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의 찬양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해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사43:21)

[사이언스] 개미굴서 여왕 대접받는 부전나비 애벌레… 비밀은 '해킹'

댓글 2

과학

2014. 4. 14.

 

[사이언스]

 

개미굴서 여왕 대접받는 부전나비 애벌레 

비밀은 '해킹'

  • 이영완 기자
  •  

    입력 : 2014.04.14 03:05

    [페로몬·성대모사로 개미 속여… 여왕개미처럼 호의호식]

    개미에게 먹잇감인 나비 애벌레 애지중지 키워진 裏面 보니…
    환경 나빠지면 제 자식 제쳐두고 여왕개미 지키는 개미 습성 이용… 개미와 흡사한 화학물질 분비도


     봄이 되면 산과 들에 나비가 날아다닌다. 가장 흔한 나비는 나비 종(種)의 40%를 차지하는 부전나비. 푸른색에 작은 점들이 있는 귀여운 모습이지만, 이면(裏面)에는 개미를 속여 힘들이지 않고 애벌레를 키우는 얄미운 얼굴이 숨어 있다. 연약한 나비는 어떻게 무서운 개미를 속일까.

    부전 나비(위키백과)



    여왕개미 성대모사로 호의호식

    부전나비란 이름은 고(故) 석주명 박사가 붙인 순 우리말이다. 석 박사는 책에서 "부전이란 사진틀 같은 것을 걸 때 아래에 끼우는 삼각형의 색채 있는 장식물"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여자아이들이 차던 노리개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명도 있다.

    부전나비는 꽃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얼마 있지 않아 꽃을 내려가 스스로 개미굴을 찾는다. 개미에게 애벌레는 좋은 먹잇감이다. 그런데도 개미는 부전나비 애벌레를 개미굴로 데려가 애지중지 키운다. 이탈리아 토리노대의 마르코 살라(Sala) 교수는 지난 9일 인터넷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부전나비가 개미를 속이는 비결을 발표했다. 바로 여왕개미 '성대모사'이다.

    개미에 기생하는 부전나비의 일생.

     

    개미굴에 기생하는 부전나비 애벌레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잔점박이 푸른부전나비(Maculinea alcon) 애벌레는 일개미에게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반면 고운점박이 푸른부전나비(M. teleius)는 개미굴에서 개미 알이나 애벌레를 잡아먹고 자란다.


    연구진은 두 부전나비 애벌레가 내는 소리를 녹음했다. 분석 결과, 개미 알과 애벌레를 잡아먹는 고운점박이 애벌레는 개미굴에 오기 전에는 여왕개미의 소리를 흉내 내다가, 일단 개미굴에 들어오면 전보다 여왕개미 성대모사를 덜 했다. 반면 끝까지 일개미의 수발을 받는 잔점박이 애벌레는 개미굴에 들어와서 더 강하게 여왕개미 소리를 흉내 냈다. 당연히 일개미는 잔점박이 애벌레를 더 애지중지했다. 결국 둘 다 개미굴에 기생하는 나비 애벌레이지만, 개미굴에서의 목적에 따라 성대모사가 달라진 것이다.

    1차 해킹 대상은 화학물질 출입증

    부전나비 애벌레가 여왕개미의 소리를 흉내 낸다는 사실은 2009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제러미 토머스(Thomas) 박사팀이 '사이언스'지에 처음 발표했다. 일개미가 나비 애벌레를 제 자식으로 생각하면 다른 개미 애벌레와 똑같이 대해야 한다. 하지만 일개미는 먹이가 부족해지자 제 자식은 내버려두고 나비 애벌레만 챙겼다. 연구진은 나비 애벌레가 내는 소리가 여왕개미와 같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일개미는 환경이 나빠지면 알이나 애벌레는 제쳐두고 여왕개미만 보호한다. 연구진이 나비 애벌레가 내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자 일개미가 여왕개미의 소리에 반응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

    부전나비의 해킹 기술은 성대모사에 그치지 않는다. 1차 해킹 대상은 개미가 서로를 구분하기 위해 몸 밖으로 분비하는 페로몬(pheromone)이다. 부전나비 애벌레가 처음 개미굴 앞에 갈 때는 몸에서 개미와 흡사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개미도 나비 애벌레의 해킹에 맞서 새로운 보안기술을 개발했다. 즉 암호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2008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데이비드 내쉬(Nash) 교수는 '사이언스'에 한 번도 부전나비 애벌레의 침입을 받지 않은 개미와 부전나비 애벌레가 자주 기생한 개미 사이의 페로몬 차이를 분석했다. 나비 애벌레를 본 적 없는 개미들은 늘 비슷한 페로몬을 냈지만, 나비 애벌레를 자주 만난 개미들이 내는 페로몬은 더 다양했다.

    해커를 노리는 해커도 있다. 제러미 토머스 박사팀은 2002년 '네이처'에 기생벌이 개미굴 안에 있는 부전나비 애벌레에 무사히 알을 낳는 비밀을 발표했다. 기생벌은 개미굴 앞에서 유인 페로몬과 공격 페로몬을 잇따라 분비했다. 페로몬에 속은 개미들이 몰려들어 서로 치고받는 사이 기생벌은 유유히 개미굴로 들어가 나비 애벌레의 몸에 알을 낳았다. 기생벌 애벌레는 부전나비 애벌레를 집이자 먹이 삼아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