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한의 엣세이들

짝퉁 배철수 2008. 11. 25. 16:38
 
 

키낮은 음성으로

 

한 친구가 결 고른 노래를 불러주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달과 흰구름이 두웅실 떠 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 다니겠지 

 

.....

 

 

 

이렇게나 아름다운 노랫말이 있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대명동 안지랭이 라는 동네.

 

아지랭이가 많이 피워오르는 곳이라 하여

 

그 이름, 안지랭이 골.

 

가을날 스산한 바람 등지고 집으로 가는길에

 

키큰 미류나무들이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고 미류나무 낙엽들 마구 흐드러지게 낙하하던

 

그길.

 

 

 

 

 

그 길 아래쪽에 있었던 연못 비슷한 웅덩이에 나뭇잎배들 처럼

 

둥둥 떠 다니는 미류나무 낙엽들.

 

가을 바람 창문 흔드는 밤이 되면

 

웅덩이에 떠 다닐 나뭇잎들이 걱정되었다.

 

그 어둠속에서 이렇게나 몰아치는 바람속에서

 

우리 모두는 어둠속으로 홀로 떠 다니는

 

외로운 것들이라는 막연한 공포감.

 

나는 이렇게 따뜻한 방에 누워있는데

 

그 나뭇잎들은 어둠의 물위로 떠다니고 있겠지 싶은 공포감

 

그럴 때 조용히 불러보았던 그 노래

 

엎드려 웅얼 웅얼 거렸던 그 노래

 

낮에 놀다 두고온 나뭇잎배는

 

엄마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이렇게나 아름다운 노래가

 

그렇게나 외롭고 공포스럽게 다가 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