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농

둥구미 2018. 6. 11. 21:33



[6월 4일 달날]


'움터밭' 주변에 갈대가 제법 있다.

처음에는 밭에다 씨퍼트린다 불평했는데

고라니도 막아주고 좋은 풀거름도 되서 고마울 때가 많다.

 그래도 꽃씨가 퍼지면 감당이 안될 수 있어

씨 맺기 전 베어, 좋게 쓴다.



자주 내리던 큰 비 뒤로

겉 흙은 다 떠내려가고

그 위로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니

땅은 새하얗게 창백하고 돌처럼 딱딱한 상태.


마치 과하게 씻은 살갗이

햇볕을 받은 듯,

거칠대로 거칠다.


더 비소식 없을 듯 해

이슬 머금은 갈대를 작두질 해

이랑에 올린다.




이게 요사이 밭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이다.

싹 살피고, 풀 덮개로 덮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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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불날]


산도볍씨 싹은 잘 텄지만

며칠째 같은 모양새.


여기에도

갈대잎 작두질 해 올려준다.


살펴보니,

심자마자 풀덮개 해 준 곳 싹이 잘 나왔고,

큰 비로 흙이 덮은 부분은 싹이 갇혀

보이지 않는다.




[6월 6일 물날]


동생들과 양파장아찌와

양파효소를 담갔다.




요새 양파 파동이라해서

농부들이 양파를 갈아엎는다는 소식듣고

일부러 양파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실한 양파가 왔다.

크기는 좀 작아도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양파였다.




동생도 나도

양파를 밭에 들이기 시작하면서

마법처럼 양파를 좋아하게 되었다. 



지난 가을에 씨받고 난 뒤

흙 속에 있던 양파 모구를 보니

여러쪽으로 갈라진 게 꼭 쪽파 같았다.

쪽파의 원리대로라면

하나씩 갈라 심으면 되겠다 싶어 심어보았는데

튼실하게 겨울도 나고, 꽃대도 올렸다.





얇은 막을 뚫고 나오는

이 신비로운 양파꽃을 보러

자주 이 자리에 선다.



양파 줄기를 보면

우리 선조들의 '배흘림 기둥' 공법이

여기서 나왔나 싶게

아래쪽 가운데가 불룩 튀어나와있다.


그래서 튼실한건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너무 여린 줄기가

과연 버틸수 있을까 싶었는데

배흘림 공법(?)으로 무척이나 튼실하게

꽃받침을 지지해주고 있다.




옆 이랑 사는 이웃,

당근도 이쁜 꽃을 피웠다.


봄 씨당근은 처음 심어보는데

이 또한 묘한 기쁨.


꼭 씨앗 받으려는 게 아니어도

가물고 건조한 봄 날

피어나는 씨 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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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나무날]


붉은팥과 벙어리참깨 더 심었다.


날이 가물었는데

2주 전 (5월 24일)에 심은

벙어리 참깨 싹이 곱게도 나왔다.

이 역시도 풀 덮개 해 준 곳 싹이 잘 텄다.



인제할머니 감자도

잎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지만

꽃은 하루가 다르게 핀다.




한 주 전에 심어(5월31일)

거칠은 땅에서도 싹을 튀운

들깨를 보면서도

배운다.



작물은

이슬 한 방울도

허투로 쓰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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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나무날]



씨앗 나눔 단체 회원에게 나눔받은

토박이 단호박 '백피 단호박'이다.


위 사진은 모종으로 심었다가 옮겨 준 것이고

아래는 광주순례가기 전에

무심코 씨앗 넣고 간 게 자라는 모습이다. 



어느 것 할 것 없이

다 이쁘다.

허지만,

그보다 훨씬 일찍 심고 간 '횡성호박'은

조금 힘든 때를 보내고 있다.

구석에 심고 돌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서둘러

오줌물 묽게 타서 풀 덮개 해주고

날마다 눈도장 찍으며

마음 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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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쇠날]


새벽부터

홍천 남면에 있는 지구학교에 가서

우리가 씨앗 떨어뜨렸던 붉은매 모를

내고 왔다.


무척 고되기는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 다녀온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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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해날]


축하할 일 있어

새벽부터 밭에 나가

들꽃을 꺾어 화관을 만들었다.




축하받을 이의

어린 딸도 생각해

작은 것도 하나 만든다.



이 것이 하늘땅살이하며 누리는 호사.


그런데 둘러보니

하늘은 나보다 훨씬 멋진 화관을

이미 만들어 두었다.




노란 돌나물 꽃화관.

통 크게 밭 이랑을 둘렀다.


이번 해에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난

아름다운 밭을 마음에 그렸다.


그런 소망에

군데군데 여러 꽃씨 떨어뜨렸지만

정작 걔네들은 잘 안나왔고

의도하지 않은 꽃들이 피어났다.


들꽃이든 씨앗꽃이든

이 맘때 보는 꽃은,

겨울에 밀싹보듯

힘이 되고 기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