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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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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한글

2013. 6. 21.

 

한글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경우 2005/06/18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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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아래에 소개할 글은 서울대 이기문 교수의 [현대적 관점에서 본 한글]이란 글의 일부분입니다.



(전략)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우리 나라 학자들이 많이 논하였고 특히 1940년 ‘訓民正音’(解例本)이 발견된 뒤에는 목소리를 한층 더 높여 왔다. 과학적인 증명보다도 감상적인 예찬이 많았고 판에 박은 듯한 표현을 되풀이함으로써 설득력이 크지 못했음이 사실이었다. 한글의 독창성에 관한 주장이, 우리로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국제 학계에 먹혀 들지 않은 데는 우리 나라 학자들의 책임도 없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이 국제 학계, 특히 歐美 학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69년대에 들어서의 일이다. 여기서 우선 큰 몫을 한 것이 미국 하바드 대학의 교과서로 출판된 라이샤워 (E. O. Reischauer)와 페어뱅크(J. K. Fairbank)의 共著(1960)였다. 이 책의 한국에 관한 부분(제 10장)에서 라이샤워는 15세기 힌국의 문화에 대해 논하면서 한글은 아마도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모든 문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인 체계일 거라고 하였다. (Hangle is perhaps the most scientific system of writing in general use in any country.)



이보다 4년 뒤(1964)에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포스(Frits Vos)가 향가, 이두, 한글을 포함한 우리 나라 문자의 역사와 언어를 다룬 3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들은 미국 중부의 11개 대학이 참여한 위원회(Committee on Institutional Cooperation, CIC)가 1963년 여름에 연 세미나에서 발표된 중국, 일본, 한국의 언어와 문자에 관한 관한 논문들을 모은 책(J. K. Yamagiwa 편, 1964)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한국 문자: 이두와 한글’(Korean Writing: Idu and Han'gul)에서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알파벳을 발명하였다.”(They invented the world's best alphabet!)고 했던 것이다.(31면) 이것은 그 당시의 구미 학계의 분위기에서는 매우 대담한 발언이었다. 라이샤워의 글에 나오는 ‘아마도’(perhaps)가 없어진 대신 감탄 부호가 있음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이 발언은 그대로 묻혀 버렸을는지도 모른다. 위의 논문집은 동양의 언어와 문자에 관심이 있는, 극히 한정된 수의 학자들 사이에만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의 작은 돌풍이 일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언어학자들이 보는 미국 언어학회 회지(Language 42권 1호, 1966)에 시카고 대학의 맥콜리(J. D. McCawley)가 이 논문집의 서평을 쓰면서 포스의 말에 전적인 동의를 표한 것이다. 포스가 최상급형을 쓴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고 그것은 벨(A. M. Bell)의 可視 言語 記號(Visible Speech, 1867)보다 4백년이나 앞선 것임을 지적하였다. (Vos's use of the superlative has much justification, since the han'gul anticipates by over 400 years the idea of Alexander Melville Bell's 'Visible Speech'.) 한글은 각 음의 음성적 특징을 시각화함에 있어, 벨의 그것만큼 철저하지는 못하다 해도,1)



자못 높은 수준의 조음음성학적 분석(調音音聲學的 分析)의 기초 위에서 창조적으로 만든 알파벳으로 높이 평가한 것이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서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사실에 유의하였다. 실제로 맥콜리는 개인적으로 한글날을 명절로 지켜 왔는데, 한글날이 공휴일이 아닌 요즈음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한 중진 학자의 짤막한 글이 그러한 위력을 발휘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이 서평이 나온 뒤에 간행된 언어학 개론서(言語學 槪論書)들의 문자에 관한 장에 한글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주목되지만,2)



세계 文字史 내지 文字論이 한글의 새로운 자리 잡음으로 그 면목을 일신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것을 대표하는 저서로 샘슨(Geoffrey Sampson)의 ‘문자 체계’(Writing Systems, 1985)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제3장에서 인류의 초기 문자들, 4장에서 음절문자(音節文字), 5장에서 자음문자(子音文字), 6장에서 음소문자(音素文字 희랍·로마 알파벳)를 논한 뒤에 7장에서 자질 체계(資質 體系 featural system)라 하여 한글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자질 체계란 이 책의 저자가 만든 새로운 술어다. 종래의 분류 체계로서는 다른 어느 문자와도 다른 한글의 특성을 드러낼 수가 없어서 고민한 끝에 새로운 체계를 설정한 것이다. 종래 음운론에서 몇 개의 자질의 묶음으로 음소를 정의하여 왔는데, 한글 글자들이 이 자질을 표시하고 있음에 착안하였던 것이다.



샘슨의 이론은 우리 나라 학자들에게 하나의 큰 교훈을 주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 학자들은 구미의 이론의 틀을 받아들여 그 틀에 사실을 맞추려고 애써 왔다. 이것만으로도 힘에 겨웠으니 그 틀을 벗어나는 일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알파벳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음을 느끼면서도 이 느낌을 이론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샘슨은 한글 체계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때, 지금까지의 이론의 틀로는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 틀을 바꾸고 말았던 것이다.



샘슨의 자질 체계의 이론이 한글의 설명에 가장 합당한 것인가. 이 이론이 한글의 특질의 일면을 포착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한글의 특질을 남김없이 설명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한다. 앞으로의 연구는 이 점을 차분히 캐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한글 글자의 모양이 알려진 18세기 말엽, 19세기 초엽 이래, 그곳 학자들은 줄곧 한글을 어떤 다른 문자의 계통을 끄는 것으로 믿어 왔다. 이것은 그들 자신의 文字史에서 얻은 관점을 한글에도 적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우리 나라의 현대 학자들은 한글의 독창성을 계속 주장하여, 한때는 편협한 민족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하였다. 60년대에 들어 구미 학자들이 한글의 독창성을 인정함에 이르러 우리의 오랜 숙원이 풀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에 외국에서 한글의 특성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나타남으로써 우리의 학문하는 자세에 큰 결함이 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