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화해길 개장(제주천주교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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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2016. 10. 27.

제주 천주교순례길인 "신축화해길"이 개장되었다.


일명 "황사평길"이라고 부르는 신축화해길은 

황사평성지 - 화북성당 - 별도봉 - 관덕정 - 중앙성당으로 이어지는 총 10.8km의 길이다. 



천주교 제주교구에는 총 여섯개의 순례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올 해 개장된 신축화해길은 2012년부터 시작하여 다섯 번째 개장되는 순례길이다.


이 신축화해길은

1901년 제주에서 발생했던 신축교안 당시 희생자 묘역 황사평성지에서 시작되어,

무연고 희생자들이 버려졌던 별도봉을 거쳐, 당시 학살장소였던 관덕정을 지나게 된다. 


<개장식은 아쉽게도 비 날씨로 취소되었다.>


이 순례길은 신축교안 당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하여 '황사평길'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제주교구 순례길위원회(위원장 현문권 신부)에서는

신축교안 당시 희생자 뿐만이 아니라 교폐를 입었던 도민들과 상생을 추구하면서

사랑과 평화에 방점을 두는 "신축화해길"로 명명하게 되었다.


<신축교안 당시 파괴된 관덕정>


1901년에 발생하였던 신축교안은 이른바 '이재수의 난'이라고 알려진 '민란'으로

교회와 봉건관료, 지방토호 사이에 선교와 세금문제와 같은 갈등으로 충돌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명이 인명이 살상되었던 불행한 사건이었다.


신축교안 당시 평리원 검사의 공식기록 희생자는 천주교인 309명 일반인 8명으로 되어있으나

 교회 측에서는 600여명이 희생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1901. 5. 28일 민군들이 제주읍성을 점령하면서

천주교인들이 색출해 관덕정 앞에서 무참하게 살해하였는데,

희생자 중에서 연고가 없는 교인들이 사체는 별도봉과 화북천 사이에 실어다가 버려졌다. 


이 후 교안의 수습과정에서 조정에서 황사평 부지(18,000여평)를 양도를 받았으며

별도봉에 있던 무연고 희생자 분묘 28구를 황사평으로 이장한 후 합장하여 천주교 성지를 조성하게된다.  


<신축교안 당시 관덕정 앞에서 몽둥이로 살해당한 신자들>


이렇게 신축화해길은

제주도 전례 초기에 있었던 불행한 사안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며 걷는 길이다.

    


이 '신축화해길'은 제주 도심지의 화북공업단지를 거쳐야한다.


그래서 다른 순례길이나 올레길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아닌 도시의 이면을 보게 되는데,

공사판과 공장의 소음과 쓰레기가 널려있는 길을 힘들게 걸으면서

오히려 신축교안 당시 희생자들을 묵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길에서 우리는 자연 생태의 중요성은 물론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제주개발의 문제점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주시의 도심지 공업단지가 지나면 고고하게 서있는 화북성당을 만날 수 있다.

도심 속에 있는 성당이지만 여기에서 간단한 휴식을 가지면서 기도하게된다.



한 시간 이상을 걷다보면 멀리 도심을 넘어 별도봉과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신축화해길은 바다 해안도로와 오름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로 변신하게 된다.



먼저 만나게 되는 화북포구는 제주 천주교에 있어서 중요한 장소이다.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천주교인으로 제주에 유배되었던 정난주 마리아가 화북포구를 통하여 들어왔다.

다시 말해서 천주교인이 제주도에 첫 발을 놓았던 역사적인 곳이 바로 이 화북포구인 것이다.   



 별도봉을 앞두고 

제주의 불행한 4.3사건 역사의 현장이었던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만난다.



제주의 어느 지역이나 그렇듯이

1948년에 발생한 4.3사건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아픈역사이다.


당시 제주도민의 10% 상당인 3만여명이 희생되었으며

그 희생자 대부분은 군경 토벌대에 의하여 살해된 주민들이었다. 



이제는 돌담만이 남아 그 당시 마을터를 보여주는 곤을동,

군경토벌대에 의하여 마을이 전소되어던 잃어버린 마을이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불행한 역사를 뒤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이제 별도봉을 오른다.

이길 건너편에 신축교안 당시 희생자 시신들이 버려졌던 화북천 기슭이 있다.



80년대 이전만하여도 자살터로 더 많이 알려졌던 별도봉인데

이제는 푸른 바닷물보다도 제주항 카훼리여객선이 눈에 더 들어온다. 



별도봉에서 사라봉까지 이어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 길은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장소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있다.

 


이제부터는 사라봉을 지나면서 도심지로 이어진다.

동문통의 옛 골목을 지나면 제주의 명동이라고 말하는 칠성통에서 관덕정까지 걸어간다.



관덕정은 제주목 관아지이다.

그러나 1901년 신축교안 당시 이 자리에서 수백명의 천주교인들이 학살당했던 역사를 안고있다.


신축화해길의 마지막 여정은 관덕정을 지나가면서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시간이다. 



신축화해길은 제주교구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끝난다.


1899년 5월에 설립된 중앙성당은

제주도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천주교 신앙의 못자리이다.



순례자들은 중앙성당에서 신축교안을 묵상하고 기도를 바치면서

약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신축화해길 순례를 마무리한다.


2003. 11. 7일 천주교 제주교구를 대표한 총대리 허승조 신부와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 대표 김영훈은 "화해 선언문"에 서명하였다.


그래서 오늘 걸었던 순례길을 '신축화해길"로 명명하게 되었으며

    우리는 이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문"을 오래 기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