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村漫筆

오솔 2020. 10. 24. 19:51

 

 

 

여름내내 잡초가 무성했던 '동밭'을 한 달동안 가꾸었더니 모양새가 달라졌다. 루비킹이라는 빨강 무, 자주양파, 마늘, 당근을 심었다. 봄상치 씨앗을 뿌려 새싹이 날 때까지 비닐멀칭을 하는 걸로 동밭 가꾸기 작업은 오늘 완료되었다. 겨울을 지나 느긋하게 내년을 기다리면 된다.

 

 

 

 

 

십여 평 짜투리 동쪽 밭은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자주양파와 마늘을 심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당근밭이 되어버렸다. 애당초 계획에도 없이 처음 재배해보는 당근을 2백 개나 되는 모종을 심은 것이다. 자초지종을 요약하면 이렇다.

 

며칠 전, 자주양파 모종을 사러 읍내 모종시장에 갔는데 모종 아지매가 당근 모종을 덤으로 예닐곱 개 얹져주었다. 이게 발단이었다. 집사람이 밭에 예닐곱 개 당근 심은 걸 보더니 '마트에 당근값이 장난이 아닌데...' 아예 한 판을 더 사서 심자는 것.

 

다음날 다시 당근 모종 한 판을 사왔는데 모종가게 아지매와 집사람과 사이에 셈이 꼬였다. 집에 돌아와 보니 5천 원을 더 준 것이다. 이 사실을 전화로 알렸더니 모종가게 아지매도 실수를 인정했다.

 

5천 원어치 만큼 당근 모종을 받으러 집사람이 다시 모종가게로 갔다. 16년 단골 사이에 이럴 수가 없다...며 아예 당근 모종 한 판에다 낱개로 팔던 여나므 개를 덤으로 얹져 안겨주더라는 것.

 

 

'두 아지매'들 순간의 착오때문에 느닷없이, 남정네 한사람 바쁜걸음 치며 당근 농사 판만 커졌다.

 

 

 

 

 

 

 

 

이제 밭이름을 바꾸져야겠습니다.
당근으로 도배를 하셨으니 당근밭이라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당근이 무성할 때 쯤이면 말, 나귀 등이 몰려들까요?
당근과 채찍... 그리고 나귀가 생각나는군요.

언제 수확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면서 심기만 했습니다.
무작정 심어놓고 기다려보는 것도 무심한 세상살이의 한 방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