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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어는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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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유래

2017. 3. 16.

 

수메르어는 한국어?

[한정석의 역사파일]한정석 편집위원l승인2014.11.26l수정2015.03.23 17:52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 수메르어점토판

한국경제가 IMF 금융위기로 치닫고 있던 1997년 7월 경향신문에는 대단히 기이한 기사가 등장했다. 기사의 제목은 ‘수메르어와 한국어는 같은 뿌리’라는 것이었고 그 주장자는 다름 아닌 히브리대학에서 수메르어를 전공하고 가르치던 조철수 박사였다.

일반 호사가도 아닌 수메르어 전공자, 그것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히브리대학 앗시리아학과에서 수메르어와 앗시리아어를 가르치던 언어학자의 주장이니 그 충격은 대단했다.

조철수 박사는 그러한 자신의 주장을 밝히기 위해 아예 논문도 썼다. 한국 언어학회지에 게재한 ‘수메르어-고어국어 문법 범례 대조분석’이라는 논문이 그것이다. 그는 국내 유일의, 그리고 세계에서 11번째의 수메르어 전공자였다.

당시에는 나라 전체가 경제파동에 휩쓸려 조철수 박사의 수메르-한국어 동원관계론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수메르에 대한 국내 아마추어 역사가들과 재야사학자들의 관심이 폭증했다.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와 고대 한국간의 문명사적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온갖 추측과 황당한 억측들이 난무했다. ‘환단고기’는 그 정점에 있었다.

수메르가 다름 아닌 환국 12연방 가운데 있던 ‘수밀이국’이라는 것이 그 요점이었다. 국내 언어학계는 침묵했다. 역사학계라고 딱히 검토 연구가 나온 것도 없었다. 침묵의 다른 표현은 ‘무시’였다.


한국어와 수메르어의 공통점

조철수 박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수메르어는 한국어처럼 교착어다. 교착어라는 것은 몽골어나 터키어 일본어처럼 어간을 변화시키지 않고 어미를 변화시키는 특징을 갖는다.

아울러 전치사가 아닌 조사가 발달해 있다. 동시에 수메르어는 한국어처럼 주어+목적어+동사(SOV) 순서를 갖는다.

수메르어에서 제3자 인칭 복수를 가리키는 ‘~네’는 한국어의 ‘너-네’처럼 ‘네’와 같다. 한국어로 ‘시골-내기’ ‘신출-내기’처럼 ‘내기’는 수메르어로 ‘naki'다.

그래서 ‘아누나키’(Anu-naki)라는 수메르어는 하늘(Anu)-내기(naki), 즉 ‘하늘에 속한 이’라는 뜻으로 천사나 신들을 일컫는 말이 된다.

  
▲ 수메르의 신들 아누나키

이쯤 되면 경탄할 독자가 있을 법하다. 하지만 사실 수메르어가 고(古) 한국어와 가까운 정도는 차라리 중국어나, 인도유럽어, 헝가리어, 터키어, 심지어는 이란어가 더 고대 한국어와 가까울 지경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수메르어는 사어(死語)이자 고립어이기 때문에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의 언어와 부분적으로 같고 부분적으로 다른 현상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수메르어를 자국의 언어와 비교분석해서 그 연관성을 주장하는 것은 보통이다. 그러한 예로 수메르-헝가리어, 수메르-터키어, 수메르-일본어, 수메르-중국어, 수메르-타밀어, 수메르-산스크리트어간의 대조 분석은 이미 넘치고 넘쳐난다.

BC 4000~2000년경의 수메르어의 수수께끼는 오늘날에도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화란 진화적인 속성이 있기에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전혀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는 법은 없다. 수메르의 문화도 외계인이 어느 날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랜 진화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우리는 수메르 문명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고 오늘날 많은 연구들은 수메르와 인도 간에 오간 오래된 교역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언어학자 데이비드 맥알핀(David McAlpin) 같은 학자는 인도와 중근동 간의 문화적 연속선을 고려해 ‘엘라모-드라비디안’(Elamo-Dravidian) 어군에 수메르어를 포함시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 수메르어 umun 우리말 우물이다

같고도 다른 고대어들 간의 상관관계

이는 수메르 문명과 인더스 문명 간의 연속점을 고려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수메르어가 동시대의 인근 아카드어나 아랍어와는 아예 다르다는 점이다. 그 차이는 오늘날 중국어와 영어만큼이나 다르다.

그런데 수메르어가 드라비다어와 상당히 친연적인 면이 있다는 점에 학자들은 주목했다. 오늘날 수메르보다 그 문명의 출발과 전개가 늦다는 인더스 문명은 의외로 그 시작이 매우 이르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하라파 문명의 주변에서는 BC 4000년 경의 인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아나우 문명’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세계 최초의 문명이 인도에서 비롯됐다는 ‘ 아웃 오브 인디아’(Out of India)론이 새로이 강세를 띤다.

어떤 이유로든 이 ‘엘라모-드라비디안’ 어군이 수메르어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면 한국어와 수메르어간의 공통분모도 이 드라비다어-한국어 관계 속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해 보인다.

이미 타밀어와 드라비다어의 많은 어휘들이 고대 한국어와 관계가 있을 거라는 연구들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엘라모-드라비디안 가설이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의 어떤 어군 하에 있다는 주장이다. 바로 ‘노스트라틱’(Nostratic) 어군이 그것이다.

현재 정통 언어학자들은 이 가설을 ‘미친 언어학자들의 잠꼬대’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이 노스트라틱 어군은 크게 유라시아와 인디아를 포함해 저 신대륙의 아메리카 인디언어까지를 공통어군으로 추적하기 때문이다.

  
▲ 수메르의 청동기(BC3000)


1만 년 전 유라시아에서는…

‘노스트라틱’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이웃’이라는 뜻이다. 연구 중심에 섰던 학자들은 러시아의 비교언어학자들이었고 알란 봄허드(Allan Bomhard)가 대표적인 학자다.

이들은 언어도 유전자처럼 그 기원에 대해 재구를 통해 추적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한 성과로 이들은 인도유러피언어와 알타이어간의 친연성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언어학자들은 나름 이 방식에 흥미를 보였지만 러시아대학의 언어학자 세르게이 스타로스틴 박사가 노스트라틱어의 재구법칙을 확립하자 상황이 변했다.

그 재구 방법이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하는 어군 전체와 드라비다어, 중국어, 중근동어 쪽으로 확대됐고 신대륙의 인디언들이 다름 아닌 고시베리아어와 함께 묶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언어학자들은 비로소 이 노스트라틱어학자들을 ‘미쳤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인류학이 이 노스트라틱어 가설에 힘을 실어줬다. 유전자 거리와 언어 거리에 상당한 관계성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인도유러피언어의 본고향이 현재의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대륙 쪽에 좀 더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주장이 현재 인류학계의 큰 별 콜린 렌퓨에 의한 것이니 쉽게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한국어도 이 노스트라틱어군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에는 유라시아 일대에서 어떤 한 종류의 말로 모두가 소통이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세르게이 스타로스틴은 이 연구에 ‘바벨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고 미국 산타페고등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했다. 흥미로운 것은 ‘금융계의 황제’ 조지 소로스가 이 프로젝트에 후원을 했다는 점이다.

수메르어와 한국어 간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이 노스트라틱어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수메르인들에게 1만 년 전 노스트라틱어로 인사를 건네보자.

‘jar nal!’ (좋은 날 > 안녕)

이 인사는 무려 100여개의 서로 다른 어군에서 자신들의 옛 언어로 ‘밝은 해(Bright Sun)’ 그리고 좋은 날(Good Day)로 해석할 수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전 KBS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