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신정숙 화가의 생태 식물전에서

댓글 34

제주의 자연

2020. 6. 1.

내가 허신정숙 화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하였던 타케신부 전시회에서였다.

 

이 전시회에 제주도 작가 중에서 유일하게 초대받은 허신정숙 화가는,

100년 전에 이 땅 제주에서 생태 영성의 삶을 살았던 타케신부 전시회의 취지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작품,

초록으로 넘실거리는 식물들을 가득 담은 멋진 대작을 보여 주었다.

 

그때의 강열 하게 다가왔던 작가와 식물들에 대한 감성은

타케신부 전시회에 와도 약간 연관이 있었던 나의 기억 속에, 잔잔한 초록으로 오래도록 자리 잡았던 것 같다.

 

COVID-19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혹독한 시련으로 두 계절이 지나가는 5월의 마지막 날에 찾아간 허신정숙 화가의 “Thank-You” 작품전은,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 자리 잡은 호젓하고 아름다운 '조이빌 리조트'의 자그마한 카페였다.

 

빨갛고 노란 꽃들과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수국,

그리고 여름을 앞두고 싱싱하게 뻗어난 억새잎을 지나 걸어 들어간 전시실에는 역시 기대한 대로 초록색 푸르름이 가득 차 있었다.

 

무질서한 듯하면서도 이 세상의 창조 신비를 이야기 해주는 것처럼 잔잔하게 이어지는 식물들,

고사리, 갯취, 금잔화, 새우란 그리고 이름모를 식물들이 주인이된 작품은 우리를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물게 하였다.

 

전시실은 마치 초여름을 앞둔 비밀의 정원을 걷는 느낌이었다.

 

전시실은 리조트의 식당으로 함께 사용된다고 하지만, 카페라는 장소적 한계성을 잊어버리게 만들어 주었다.

소위 개떼형식이라는 작품 전시와 부족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주변 자연환경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초록 식물들로 인해 오히려 풍요로움을 담아 주고 있었다.

 

사실 그림에 대하여 문외한인 내가 작가의 작품에 평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풀잎 향기가 가득한 전시실에서,

어릴 적에 주변에서 흔하게 만지며 놀았을 식물들을 이렇게 작품으로 만나면서 드러나는 느낌만은 솔직하게 말해도 좋을듯하다.

 

우리 주변에 함께 있는 제주 식물들에 대한 작가의 감성을 작품으로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나는 이 미술전의 명칭을 제주의 생태 식물전시회로 바꾸어 포스팅 한 이유이기도 하다.

 

식물은 우리 공동의 집, 지구의 기후위기와 생태 환경 보전에 노력해야할 이 시대에 가장 알맞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풀잎 떼기 작가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며 웃는 허신정숙 작가의 식물에 대한 사랑과 생태적 감성은,

이제 어디까지 더 이어지며 얼마나 더 멋진 작품으로 담아낼지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