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잔치국수'와 '국수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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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2020. 2. 7.

제주에서는 마을이나 교회 등에서 종종 '국수잔치'를 벌인다.


특별한 날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국수가 선택된 것은

삶은 면에 간단한 양념과 뜨거운 국물을 붓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음식 중에는 '잔치국수'가 있지만,

사실 제주에서 혼례를 뜻하는 잔치집에서는 국수를 먹지 않았다.


오히려 상가집에서 조문객들을 접대하기 위해 국수를 먹었는데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편의성이 '국수잔치' 형태로 변형된것 같다.  

 


제주의 토속 음식 '잔치국수'는 나름 알려져 있다.


본래 잔치국수는 돼기고기를 삶은 국물에 쫄깃한 면과 돼지고기, 양념을 넣은 국수를 말한다.

약간은 느끼하지만 면과 돼지고기 그리고 파와 고추가루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제주에는 쌀이 귀하여 제사상에서나 흰쌀밥을 볼 수 있었다.


혼례를 치르는 잔치집에서는 약간의 쌀과 많은 보리와 팥이 혼합된 잡곡밥으로 손님을 접대했는데

신랑과 신부의 밥그릇에서만 흰쌀밥을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쌀이 얼마나 귀했는지 알 수있다.    

 


제주에서는 혼례나 초상을 치르는 집을 '큰일집'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큰일집에서 방문객들을 위한 접대 음식으로 밥이나 국수를 내어 놓았는데

반찬으로 반드시 있어야하는 것은 삶은 돼지고기였다. 



그래서 큰일집에 돼지를 몇 마리 잡았는가는 그 집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을 정도

보통은 잔치집에서 2~3마리를 잡았던것 같다.


돼지를 많이 잡는것 같지만 아니다.

평균적으로 혼례의 기간은 3일이고 장례 기간은 5일이었는데

이 기간동안 친족과 동네 사람들이 함께 먹고 마셨으니 모든 것이 당연히 부족하였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담당하는 사람을 '도감'으로 불렸고 별도로 초빙하였다.


도감은 돼지고기에 대하여 전권을 가지고 있으며

큰일을 치르는 기간 중에 돼지고기가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렇게 귀한 고기였기에 접대음식에는 돼지고기를 얕게 썰어서 3점만 나온다.

그래서 밥이나 국수는 더 주어도 돼지고기는 '도감'의 허락없이 추가하거나 더 주지 못한다.


그래서 잔치집에 가는 것을 '고기 석점 먹으러 간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제주의 잔치국수는 돼지고기가 귀한 이러한 큰일집 풍습에서 만들어진 음식이기에

국수에 돼기고기를 넣고 먹게 되었으며 오늘날 국수잔치로 이어졌다.

 


보통 성당에서는 부활과 성탄절에는 국수잔치를 한다. 

미사가 끝나 일시에 많은 신자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식으로는 국수가 적합하다.



최근 먹을 것이 너무 풍족한 시대를 살면서도

고전적인 음식문화인 국수잔치를 여는 장면은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국수잔치'는 오래 전에 큰일집의 '잔치국수' 풍습이 부담없이 이어져 오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