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이야기

박샘과미스고 2006. 9. 29. 15:43
 체용(體用)

 

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정좌처다반향초   묘용시수류화개

 

           -미상


고요히 앉은 곳에는 차를 반나절이나 마셨는데

그 향기는 여전히 처음 같고,

 

미묘한 작용을 하는 때에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해설 ; 어디를 가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글 중에 하나다.

절에서나 세속에서나 특히 차를 마시는 곳이거나 차를 판매하는 곳에서는

으레 이 글을 쓴 족자 하나는 보인다. 그만치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구다.

아마 우리들의 삶이 잘 표현되었으며 특히 아름답게 표현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람의 삶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작용과 비(非)작용이다.

멈춤과 움직임이다. 언제나 그것의 반복이다.

어려운 말로 하면 체(體)와 용(用)이다.

 

또 대기(大機)와 대용(大用)이며 정적과 관조다.

줄여서 적(寂)과 조(照)라고도 한다.

 

이러한 삶을 좀 더 멋있게 표현하면

철저하게 고요하여 그 고요함이 극에 이르면

아침에 울어낸 차향기가 그대로 저녁까지 흩어지지 않고 응고되어있다.

 

하루 종일 바람 한 점 없어서 차향이 그대로 있다.

얼마나 적정하면 그럴 수가 있는가.

이쯤이 되어야 고요히 앉았다고 할 수 있다.

 

몸도 마음도 철저하게 앉은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고요한 입장은 이와 같다.

 

그리고 작용이다. 움직임이다. 만물을 다 비춰보는 일이다.

그것을 미묘한 작용[妙用]이라 한다.

 

작용이 아름답다. 작용이 있어야 사람이 사는 것 같다.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봄이 오고 새싹이 돋는다.

보고 듣고 울고 웃는다. 사랑하고 미워한다.

온갖 희로애락이 인간들의 삶의 바다에서 출렁인다. 이것이 사는 모습이다.

 

이 글에 대해서 별의 별 해석이 다 있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이렇게 앉아보면 그렇게 해석이 된다.

 

세상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뜻으로

절에서는 시전(詩傳) 서전(書傳) 다 읽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앉아있어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아침의 차향은 그대로고,

눈을 돌려 산천을 바라보면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이 마음에 들어온다.

이러한 삶이 선의(禪意)며 불의(佛意)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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