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머무는 곳

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게하르트 수도원(Geghard Mona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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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가르니

2020. 9. 14.

지금 보고 계시는 사진은 게하르트 수도원(Geghard Monastery)입니다.

그런데 수도원 뒤로 보이는 산의 모습이 더 신비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수도원을 보러 왔는데 그 뒤로 보이는 산이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 그렇겠지요?

이 수도원은 우리가 보았던 에치미아진 대성당 박물관에 보관된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창을 처음 보관했던 곳이라 합니다.

그렇기에 수도원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장식이 롱기누스의 창입니다.

무슬림의 수많은 침공으로 이곳이 더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해 처음 창을 이곳에 보관했지만, 왜 다른 곳으로...

 

지금은 이곳에는 없고 에치미아진 대성당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지요.

예레반에 도착한 이튿날 에치미아진 박물관에 들렀을 때 그곳 박물관에서 보았던 롱기누스의 창이었습니다.

가르니에서 2박을 마치고 오늘은 예레반으로 돌아갑니다.

 

어제 예레반 숙소에서 연락이 오기를 오늘 우리를 픽업할 차가 숙소 앞에 예정보다 이른 8시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오늘 일정에 그냥 예레반으로만 가지 않고 게그하르트가 아닌

게하르트 수도원(Geghard Monastery)을 들렀다가 갈 예정이라 그런가 봅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h 앞에 오는 g는 묵음이라고 하니 게하르트로 읽어야 하나 봅니다.)

 

2019년 6월 2일 일요일의 이야기입니다.

출발 예정 시각 10시보다 2시간이나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아침 식사는 7시에 부탁했네요.

이제 오늘 일정이 끝나면 이번 우리들의 코카서스 3국 여행도 거의 끝이 납니다.

 

게르하르트 수도원은 가르니에서 예레반 가는 방향에서 반대 방향으로 좀 더 들어간 아자트(Azat) 계곡 안에 있으며

가르니에서 약 11km 떨어진 곳으로 대중교통이 연결되지 않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불편하지만, 가르니에서 택시를 이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바로 수도원 앞을 흐르는 아자트 강은 서쪽으로 흘러 우리가 머물며 구경했던 가르니 신전 아래에 있는

가르니 협곡을 만들고 주상절리가 있는 협곡으로 흘러 내려갑니다.

따라서 강을 중심으로 양쪽이 깎아지른 듯한 모습이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 한쪽에 아르메니아 전통의 돌로 만든 십자가인

하치카르(Khachkars)가 보입니다.

하치카르가 처음 아르메니아에 등장한 시기가 9세기경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어려웠던 나라가 평안해지기를 바라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돌에다 정을 쪼아가며

기도하며 만들었을 겁니다.

 

마치 우리나라가 몽골의 침입에 대항해 부처의 힘으로 외세를 물리칠 수 있도록 만든 팔만대장경처럼 말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에 879년에 만든 하치카르가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하고

현재 전국에 약 4만여 개의 하치카르가 있고 지금도 계속 만들고 있다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동굴은 아마도 이곳 수도원에서 제일 먼저 만든 동굴 수도원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반듯한 수도원이 없었기에 저런 동굴을 파고 들어가 저 안에서 수도를 하며 예배도 하지 않았을까요?

처음 만든 시기는 모른다고 하니 그때는 기독교가 아직 이곳까지 전파되기 전이라

민간 신앙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아르메니아에 기독교를 국교로 삼게 했던 성 그레고리  초대 가톨릭코스(Catholicos)가 4세기경

이곳 동굴 수도원을 만들었다고 하며 그 후 아르메니아 말을 만든 후임 대주교인 성 사학 파르테브(Sahak Patev)가

계승 발전시켰다네요.

 

정문 위의 하치카르입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하치카르는 사랑이기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정문 위만 있는 게 아니라 옆의 바위에도 있고 담장에도 있습니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눈에 띄는 게 두 개가 보입니다.

하나는 바로 양봉 통입니다.

꿀맛 같은 수도생활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수도사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꿀을 채취해 팔기 위함이겠지요.

 

또 다른 하나는 마당에 큰 바위가 안방처럼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 바위는 18세기 이곳을 휩쓴 지진 때 산에서 굴러온 바위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굴러온 돌이 박힌 돌처럼 주인행세를 하며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성당 입구입니다.

파사드에 눈길을 끄는 조각이 보입니다.

제일 위와 유리창 오른쪽에 보이는 둥근 모양의 장식은 영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미 우리는 저번 노라방크 수도원에서 보았던 장식이지요.

 

 

그리고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사자가 황소를 공격하는 부조가 보입니다.

마치 사자가 황소 등을 긁어주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이솝 우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지요.

이는 용맹함의 의미하는 사자를 자칼리안(Zakarian)가문의 프로시안 왕자에 비유한 것으로 수도원 재건에

주도적인 재정 지원을 했던 일에 대한 감사장 정도라고 봐도 되겠지요?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양쪽으로 공작새가 두 마리 보입니다.

이는 공작새가 왕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수도원 재건에 주도적으로 재정 지원을 했던 왕실에 대한 예우로

섭섭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나 봅니다.

그 아래 조각은 포도나무로 조지아가 와인의 원조라고 하니까 노아가 방주에서 내려 와인에 취했다는 성경 말씀도

있기에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곳이 아라라트산이니까 원조 논쟁은 더는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겠어요?

포도 사이에 석류도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가비트(Gavit)라고 하는 방이 먼저 나옵니다.

마치 화재라도 당한 듯 내부는 까맣게 그을렸습니다.

저 안쪽에 문이 하나 더 있는데 저곳은 본당 예배당이지요.

오늘이 일요일이라 일요 미사가 열리는 중이라...

 

가운데 천장은 채광과 환기를 위해 만든 구멍은 예르디크(Yerdik)라고 부른다는데 실내의 연기가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도록 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환기창이라고 합니다.

물론, 실내를 밝게 하는 효과는 덤이고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조지아나 아르메니아 수도원은 서유럽의 성당과는 달리 내부 장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성화 몇 점 그려 세워둔 것 외에는 눈길을 끌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바위를 뚫어 만든 작은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것이 가장 큰 조명 시설이라고 봐야겠네요.

양초를 밝힘으로 믿음을 알리기에 양초의 그을음이 성당 안을 더욱 어둡게 만듭니다.

밝히고자 했던 일이 더 어둡게 만드는 사실을 몰랐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