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의 찬양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해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사43:21)

만물상 인터넷 문장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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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2014. 10. 31.

만물상

인터넷 문장부호

  • 김태익 블로그
    논설위원실
  •  

    입력 : 2014.10.30 05:55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을 내놓은 후 이 책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그는 궁리 끝에 '?'라고만 쓴 전보를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답장을 보고 위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답장에는 '!'라고 돼 있었다. 작은 문장부호 하나에 얼마나 깊은 뜻이 담겨 있는지 알려주는 일화다.(문학수첩 '먹고, 쏘고, 튄다')

     

     

    ▶19세기 미국은 관세법에 쉼표 하나를 잘못 찍는 바람에 200만달러를 손해 봤다고 한다. "모든 외국산 과일나무(All foreign fruit plants)는 면세"라고 할 것을 "모든 외국산 과일과 나무(All foreign fruit, plants)는 면세"라고 한 탓이었다.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는 자기가 쓴 대본을 갖고 배우들이 멋대로 대사 연습을 하면 "내가 표시해 놓은 마침표와 쉼표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화를 냈다.

     

     

    만물상 일러스트

     

    ▶뉴욕타임스는 1999년 '지난 1000년의 최고(最高)'를 선정했다. 최고의 지도자, 최고의 부동산 거래, 최고의 피아노곡 등 각 분야 최고 50개 가운데 '최고의 문장부호(符號)'로 뽑힌 것이 마침표였다. 점 하나로 문장을 마무리하는 걸 생각해낸 이는 르네상스 때 베네치아의 한 인쇄공이었다. 타임스는 "어떤 쇠붙이도 적절한 위치에 표시된 마침표처럼 우리의 가슴을 찌를 수는 없다"며 "마침표가 없으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영영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이는 문장부호를 "기차(문장)가 탈선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철로 같은 것"이라고 했다. 20년 전 나온 미국 시카고대 출판부의 글쓰기 교범은 쉼표에 관한 규정만도 59개나 된다. 그러나 다 옛날 얘기다. 인터넷 시대 글쓰기에서 문장부호는 자판(字板)을 몇 번 더 두드리게 하는 귀찮은 존재로 비칠 뿐이다. 우리 휴대폰 글쓰기에선 띄어쓰기와 함께 마침표·쉼표가 아예 사라지고 있다.

     

     

    ▶엊그제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장부호 규정을 대폭 손질한 맞춤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종래 '3·1운동'이라고 해야만 했던 것을 '3.1운동'이라고 써도 되도록 했다. 말줄임표(……)는 가운데나 아래 세 점(…, ...)씩만 찍어도 된다. 낫표(「 」)나 화살괄호(〈 〉) 대신 따옴표(' ')도 쓸 수 있게 된다. 모두 자판 두드리는 절차를 하나라도 줄이려는 언중(言衆)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그러다 보니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 정답이 여러 개다. 맞춤법의 '원칙'과 '통일'이란 말이 무색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인터넷 시대니까.

     

     

    오소운 목사의 추가 글:

     

     

    장학관은 바보다

    형용사를 이중으로 쓰면 헷갈리게 된다.

    가령 ‘거짓말 잘 하는 돌이의 아빠’라고 말했을 적에,

    누가 거짓말을 잘 하는지는 액센트에 따라 달라지지만,

    글로 써 놓으면 더 아리송해진다.

     ‘거짓말 잘하는 돌이’의 아빠라고 하면 돌이가 거짓말을 잘 하는 것이 되고,

     ‘거짓말 잘 하는, 돌이의 아빠’로 끊어 놓으면 아빠가 거짓말쟁이가 된다.

     

     

    따라서 말을 할 때는 액센트에,

    글로 쓸 때는 문장 부호를 잘 찍어주어야 한다.

    문장 부호 얘기가 난 김에,

    그 중요성을 입증하는 예화를 소개한다.

     

    영어 시간에 교사가 콤마(,)의 용법을 장황하게 얘기하자,

    수업 참관을 나왔던 장학관이 아이들 면전에서

    교사를 바보(ass)라고 면박을 주었다.

     

     

    그러자 교사는 칠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놓았다.

     

    The inspector says the teacher is an ass.

    (장학관은 교사가 바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내가 이 문장을 콤마 두 개로 정반대의 뜻으로 바꿔보겠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두 개의 콤마를 찍었다.

     

    The inspector, says the teacher, is an ass.

     (장학관은, 교사가 말한다, 바보다.)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장학관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교실 밖으로 나갔다.

     

    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컴퓨터의 시대다.

    우리 교역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의

    일 점, 일 획도 소홀히 해선 안 되겠다.

     

    (오소운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