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검은여 바다의 용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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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2020. 6. 19.

최근 나는 아침에 서귀포 검은여바닷가를 걷는다.

검은여 바다는 서귀포 칼호텔에서 보목 하수종말처리장까지 이어지는 올레길 6코스의 중간지점이기도 하다.

검은여는 바다에 있는 검은색 큰 바위를 부르는 제주말이다.

제주의 바위들은 대부분 울퉁불퉁하고 까만색을 띠는데, 썰물 때 보였다가 밀물에는 바닷속에 잠기는 크고 넓은 바위를 라고 부른다.

제주의 어촌에는 검은여라고 부르는 바다의 암석들이 여러 마을에서 불리어 진다.

이러한 바닷속 검은여는 바다 수영을 하는 어린이들이 잠시 쉴 수 있는 바위이며, 소라를 따는 바다농장이나 동네 총각들이 낚시터가 되었고,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귀포 검은여 바닷가는 바위틈에서 사시사철 차가운 용천수가 솟아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산물' 또는 '먹는 물' 등으로 불리는 이 용천수는 계절이나 가뭄을 타지 않고 언제나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였기에 오래전부터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되었으며,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물맞이 장소로 많이 알려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귀포 검은여 바닷가에는 천막을 치고 야유회를 즐기는 단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더운 햇볕을 가리는 천막 속에는 커다란 가마솥에 토종닭을 삶고, 용천수에는 수박과 자두 같은 과일과 음료수를 담가두는 풍경이 바닷가 야유회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바닷가 야유회 풍습들이 차츰 사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바닷가 용천수 수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또한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예전에 우리가 식수로 사용했던 바닷가 용천수가 이제는 마실 수가 없으므로 바닷가 야유회에도 삼다수를 가지고 가야 했다. 또한, 바닷가 마을마다 여기저기 풍부하게 솟아났던 용천수가 대부분 메말라버렸다.

 

어느새 제주의 지하수가 오염되고 말라가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골프장이나 리조트와 같은 무분별한 관광 개발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지하수 문제에 있어서 우리 제주도민들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중산간 지역의 축산과 양돈농가는 물론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무분별하게 파헤친 지하수공과 과수원 농약도 지하수의 수량 부족과 오염 원인으로 거론되고있다.

 

언제부터인가 나 역시 식수로 용천수나 수돗물이 아니라 삼다수를 마시고 있다.

서귀포 수돗물은 청정을 자랑하는 강정천 수원지와 지하 암반수를 수도로 보급하고 있는 최고급 1급수임에도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귀포 검은여 바닷가의 풍부하고 깨끗했던 용천수를 되돌아보며,

과연 우리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뽑아내 삼다수로 팔아먹어야 옳은가를 생각해 본다.

 

제주도에서 삼다수를 팔아 얼마만큼 도민들에게 이익을 주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후손들은 오염되고 말라버린 제주의 지하수를 한탄하면서 먹는샘물을 더 비싸게 수입해 와야 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