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세상

이재봉 2019. 4. 22. 07:02

한반도 대전환 시대, 평화와 통일 위한 제24월혁명을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 /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1. 한반도 대전환

 

2018427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대전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상황이 매우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네 가지만 꼽는다.

첫째, 73년짜리 한반도 분단체제가 끝나고 있다.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하기로 합의함으로써, 1945년부터 유지해온 한반도 분단 상태에서 벗어나 통일의 문턱에 이른 것이다. 남한 정부의 통일정책 제1단계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공존이 이미 시작되었고,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실질적통일까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둘째, 70년짜리 적대적 북미관계가 변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관계를 설립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두 나라가 1948년부터 지속해온 적대관계를 끝내고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뜻이다.

셋째, 65년짜리 한국전쟁 정전체제가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전쟁을 종결하고 안정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함으로써, 1950년부터 1953년까지 3년간 싸우고 어정쩡하게 멈추거나 (停戰) 쉬고 있는 (休戰) 비정상에서 벗어나 65년 만에 종전 (終戰) 선언과 평화협정을 불러올 수 있게 되었다.

넷째, 25년짜리 북핵문제가 풀리게 되었다. 남한-북한-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로 합의함으로써, 1993년부터 한반도 안팎에서 갈등과 긴장을 불러온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미국의 핵위협이 없어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가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2. 20184-9월 남북정상회담 내용과 의미

 

1) 내용

 

20184월부터 9월 사이에 세 번 열린 남북정상회담 가운데 9월 평양회담은 실질적 종전을 포함한 가장 진전된 합의 사항과 구체적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 크게 세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 군사적 적대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 나아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적대 관계를 해소하기로 했다. ‘실질적 종전을 선언한 것이다.

둘째,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을 바탕으로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키기로 했다.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정상화하며, 서해 경제공동특구와 동해 관광공동특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셋째,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도 추진하기로 했다.

 

2) 의미와 전망: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 진전으로 자유와 복지가 어우러지는 복지국가를 향하여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남북 사이에 적대 관계가 종식되고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지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분단 적폐를 청산하고 평화와 통일의 편익을 맛보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2년 사이에 이룩한 성과이기에 3-4년 지속되면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진전되리라 기대한다.

첫째, 정치적으로 자유와 인권이 확장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남한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분단을 핑계로 가장 기본적인 개인의 자유인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해왔다.

둘째, 경제적으로 교육과 의료 분야의 사회복지비용을 늘릴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 예산의 10% 안팎을 국방비로 써왔는데 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회적으로 극심한 이념갈등이 줄어들고 보수와 진보의 건전한 경쟁을 통한 균형 잡힌 발전이 이룩되기 쉽다. 지금까지 분단 때문에 친북좌빨수구꼴통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해왔다.

넷째, 지리적으로 남한은 대륙과 단절된 완전한 섬 (完島)’이었지만, 앞으로는 대륙으로도 연결되고 바다로도 나아갈 수 있는 반쪽 섬 (半島)’의 특혜를 누리며 여행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평양에 들렀다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너 만주나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섯째, 군사적으로 남북 사이에 무력충돌이나 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했지만, 앞으로는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 (NLL) 주변에 평화수역이나 공동어로구역이 만들어지면 양쪽 군인들이 번갈아가며 죽는 비극이 사라지고 남북 어민들이 평화롭게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남북 사이에 적대 관계가 종식되면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분단에 따른 징병제 폐해가 너무 컸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20대에 공부하거나 일하다 말고 가장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인 군대에 불려가 2-3년 붙잡혀있어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체제 통일엔 신경 쓸 필요 없다. 통일 한반도의 체제로 남한의 천박한 자본주의도 적합하지 않고 북한의 배고픈 사회주의도 어울리지 않는다. 남한은 자본주의를 지키되 사회주의 장점인 평등을 조금씩 추구하고 북한은 사회주의를 고수하되 자본주의 장점인 자유를 조금씩 늘리면 된다. 남쪽에선 빨갱이 짓이라는 논란 일으킬 것 없이 복지정책을 조금씩 확대하면 충분하고, 북쪽에선 개혁개방을 조심스럽게 확대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적어도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유와 평등이 어우러지는 복지국가 체제의 완전 통일까지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3. 2018-19년 북미정상회담 내용과 의미 그리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전략

 

1) 1차 북미정상회담 내용과 의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 20186월 싱가포르에서 첫 력사적인 수뇌회담을 가졌다. 19489월 북한 정부가 수립된 이후 70년 동안 지속적으로 적대 관계를 유지해온 두 나라 정상이 극적으로 만난 것이다. 20181월까지 서로 핵 단추를 언급하며 말 폭탄을 주고받던 터였다.

두 정상은 수십 년간 지속되여온 긴장상태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로 합의하며,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과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 안전 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인하였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주요 내용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한다. 둘째,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셋째,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한다.

이러한 ‘6.12 싱가포르 선언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다. 13년 전인 20059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의 합의 사항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2005‘9·19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그와 관련된 계획을 포기한다. 둘째,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하지 않는다. 셋째,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한다. 넷째, 북한을 제외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남한 등 5개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며 경수로를 지어줄 수 있다. 다섯째, 6개국은 한반도 평화 및 동북아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6.12 세기적 담판은 몇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두 나라 최고지도자들이 친밀감과 신뢰를 드러내며 직접 합의하고 곧 이행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이다.

둘째, 1948년부터 지속된 북미 간의 적대관계를 끝내기로 합의했다. 70년 만에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큰 충격이나 상흔도 한 세대 남짓 흐르면 대개 치유되기 마련이다. 이런 터에 북한과 미국은 두 세대가 훌쩍 지나서야 적대관계를 풀고 국교를 정상화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북미 수교를 전후로 북일 수교도 이루어지면, 1970년대 중반부터 제기되어온 남북한 교차승인이 완성된다. 남한이 적대국이었던 소련과 1990년 국교를 정상화하고 중국과 1992년 수교했듯, 북한은 미국 및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뜻이다.

셋째, 1950년부터 본격적으로시작된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무려 68년 만이다. 1953년까지 3년간 싸우고 어정쩡하게 멈추거나 (停戰) 쉬고 있는 (休戰) 비정상에서 벗어나 65년 만에 종전 (終戰) 선언과 평화협정을 불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1979년 미국과 중국 그리고 1992년 남한과 중국에 이어 머지않아 남한과 북한 및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전쟁 같은 상황이 종식된다는 뜻이다.

넷째, 1993년부터 불거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25년간 한반도 안팎에서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갈등과 긴장을 불러온 최대의 쟁점을 물리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미국의 핵위협도 없어지는 평화의 터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배경/이유

 

2019227-28일 베트남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때 미국 언론은 거의 모두 트럼프 변호사였던 코언 (Michael Cohen)의 의회증언을 집중 보도했다. 트럼프에 관한 온갖 추문이 쏟아진 증언이었다.

미국 일반시민들은 북미정상회담 자체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북한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일반시민들이 안보와 관련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핵미사일이지 북한의 초보단계 핵미사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게다가 미국 주류정치세력, 군부 및 군산복합체, 여론주도세력 등은 북미관계 진전을 반대하거나 방해한다. 기득권이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수구 야당과 조선일보를 포함한 극우 언론이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에 반대하며 저항하는 논리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자 회담 결렬자체가 언론 톱뉴스로 떠오르고 야당은 이를 지지하거나 반겼다.

요약하면, 코언의 증언으로 정치적 곤경에 빠진 트럼프가, 유권자들은 북미회담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야당은 북미관계 진전을 방해하는 터에,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미한 성과를 거두기보다는 차라리 협상을 깨트려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협상전략이랄 수 있다.

 

3) 트럼프와 김정은의 공생전략

 

그러나 머지않아 트럼프와 김정은이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서로 상대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생 전략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3-1) 트럼프에게 김정은이 필요한 이유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협상을 통해 꼭 얻고자 하는 게 있다. 크게 두 가지다. 1차로 201912월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이요, 2차로 202011월 대통령에 재선되는 것이다.

첫째, 트럼프는 작년부터 노벨평화상을 받기 원했다. 틈만 나면 비판하는 전임자 오바마는 집권 첫해 2009년 특별한 업적도 없이 이 상을 받았다. 트럼프가 얼마나 수상을 원하면 체면 사납게 아베 일본총리에게까지 추천해달라고 부탁했겠는가. 후보는 매년 9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5개월간 추천할 수 있는데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는 219명의 개인과 85개 단체가 추천되었다. 심사위원들은 1월 말 마감 이후 심사기간 중에도 추천할 수 있기에 더 늘어날 수 있다. 9월까지 심사를 마치고 10월 초 수상자를 발표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려면 늦어도 8-9월까지 세계평화를 위한 획기적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영변 핵시설 폐쇄와 종전선언 및 연락사무소 개설 정도의 작은 거래 (small deal)’는 노벨평화상감으로 족하지 않다.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미국 정계와 언론의 부정적 시각을 덮기도 부족하다. 모든 핵시설 폐쇄와 평화협정 및 수교 정도의 큰 거래 (big deal)’라야 온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노벨평화상을 확보할 수 있다. 트럼프가 이것을 기대하며 하노이에서의 작은 거래를 뒤집어버리는 미치광이 협상전략을 써먹은 게 아닐까.

둘째, 트럼프는 202011월 대통령 재선을 원한다. 민주당은 2월부터 예선을 시작해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 공화당은 트럼프에게 큰 탈이 생기지 않는 한 8월 전당대회에서 그를 후보로 지명할 것이다. 9월부터 불꽃 튀는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113일 선거가 실시된다. 언제든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경제다. 먹고사는 문제가 후보 선택의 제1 결정 요인이란 말이다. 20171월 트럼프 집권 이후 20193월 현재까지 미국 경제는 괜찮은 편이다. 그가 큰소리치는 대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많은 국제경제학자들의 예상대로, 이르면 2019년 후반기 늦어도 2020년부터 세계경기가 침체되어 미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더라도 트럼프의 잘못으로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선거에서 더 유리해지려면 이른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경제업적에 안보성과를 덧붙여야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는 길이 더 넓어진다는 뜻이다. 안보성과를 가장 얻기 쉬운 곳이 한반도다. 선거 이전까지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핵무기 완전 폐기를 바꾸면 된다.

주한미군 철수는 트럼프의 2016년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의 가장 크고 중요한 역할은 급속하게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있기 때문에 군산복합체와 주류정치세력의 거센 저항과 반발이 있겠지만, 트럼프는 국방비 절감을 내세우며 밀어붙일 뚝심을 지니고 있다.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국교정상화까지 이룬 터에 주한미군이 왜 필요하냐는 주장으로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정은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선물이 또 있다. 19681월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되어 지금까지 대동강변에 전시되고 있는 미국해군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돌려받는 것이다. 미국해군 역사상 가장 큰 치욕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다. 미국이 오래 전부터 돌려받기 원했기에 김정은이 당장 반환한다고 해도 트럼프는 거부하리라 생각한다. 2019년 가을쯤 돌려달라면서. 대통령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3-2) 김정은에게 트럼프가 필요한 이유

 

김정은 역시 트럼프와의 협상을 통해 꼭 얻고자 하는 게 있다. 우선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북한은 2016년부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성과를 내야한다. 게다가 20179월 수소폭탄 시험 및 11월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시험에 성공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20184경제집중로선정책을 선언했다. 군사건설을 끝냈으니 경제건설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 수 없고,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한이든 중국이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이나 협력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직접 투자하지는 않더라도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IMF)을 통해 북한에 투자가 들어가고, 일본의 식민통치 보상이나 배상금이 들어갈 수 있게 된다.

 

 

4. 20194월 한미정상회담과 조선 최고인민회의

 

1) 2019411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2019411-12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큰 성과는 없어 보인다.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나 결과를 언론보도만으로는 알 수 없다. 보도되지 않은 은밀한 내용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남한 정부가 목표했던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라는 비핵화 중재안을 미국이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트럼프가 북한과의 큰 거래 (big deal)를 강조하면서도 다양한 작은 거래 (small deal)가 일어날 수 있고 단계적으로 조각내서 해결할 수도 있다고 얘기하긴 했다. 이 역시 그의 독특한 협상전략이랄 수 있다.

둘째, 남북 모두의 관심사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진전시키지 못한 것 같다. 트럼프가 현재의 제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금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할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2) 2019412일 조선 최고인민회의

 

2019411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이 북미관계에 대해 회담할 직후 평양에서는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남북관계와 관련해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관계로 전환시키면서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이 확고부동한 결심이라고 밝혔다. 남한에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며, ‘중재자촉진자보다 제 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둘째, 북미관계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보겠지만,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트럼프와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이 요구하는 이른바 일괄타결 빅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고로 원고지 약 100(A4 용지 12-13) 분량의 내용 가운데 미국과 남한에 관한 부분을 좀 더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최근 우리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현실 앞에서 저들의 본토 안전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은 회담장에 나와서 한편으로는 관계개선과 평화의 보따리를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제재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리면서 어떻게 하나 우리가 가는 길을 돌려세우고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에 배치되는 요구를 그 무슨 제재해제의 조건으로 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입니다.....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합니다.

민족 최대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위한 우리의 역사적 투쟁은 오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3차에 걸쳐 역사적인 북남수뇌상봉과 회담들을 진행하고 북남선언들을 채택하여 북남관계에서 극적인 전환을 가져온 것은 각일각 전쟁의 문어구로 다가서는 엄중한 정세를 돌려세우고 조국통일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출발을 선언한 대단히 의미가 큰 사변이었습니다. 지금 온 민족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이 철저히 이행되어 조선반도의 평화적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북남관계가 끊임없이 개선되어나가기를 절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조선당국에 속도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합의이행을 저들의 대조선 제재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 앞에는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 어떤 난관과 장애가 가로놓여도 민족의 총의가 집약된 북남선언들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철저히 이행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부터 바로가져야 합니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남조선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관계로 전환시키고 온 겨레가 한결같이 소원하는대로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

나는 남조선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개선과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면 판문점상봉과 9월 평양상봉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와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세계의 각광 속에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은 불과 불이 오가던 조선반도에 평화정착의 희망을 안겨준 사변적 계기였으며 6.12조미공동성명은 세기를 이어오며 적대관계에 있던 조미 두 나라가 새로운 관계역사를 써나간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역사적인 선언인 것으로 하여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찬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조미수뇌회담은 우리가 전략적 결단과 대용단을 내려 내짚은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자아냈으며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있는가 하는 데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한 계기로 되었습니다.....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습니다. 다시 말하여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습니다. 미국은 그러한 궁리로는 백번, 천번 우리와 다시 마주 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 저들의 잇속을 하나도 챙길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습니다..... 조미 사이에 뿌리 깊은 적대감이 존재하고 있는 조건에서 6.12조미공동성명을 이행해나가자면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개최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하여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습니다.....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그 무슨 제재해제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적대세력들의 제재해제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입니다.”

 

 

5. 남한의 역할과 우리의 과제: 24월혁명을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맞물려 진전될 수밖에 없다. 남한은 북한과 미국의 70년 적대관계 사이에 끼어있기도 하다. 북미관계가 진전되면 남한은 뒤따라가면 되지만, 정체되면 앞장서 이끌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북한과 평화공존 및 통일을 추구하며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려면 미국으로부터 동맹에서 이탈하지 마라는 압력을 받기 마련이고,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공조을 내세우면 북한으로부터 외세의 의존하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앞세우자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한반도 대전환 시대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로 나아가는 길에는 적어도 세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이에 제24월혁명을 제안한다. 19604월혁명은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시작해 달러가 가져오는 노예근성을 비판하며 민족통일운동으로 나아갔다. 2019년 제24월혁명은 경제와 평화를 앞세우며 자주통일운동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첫째, 남북협력을 통해 남한 경제 살리기부터 힘써야 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보다 남한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남한의 중소기업인들이 개성 말고 이 세상 어디에서 평당 15만원 이하의 공장부지를 얻어 월급 15만원도 되지 않는 노동력을 구할 수 있겠는가. 퍼주는 곳이 아니라 퍼오는 곳이다. 미국의 대북제재로 남한의 중소기업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한국전쟁부터 끝내고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1950년 시작되고 1953년 멈춘 전쟁을 미국의 반대로 완전하게 종식하지 못하고 있는 극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중국, 중국-남한, 남한-북한 사이의 전쟁은 끝났지만, 북한-미국 사이의 전쟁만 미국의 거부로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셋째,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한미동맹을 약화하거나 해체해야 되고,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냉전시대에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남한의 보수/극우 세력은 여전히 한맹동맹 강화와 주한미군 유지를 국가 목표처럼 간주한다. 한미동맹 약화나 해체 또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우려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거부하거나 반대하기도 한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과 필요성을 짚어봐야 한다. 첫째, 북한을 겨냥하는 것이라면 필요 없다. 2018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이와 같이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만들어 남북 사이에 더 이상 전쟁을 없을 것이라고 한 터에 북한을 겨냥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왜 필요할까.

둘째,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라도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위험하다. 남한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는 1992년 국교정상화 이후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한중 교역량은 2003년부터 한일 교역량을 넘어섰고, 2004년부터는 한미 교역량을 초과했다. 2009년부터는 한미 및 한일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역의 내용이다. 일본에겐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해본 적이 없는 가운데 2017283억 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미국에겐 1982년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2017179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중국에겐 수교 다음해인 1993년부터 흑자를 기록해온 가운데 2017443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다. 세계에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인 남한의 전체 교역량 가운데 약 1/4을 중국이 차지하고, 전체 무역흑자 가운데 거의 절반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을 겨냥해 남한이 미국과 군사동맹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할까.

게다가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는 군사정책을 전개하고 중국은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군사정책으로 맞서며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만에 하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의 제1폭격 지역과 대상은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평택 주한미군기지 아니겠는가. 주한미군 때문에 한반도가 전쟁터로 변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로 남한의 안보가 불안해질 것을 우려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포함되는 동북아시아나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부터 추진되었지만, 미국의 견제와 반대에 부딪혀 진전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들이 보장하는 한반도 중립화를 구상해볼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이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하면서 구상하기도 하고, 북한이 지금까지 연방제 통일방안에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