳에 표시는 해 두었지만...

조금 더 기온이 올라가 해빙이 되며 언제 더 큰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네요.

 

올라올 때 보았던 이 길은 지난겨울 내렸던 눈의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 키의 두 배가 넘게 쌓였다는 말이 아닌가요?

이런 눈이 내리니 도로도 배겨내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아까 올라오며 보았던 모습입니다.

사내가 개 한 마리를 끌고 우리처럼 수도원을 향해 길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조지아는 어디를 가나 그냥 돌아다니는 개가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개는 올라가고 싶지 않은지 중간에 버티기도 했지만, 사내는 큰 소리로 개를 다그쳐 끌고 오르더라고요.

개는 목이 말랐는지 아니면 올라가기 싫어 작전을 쓰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의 눈을 먹기도 하고...

 

올라가고 싶지 않은지 계속 버텼지만, 주인이 "너 올라가지 않으면 언제 성불하겠느냐!"는 듯 소리치니

결국, 질질 끌려 억지로 올라가더라고요.

 

혹시, 저 개는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에 올라 기도하고 성불하여 인간이 되고

내려올 때는 반대로 역할이 바뀌어 설마 주인을 목줄을 한 채 끌고 내려오지는 않겠지요?

 

원래 조지아 어디를 가나 유기견 같은 주인 없는 듯한 개가 무척 많이 돌아다닙니다.

그리 무섭거나 공격적이지 않아 다행이지만요.

우리가 올라 올 때 마을을 지날 때 송아지만 한 개 두 마리가 우리를 따라 함께 올라오다가

중간쯤에서 다시 내려가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덩치가 큰 개가 따라다니니 신경이 곤두서기는 하더군요.

조지아의 노는 개는 덩치도 큽니다.

특히 개나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집사람은 이렇게 길에서 짐승을 만나면 멀리 돌아서 피해가지요.

 

이제 하산하여 숙소로 돌아갑니다.

오늘의 트레킹은 무척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평생을 두고 쉽게 잊히지 않을 그런 곳이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이런 좋은 느낌이 드는 곳도 제법 많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수도원은 그 위치만으로도 느낌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주변에 주민이 사는 마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높은 곳에다 지어 수도만을 위한 시설로 보였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성당과는 전혀 다른 방법의 수도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