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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힘·추락 위치·헤엄 속도… 물고기도 머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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創造의 神秘

2014. 10. 25.

조준·힘·추락 위치·헤엄 속도… 물고기도 머리를 쓴다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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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10.25 03:02

    개미의 학습·코끼리의 애도 등 6년간 11개국 연구 현장 취재해
    동물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탐색

     
    
	동물을 깨닫는다 책 사진

    동물을 깨닫는다

    버지니아 모렐 지음|곽성혜 옮김
    추수밭|452쪽|1만6000원

     

    물고기가 똑똑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야 알았다. 낚시에 걸리는 하등 동물쯤으로 여겼는데, 학습 능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물총고기(Archerfish)는 물고기 세계의 명사수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물총고기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딱정벌레를 정확하게 조준한 뒤 입으로 물줄기를 발사해 떨어뜨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데 필요한 힘의 세기, 그것이 수면에 추락하는 위치, 입에 넣기 위해 헤엄쳐 가야 하는 속도까지 계산한다. 이 모든 게 학습으로 습득된다.

    코끼리떼 사냥에 나선 포수의 총구는 늘 우두머리 암컷을 겨눈다. 가장의 죽음은 코끼리떼에겐 도서관을 통째로 잃는 것과 같은 혼란을 부른다. 그런데 코끼리는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할 줄 안다. 죽어가는 코끼리 소리를 녹음했다가 23개월 만에 들려주자 코끼리 가족은 우르릉거리며 곧바로 대형 스피커 앞으로 모여들었다. 어떤 코끼리가 쓰러져 죽음을 맞이하면 다른 코끼리들이 그 사체를 뒷발로 가만히 매만지다가 흙과 나뭇가지로 덮어준 다음, 곁을 지키는 장면도 흔히 목격된다.

    과학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한때 지구에서 가장 금기시됐던 '동물의 정신'을 탐색한다. 동물에게 생각과 감정이 있을까. 20세기 중반까지 동물은 단순하고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로봇에 가깝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획기적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고래에게 지역 사투리가 있다, 물고기가 도구를 다룬다, 다람쥐가 고아를 입양한다, 꿀벌이 계획을 세운다, 개가 1022개 어휘를 사용한다…. 과학자들은 이제 '동물이 생각을 하는가?'가 아니라 '동물은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생각하는가?'로 질문을 수정했다.

    
	물총고기가 코만 수면 위에 내밀고 물줄기를 발사해 사냥감을 맞히고 있다. 그것이 어디에 떨어질지, 차지하려면 얼마나 빨리 헤엄쳐야 할지 등은 학습으로 습득된다
    물총고기가 코만 수면 위에 내밀고 물줄기를 발사해 사냥감을 맞히고 있다. 그것이 어디에 떨어질지, 차지하려면 얼마나 빨리 헤엄쳐야 할지 등은 학습으로 습득된다. /토픽이미지

    찰스 다윈은 인간의 몸이 동물에서 진화했듯이 인간의 뇌와 정신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후기 저작에서는 지렁이도 인지적인 존재임을 암시했다. 지렁이가 자기 굴 입구를 막을 때 어떤 잎을 쓸지 판단하는 장면을 관찰한 것이다. 지렁이에게 지능이 있다는 단서, 즉 '생각하는 무척추동물'을 보게 된 셈이었다.

    저자는 6년간 11개국 동물 연구 현장을 취재해 이 책을 썼다. 이름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을 만난 탄자니아에서는 한 침팬지가 먹이를 독차지하려고 다른 침팬지를 속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호주의 큰바우어새 수컷은 둥지를 짓고 장식할 때 원근법상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재료를 배열했다. 밖에서 이 둥지를 보는 암컷에게는 모든 재료가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코끼리 가장의 귀 펄럭임까지 기록하며 뜻을 해독하고 있다.

    동물은 인간보다 열등하지 않으며 인간이 진화의 절정이 아니라는 증거로 속을 채운 책이다. 검정금파리에게 다리를 물에 적시면 설탕물을 얻게 된다는 것을 학습시킨 실험, 개미가 새로 지은 집으로 다른 개미들을 안내하는 선생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한 실험 등이 흥미롭게 읽힌다. 큰 컴퓨터가 반드시 더 좋은 컴퓨터가 아니듯이, 뇌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생명은 높낮이 없이 다 장엄하다.

    동물의 내면세계를 내시경으로 들여다본 것 같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 약 1000만명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태초에 우리 조상은 때로는 사람이었고 때로는 동물이었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겸허해진다. 원제 'Animal W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